고퀄리티 프리앰프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만남 Steinberg AXR4
글 이무제 기자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기준은 무엇일까? 약 5~10년 전만 하더라도 필자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뽑은 기준은 바로 연결 안정성과 레이턴시다. 레이턴시도 짧다고만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중간에 일체의 드롭아웃 없이 성능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최신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은 어느정도 기본적인 안정성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요 고려 대상에서 빠지고 있는 추세다. 필자도 더 이상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고를 때 안정성을 알아보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꼽는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조건은 바로 ‘우수한 AD/DA 컨버팅’ 능력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상 가격으로, 정확히는 물량으로 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 우수한 컨버팅을 위해서는 안정된 내부 전원부는 기본이며, 고품질의 클럭, 높은 등급의 컨버터 칩, 그리고 넉넉한 아날로그부의 물량 투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이엔드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가격 뿐 아니라 무게마저도 상당히 무겁다.
그 다음으로 ‘있으면 좋은 것’에 속하는 것이라면 뭐가 있을까? 입력단에 우수한 프리앰프가 갖춰져 있으면 별도의 마이크 프리앰프나 라인 콘솔, 채널 스트립 등을 챙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늘 레코딩 세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인 ‘모니터링시의 레이턴시’ 해결을 위해 우수한 큐믹서가 내장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DAW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그리고 내장 DSP가 통합되어 별도의 큐믹스를 구성할 필요 없이 DAW와 통합된 일원화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의 최강자는 여전히 Pro Tools이다. 하지만 DAW를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회사라면 어느 정도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할 Steinberg AXR4는 상기에 언급한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디오 인터페이스이다. 지난 달, 본지에서 Gear Factory로 이 기기를 다뤘는데, 마침 야마하뮤직코리아(주) 측에서 기기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각종 녹음 세션에 투입해 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탄탄한 기본기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AXR4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다. 전원부는 외부 파워 서플라이로 구성하여 내부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연결은 슬롯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USB와 썬더볼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USB 모드로 사용했다. 참고로 기본 카드의 종류에 따라 썬더볼트 모델은 AXR4T로, USB 모델은 AXR4U로 판매되며, 당연히 썬더볼트 모델이 약간 더 비싸다. 다만 현재(2021년 6월 중순) 기준으로 AXR4T를 구매하면 USB-C 카드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니 약간의 비용을 더 주고서라도 AXR4T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보인다. 이 프로모션은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으니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는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썬더볼트 버전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으니, 레이턴시가 짧다는 것 외에도 최대 3대의 AXR4를 데이지 체인으로 연결하여 84입력/72출력의 초대형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3대의 AXR4가 제공되지 않았을 뿐 더러 테스트를 USB로 진행했기 때문에 내장 dsp 믹서에서 실제로 거대한 84입력 창이 뜨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확장성을 제외하면 USB 연결이라도 음질이나 기타 다른 기능에서 제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USB 3.0이나 3.1이 아닌, USB 2.0 연결이라면 채널과 샘플레이트에 제한이 생긴다. 필자는 USB 3.1 모드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제한이 생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컨버터 스펙은 현존 최고라고 할만하다. 32bit/384kHz 컨버팅을 네이티브로 지원하기 때문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고해상도 음원 제작 및 마스터링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이나믹 레인지는 119dB로 수치적으로는 특출날 것은 없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음질이 상당하다. 아무래도 Steinberg가 야마하와 한 식구가 되면서 DNA를 공유하는 탓인지, 야마하 특유의 투명하고 깨끗한, 그러면서도 단단한 음색으로 인해 기분 좋게 작업할 수 있다.
Rupert Neve Design SILK 프리앰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제품의 단점은 Rupert Neve Design SILK 프리앰프가 단 4채널만 장착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후면의 빽빽한 입출력 단자의 배치를 보면 그럴만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급의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처럼 8채널을 장착했더라면 정말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안타까운 점부터 말했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내장 프리앰프의 만족도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이 SILK 프리앰프는 야마하가 자랑하는 최상급 라이브 콘솔인 PM 시리즈의 상급 모델에만 장착되는 것으로, 이미 많은 현장에서 매우 우수한 음질과 단단한 질감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미 야마하 PM의 SILK 프리앰프 사운드를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라이브에서 믹싱해본다던가, 혹은 멀티트랙 레코딩을 통한 레코딩 믹싱을 수행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어서 AXR4를 통해 비로소 체험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싼 외장 프리앰프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프리앰프의 회로 자체는 AXR 고유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춘 야마하 프리앰프이다. 여기서는 극도로 투명하고 평탄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여기에 온/오프 할 수 있는 SILK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프리앰프에 일종의 ‘텍스춰’가 입혀지는 것이다. 근데 또 이 SILK 기능은 블루 모드와 레드 모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AXR4의 프리앰프는 3가지의 색채를 갖춘 셈이 된다. 먼저 SILK 기능을 DSP 믹서 창에서 켜고 블루 모드로 들어보면 뭔가 음색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노브를 끝까지 올리면 이 감각이 강해지는데, 결코 과하다는 느낌이 없다. 레드 모드에서는 고음의 에너지가 화사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필자의 취향으로는 블루 모드를 적절하게 쓰는 것이 가장 잘 맞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녹음 세션에서는 블루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 어쨌든, 아무리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라도 결국 사운드에 텍스춰를 추가하기 위해서 별도의 고가 외장 프리앰프를 구매하게 마련인데, AXR4T는 그런 추가 구매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물론 시스템이 훨씬 간소해지고 일원화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앞서 ‘프리앰프가 4개인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프리앰프는 8개를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
사용하기 편리한 DSP 믹서
DSP 믹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4의 모든 기능을 리모트로 통제할 수 있으며 셋팅의 저장 및 풀리콜이 가능하다. 프리앰프의 게인까지 저장 및 리콜이 가능한 점 반갑다. 아날로그 믹서 혹은 DAW를 사용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을만한 인터페이스다. 전체 입출력 채널에 대해 레벨 미터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창을 띄울 수 있는 것도 프로페셔널 장비다운 셋업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출력부 각각을 어떤 큐믹서 혹은 퍼스널 모니터링용으로 쓸 수 있는 완전히 분리된 믹싱 셋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버전업과 펌웨어의 업데이트로 지원이 가능하길 바래본다.
전체 믹서창은 크게 입력부와 출력부로 나눠진다. 입력부에는 다량의 DAW 출력이나 PC에 출력에 대한 루프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믹스 구성도 가능하다. AXR4의 DSP 믹서의 꽃이라면 단연 인서트 프로세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채널 스트립과 컴프레서, 그리고 EQ 중에서 2개를 선택하여 각 채널에 인서트가 가능하다. 놀랍게도 이 인서트는 아날로그 입력부 뿐 아니라 ADAT 디지털 입력에도 적용이 된다. 또한 ‘FX REC’ 버튼을 누르면 해당 인서트 이펙터가 적용된 상태로 녹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멋진 점은 Cubase를 사용하면 AI 기능을 통해 DSP 믹서를 Cubase 내부에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레이턴시 없는 큐믹스 및 레코딩이 가능하면서도 작업을 파편화시키지 않고 하나의 DAW에 통합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장점인지는 현재 Pro Tools의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Cubase의 유저가 아니라서 해당 기능을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100% 딱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격대의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는 드물게 루프백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Cubase를 사용하면 AI 기능을 이용해 레이턴시 없으면서도 통합된 DAW 환경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 녹음에 투입해보다
필자는 AXR4를 6월 5일에 벌어진 [3 Guitar Fantasy] 공연에서 레코딩을 위해 투입했다. 이 날의 공연은 최고의 기타 연주자인 유지연, 김광석, 최훈의 3인이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로 팝, 가요, 컨트리, 포크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고가의 프리미엄 마이크로폰이 다량 투입되고, 또한 전반적으로 레코딩 환경이 괜찮은 편에 속해서 AXR4의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제격이었다. 다만 AXR4는 마이크 프리앰프가 단 4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가 입력을 위해 마이크 프리앰프를 갖춘 액티브 스플리터인 XTA DS8000이 추가 투입되었다. 이에 따라 3개의 기타 각각에 대한 마이크로폰 입력, 3인의 보컬 및 스피치를 위한 마이크로폰, 게스트로 초청된 실력있는 뮤지션, 빈하영의 보컬과 건반을 각각 입력받았다. 이에 따른 총 입력 갯수는 9채널. 사실 현장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들의 라인 출력을 따로 받았지만 별도로 레코딩하지 않고 라이브 용도로만 사용했다. 이런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쓸데없는 레조넌스가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자체 노이즈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4는 이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켰다. 마이크로폰은 Earthworks의 제품이 다량 투입되어 입력 채널의 퀄리티를 충분히 확보했기에 이 장점이 더욱 빛났다.
녹음된 입력 소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에 투입한 세 대의 Earthworks SR25의 사운드가 매우 투명하게 잡혔으며 이후 믹싱을 위해 메이크업 게인을 올려서 작업할 때에도 듣기 싫은 노이즈가 증폭되지 않았다. 믹싱할 때에도 기본적인 톤 질감이 우수해 별도의 플러그인으로 많이 만지지 않아도 좋은 소리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깨끗하고 단단한 출력 특성
수준 높은 DAC에 우수한 전원부 설계 덕분에 출력부에 대한 아쉬움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니터링시 좋은 마이크와 우수한 프리, 높은 수준의 ADC로 받아낸 공간의 작은 울림까지 고스란히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전반적인 특성은 야마하의 느낌 그대로 매우 중립적이고 투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리가 풀어지지 않고 단단해 믹싱을 모니터링할 때 매우 믿을 수 있는 장비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출력부 구성인데, 우선 헤드폰 출력은 기존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 출력부에 라우팅하는 방식으로, 물론 ‘F’사의 제품보다는 헤드폰 출력 구성이 자유롭긴 한데, ‘P’사나 ‘M’사의 제품과는 달리 DAW에서 별도의 출력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5.1.4 Immersive Sound 모니터링 작업을 자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8개의 아날로그 출력부만 갖춘 AXR4는 반드시 추가적인 ADAT 컨버팅 장비를 필요로 했다. 참고로 필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 10채널과 별도로 DAW에서 라우팅 가능한 헤드폰 출력 2채널이다. 현재까지 시장에서 한 대로 이것이 가능한 제품은 단 한 종류밖에 없다. 어쨌든 이러한 구성상의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문제거리가 전혀 아니며, 출력부의 퀄리티는 플래그십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가치에 충분히 어울리는 수준이다.
장점이 분명한 플래그십 오디오 인터페이스
완전히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극히 일부의 제품을 제외하고, 이 제품은 소형~중형의 스튜디오를 커버하기에 적절하다. 이 정도 등급이 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시장에 몇 가지 존재한다. 먼저 ‘A’사의 제품은 DAW와의 유기성이 장점이며 8개의 마이크 프리앰프를 갖췄다. 네트워크 연결성을 지원하긴 하지만 확장성은 없다. ‘U’사의 제품은 확장성을 갖추고 있으며 자사에서 많은 플러그인들을 제공하지만 DAW와의 통합성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이제 막 런칭한 DAW에서만 제공하기 때문에 약간은 아쉽다. ‘P’사의 제품은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장에서 한 등급 아래의 제품으로 받아들여진다. 통합되어 운용할 수 있는 DAW의 시장 점유율도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 다만 그만큼 가격은 합리적이다. AXR4는 슬롯 형태로 USB-C와 썬더볼트를 모두 지원하며 시장 점유율이 의미있게 높은 Cubase/Nuendo 진영이기 때문에 DAW와 연계한 구성에서 장점을 가진다. 다만 마이크 프리앰프가 4채널에 불과한 점이 아쉽지만, 그만큼 높은 성능을 지닌데다가 경쟁제품과 비교했을 때 우수한 가격경쟁력으로, 그 예산으로 추가 마이크 프리앰프의 구매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썬더볼트를 이용한 구성에서는 확장성을 갖게 되어 대규모 세션 혹은 대형 스튜디오에도 투입할 수 있는 구성이 되기 때문에 큰 장점을 가진다.
고퀄리티 프리앰프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만남 Steinberg AXR4
글 이무제 기자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기준은 무엇일까? 약 5~10년 전만 하더라도 필자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뽑은 기준은 바로 연결 안정성과 레이턴시다. 레이턴시도 짧다고만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중간에 일체의 드롭아웃 없이 성능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최신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은 어느정도 기본적인 안정성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요 고려 대상에서 빠지고 있는 추세다. 필자도 더 이상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고를 때 안정성을 알아보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꼽는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조건은 바로 ‘우수한 AD/DA 컨버팅’ 능력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상 가격으로, 정확히는 물량으로 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 우수한 컨버팅을 위해서는 안정된 내부 전원부는 기본이며, 고품질의 클럭, 높은 등급의 컨버터 칩, 그리고 넉넉한 아날로그부의 물량 투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이엔드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가격 뿐 아니라 무게마저도 상당히 무겁다.
그 다음으로 ‘있으면 좋은 것’에 속하는 것이라면 뭐가 있을까? 입력단에 우수한 프리앰프가 갖춰져 있으면 별도의 마이크 프리앰프나 라인 콘솔, 채널 스트립 등을 챙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늘 레코딩 세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인 ‘모니터링시의 레이턴시’ 해결을 위해 우수한 큐믹서가 내장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DAW와 오디오 인터페이스, 그리고 내장 DSP가 통합되어 별도의 큐믹스를 구성할 필요 없이 DAW와 통합된 일원화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의 최강자는 여전히 Pro Tools이다. 하지만 DAW를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회사라면 어느 정도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할 Steinberg AXR4는 상기에 언급한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디오 인터페이스이다. 지난 달, 본지에서 Gear Factory로 이 기기를 다뤘는데, 마침 야마하뮤직코리아(주) 측에서 기기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각종 녹음 세션에 투입해 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탄탄한 기본기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AXR4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다. 전원부는 외부 파워 서플라이로 구성하여 내부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연결은 슬롯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USB와 썬더볼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USB 모드로 사용했다. 참고로 기본 카드의 종류에 따라 썬더볼트 모델은 AXR4T로, USB 모델은 AXR4U로 판매되며, 당연히 썬더볼트 모델이 약간 더 비싸다. 다만 현재(2021년 6월 중순) 기준으로 AXR4T를 구매하면 USB-C 카드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니 약간의 비용을 더 주고서라도 AXR4T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보인다. 이 프로모션은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으니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는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썬더볼트 버전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으니, 레이턴시가 짧다는 것 외에도 최대 3대의 AXR4를 데이지 체인으로 연결하여 84입력/72출력의 초대형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3대의 AXR4가 제공되지 않았을 뿐 더러 테스트를 USB로 진행했기 때문에 내장 dsp 믹서에서 실제로 거대한 84입력 창이 뜨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확장성을 제외하면 USB 연결이라도 음질이나 기타 다른 기능에서 제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USB 3.0이나 3.1이 아닌, USB 2.0 연결이라면 채널과 샘플레이트에 제한이 생긴다. 필자는 USB 3.1 모드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제한이 생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컨버터 스펙은 현존 최고라고 할만하다. 32bit/384kHz 컨버팅을 네이티브로 지원하기 때문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고해상도 음원 제작 및 마스터링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이나믹 레인지는 119dB로 수치적으로는 특출날 것은 없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음질이 상당하다. 아무래도 Steinberg가 야마하와 한 식구가 되면서 DNA를 공유하는 탓인지, 야마하 특유의 투명하고 깨끗한, 그러면서도 단단한 음색으로 인해 기분 좋게 작업할 수 있다.
Rupert Neve Design SILK 프리앰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제품의 단점은 Rupert Neve Design SILK 프리앰프가 단 4채널만 장착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후면의 빽빽한 입출력 단자의 배치를 보면 그럴만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급의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처럼 8채널을 장착했더라면 정말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안타까운 점부터 말했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내장 프리앰프의 만족도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이 SILK 프리앰프는 야마하가 자랑하는 최상급 라이브 콘솔인 PM 시리즈의 상급 모델에만 장착되는 것으로, 이미 많은 현장에서 매우 우수한 음질과 단단한 질감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미 야마하 PM의 SILK 프리앰프 사운드를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라이브에서 믹싱해본다던가, 혹은 멀티트랙 레코딩을 통한 레코딩 믹싱을 수행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어서 AXR4를 통해 비로소 체험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싼 외장 프리앰프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프리앰프의 회로 자체는 AXR 고유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춘 야마하 프리앰프이다. 여기서는 극도로 투명하고 평탄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여기에 온/오프 할 수 있는 SILK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프리앰프에 일종의 ‘텍스춰’가 입혀지는 것이다. 근데 또 이 SILK 기능은 블루 모드와 레드 모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AXR4의 프리앰프는 3가지의 색채를 갖춘 셈이 된다. 먼저 SILK 기능을 DSP 믹서 창에서 켜고 블루 모드로 들어보면 뭔가 음색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노브를 끝까지 올리면 이 감각이 강해지는데, 결코 과하다는 느낌이 없다. 레드 모드에서는 고음의 에너지가 화사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필자의 취향으로는 블루 모드를 적절하게 쓰는 것이 가장 잘 맞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녹음 세션에서는 블루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 어쨌든, 아무리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라도 결국 사운드에 텍스춰를 추가하기 위해서 별도의 고가 외장 프리앰프를 구매하게 마련인데, AXR4T는 그런 추가 구매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물론 시스템이 훨씬 간소해지고 일원화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앞서 ‘프리앰프가 4개인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프리앰프는 8개를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
사용하기 편리한 DSP 믹서
DSP 믹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4의 모든 기능을 리모트로 통제할 수 있으며 셋팅의 저장 및 풀리콜이 가능하다. 프리앰프의 게인까지 저장 및 리콜이 가능한 점 반갑다. 아날로그 믹서 혹은 DAW를 사용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을만한 인터페이스다. 전체 입출력 채널에 대해 레벨 미터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창을 띄울 수 있는 것도 프로페셔널 장비다운 셋업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출력부 각각을 어떤 큐믹서 혹은 퍼스널 모니터링용으로 쓸 수 있는 완전히 분리된 믹싱 셋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버전업과 펌웨어의 업데이트로 지원이 가능하길 바래본다.
전체 믹서창은 크게 입력부와 출력부로 나눠진다. 입력부에는 다량의 DAW 출력이나 PC에 출력에 대한 루프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믹스 구성도 가능하다. AXR4의 DSP 믹서의 꽃이라면 단연 인서트 프로세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채널 스트립과 컴프레서, 그리고 EQ 중에서 2개를 선택하여 각 채널에 인서트가 가능하다. 놀랍게도 이 인서트는 아날로그 입력부 뿐 아니라 ADAT 디지털 입력에도 적용이 된다. 또한 ‘FX REC’ 버튼을 누르면 해당 인서트 이펙터가 적용된 상태로 녹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멋진 점은 Cubase를 사용하면 AI 기능을 통해 DSP 믹서를 Cubase 내부에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레이턴시 없는 큐믹스 및 레코딩이 가능하면서도 작업을 파편화시키지 않고 하나의 DAW에 통합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장점인지는 현재 Pro Tools의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Cubase의 유저가 아니라서 해당 기능을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100% 딱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격대의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는 드물게 루프백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Cubase를 사용하면 AI 기능을 이용해 레이턴시 없으면서도 통합된 DAW 환경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 녹음에 투입해보다
필자는 AXR4를 6월 5일에 벌어진 [3 Guitar Fantasy] 공연에서 레코딩을 위해 투입했다. 이 날의 공연은 최고의 기타 연주자인 유지연, 김광석, 최훈의 3인이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로 팝, 가요, 컨트리, 포크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고가의 프리미엄 마이크로폰이 다량 투입되고, 또한 전반적으로 레코딩 환경이 괜찮은 편에 속해서 AXR4의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제격이었다. 다만 AXR4는 마이크 프리앰프가 단 4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가 입력을 위해 마이크 프리앰프를 갖춘 액티브 스플리터인 XTA DS8000이 추가 투입되었다. 이에 따라 3개의 기타 각각에 대한 마이크로폰 입력, 3인의 보컬 및 스피치를 위한 마이크로폰, 게스트로 초청된 실력있는 뮤지션, 빈하영의 보컬과 건반을 각각 입력받았다. 이에 따른 총 입력 갯수는 9채널. 사실 현장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들의 라인 출력을 따로 받았지만 별도로 레코딩하지 않고 라이브 용도로만 사용했다. 이런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쓸데없는 레조넌스가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자체 노이즈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4는 이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켰다. 마이크로폰은 Earthworks의 제품이 다량 투입되어 입력 채널의 퀄리티를 충분히 확보했기에 이 장점이 더욱 빛났다.
녹음된 입력 소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에 투입한 세 대의 Earthworks SR25의 사운드가 매우 투명하게 잡혔으며 이후 믹싱을 위해 메이크업 게인을 올려서 작업할 때에도 듣기 싫은 노이즈가 증폭되지 않았다. 믹싱할 때에도 기본적인 톤 질감이 우수해 별도의 플러그인으로 많이 만지지 않아도 좋은 소리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깨끗하고 단단한 출력 특성
수준 높은 DAC에 우수한 전원부 설계 덕분에 출력부에 대한 아쉬움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니터링시 좋은 마이크와 우수한 프리, 높은 수준의 ADC로 받아낸 공간의 작은 울림까지 고스란히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전반적인 특성은 야마하의 느낌 그대로 매우 중립적이고 투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리가 풀어지지 않고 단단해 믹싱을 모니터링할 때 매우 믿을 수 있는 장비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출력부 구성인데, 우선 헤드폰 출력은 기존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 출력부에 라우팅하는 방식으로, 물론 ‘F’사의 제품보다는 헤드폰 출력 구성이 자유롭긴 한데, ‘P’사나 ‘M’사의 제품과는 달리 DAW에서 별도의 출력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5.1.4 Immersive Sound 모니터링 작업을 자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8개의 아날로그 출력부만 갖춘 AXR4는 반드시 추가적인 ADAT 컨버팅 장비를 필요로 했다. 참고로 필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 10채널과 별도로 DAW에서 라우팅 가능한 헤드폰 출력 2채널이다. 현재까지 시장에서 한 대로 이것이 가능한 제품은 단 한 종류밖에 없다. 어쨌든 이러한 구성상의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문제거리가 전혀 아니며, 출력부의 퀄리티는 플래그십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가치에 충분히 어울리는 수준이다.
장점이 분명한 플래그십 오디오 인터페이스
완전히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극히 일부의 제품을 제외하고, 이 제품은 소형~중형의 스튜디오를 커버하기에 적절하다. 이 정도 등급이 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시장에 몇 가지 존재한다. 먼저 ‘A’사의 제품은 DAW와의 유기성이 장점이며 8개의 마이크 프리앰프를 갖췄다. 네트워크 연결성을 지원하긴 하지만 확장성은 없다. ‘U’사의 제품은 확장성을 갖추고 있으며 자사에서 많은 플러그인들을 제공하지만 DAW와의 통합성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이제 막 런칭한 DAW에서만 제공하기 때문에 약간은 아쉽다. ‘P’사의 제품은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장에서 한 등급 아래의 제품으로 받아들여진다. 통합되어 운용할 수 있는 DAW의 시장 점유율도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 다만 그만큼 가격은 합리적이다. AXR4는 슬롯 형태로 USB-C와 썬더볼트를 모두 지원하며 시장 점유율이 의미있게 높은 Cubase/Nuendo 진영이기 때문에 DAW와 연계한 구성에서 장점을 가진다. 다만 마이크 프리앰프가 4채널에 불과한 점이 아쉽지만, 그만큼 높은 성능을 지닌데다가 경쟁제품과 비교했을 때 우수한 가격경쟁력으로, 그 예산으로 추가 마이크 프리앰프의 구매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썬더볼트를 이용한 구성에서는 확장성을 갖게 되어 대규모 세션 혹은 대형 스튜디오에도 투입할 수 있는 구성이 되기 때문에 큰 장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