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무제 기자
Blackmagic Design(이하 블랙매직)은 영상 업계에서는 마치 Behringer와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정도로 높은 가성비와 최상급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프로페셔널 현장에서 충분히 통할만큼의 퀄리티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Behringer가 속한 Music Tribe와는 분명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또 하나의 음향 공룡인 Harman International과도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인데, 바로 자사의 모든 제품군을 하나의 브랜드로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지원 면에서도 파격적인데, 이들은 2009년, 다빈치시스템즈를 인수 및 2016년에 페어라이트를 인수하면서 강력한 색상편집 및 영상 편집 기능과 DAW 기능을 합쳐버린 ‘다빈치 리졸브’를 발매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던졌으며, 모션 그래픽 툴인 퓨전까지 통합하면서 시장에서 유일한 올인원 프로덕션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정말로 놀라운 점은 무료 버전에서 거의 90% 이상의 기능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페셔널 프로덕션에서 필요한 기능만 유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런 유료버전조차 영구 정식 라이센스 가격이 50만원 이하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혜자’스럽다는 말이 딱 맞다.
이런 블랙매직에서 정말로 ‘혜자’스러운 제품이 따로 있으니 바로 현재 소형 스트리밍 방송 시장을 완전히 평정해버린 ATEM Mini 시리즈이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바로 ATEM Mini 시리즈 중 가장 고가이며 고기능을 자랑하는 ATEM Mini Pro ISO이다. 다른 ATEM Mini 시리즈에 비해서 가장 큰 특징은 ‘멀티트랙 레코딩’이다. 놀랍게도 음성 트랙이 아닌, 입력 영상, 그리고 프로그램 영상에 대한 멀티 트랙 녹화를 말한다.
다양한 ATEM Mini 시리즈
처음에 ATEM Mini가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T바 조차 없는 염가형 비디오 스위처 정도라고 생각했다. 사실, 4채널 입력을 제공하는 저가형 스위처는 시중에 지겨울 정도로 많으니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았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비슷한 가격에 T바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시장에서 정말로 각광받은 이유는 바로 양질의 USB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흔히 캡쳐보드라고 불리는 HDMI-USB 인터페이스 장비만 하더라도 게이밍 등에서 쓰이는 저가형이 약 10~20만원대, 그리고 우수한 안정성과 화질을 자랑하는 프로 사양이 4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니 4채널의 준수한 스위처와 간단한 자막 기능, 그리고 크로마키 및 루마키와 업 및 다운스트림키 기능을 제공하는 장비가 50만원 이하의 가격이라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때마침 블랙매직의 ATEM Mini 발매 시기는 거짓말같이 코로나19의 유행과 발맞춰 이뤄졌고 ‘전문가들이 가성비로 찾는 장비’의 위상에서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프로슈머의 장비’로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제 블랙매직은 명백히 대기업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블랙매직은 ATEM Mini의 성공에 고무된 것인지 혹은 미리 준비한 것인지를 모르겠지만 같은 섀시와 플랫폼을 이용한 ATEM Mini Pro 및 ATEM Mini Pro ISO를 연달아 내놓았다. 전자는 멀티뷰 모드 및 자체 스트리밍 기능이 추가된 것이며 후자는 그 모든 기능에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섀시만 같을 뿐 ATEM Mini Pro 부터는 소비전력이 대폭 늘어난만큼 확연히 큰 사이즈의 전원 아답터가 사용되며, 자세히 들어보면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까지 귀에 들어온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ATEM Mini 및 Pro ISO 버전을 둘 다 현장에서 사용해봤으며 ‘거의 세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ATEM Mini Pro ISO를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부터 전해야겠다. ATEM Mini ISO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USB-C단자를 이용한 스트리밍과 멀티트랙 영상 레코딩을 전부 원할 것이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이에 대해서는 사실 홈페이지에서조차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USB-C 단자는 단 한 개만 존재하며 여기에 외장 디스크를 연결하여 멀티트랙 레코딩을 위한 스토리지로 사용하거나 혹은 PC와 연결하여 웹캠으로 인식하게 하여 스트리밍으로만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의 작동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스트리밍과 동시에 멀티트랙 레코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품에 달린 RJ45 단자가 결론이다.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는 USB-C 단자를 두 개 제공하거나 혹은 USB-C 단자 한개로 웹캠 인식 및 PC로의 저장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으나 어쨌든 이 방법은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연결을 통한 PC로의 레코딩 역시 안된다. 네트워크 연결은 ATEM Software 콘트롤 및 스트리밍만을 위해 존재한다.
필자는 ATEM Mini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OBS나 vMix를 이용하는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아냈다. 여러 대의 캡쳐보드를 한 대의 PC에 연결해 소프트웨어로 전부 받아서 스위칭하는 방법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운용시 실수할 확률도 대폭 늘어난다. vMix가 좀 더 유연한 사용방법을 제공하지만 오로지 PC에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다. 게다가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vMix의 멀티코더 기능을 이용한다면 고성능 데스크탑을 주문제작해야만 한다. 휴대성과는 영영 이별인 것이다.
ATEM Mini로 카메라를 스위칭하고 OBS나 vMix로 스트리밍 및 자막을 해결하면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ATEM Mini ISO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결국 OBS 및 vMix와 엮어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 개밖에 없는 USB-C 단자를 이용해야 하며 멀티트랙 레코딩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안 찾기
우선 제품에 달려있는 RJ45 단자를 주목해야 한다. USB-C 단자에는 멀티트랙 레코딩을 위한 외장 디스크를 연결하자. 그리고 프로그램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모니터와 HDMI 출력 단자를 연결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ATEM Software Control이다. 이 소프트웨어가 ATEM Mini를 설정하고 콘트롤할 뿐 아니라 스트리밍까지 맡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 소프트웨어에서는 송출화면 모니터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간단한 자막이나 미디어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데 생각보다 번거롭고 직관적이지가 않으니 간단한 자막 전환 등에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RJ45 연결에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유선 이더넷이 내장된 랩탑을 통해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되기는 된다’. 먼저 랩탑에 유선으로 ATEM Mini Pro ISO를 연결한다. 그리고 무선 인터넷에 연결된 랩탑을 통해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❶ 무선 인터넷은 유선보다는 확실히 느리다는 것. ❷ 이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몇 가지 설정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❶의 문제는 대역폭을 알아서 잘 확보하라는 것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최신 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며 어떻게든 깨끗하고 강한 무선 전송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❷의 문제는 먼저 ATEM Mini Pro ISO는 고정 IP를 통해 안정된 연결을 확보하고 그 후에는 ‘제어판’의 ‘네트워크 연결’ 설정에 들어가서 ‘네트워크 연결 브리지’ 기능을 통해 유선 및 무선 이더넷 어댑터가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연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참 당연한 이야기인데 막상 랩탑에 연결했을 때 방송이 안되면 당황하기 쉬우니 꼭 확인을 해야 한다. 사실 이렇게 소개는 했지만 추천하기는 힘들다. 역시 생방송은 뭐든 안정적인게 최고니까.
두 번째 시나리오는 유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유기에 내장된 DHCP 기능이 안정적이라면 믿고 유동 IP로 설정해도 된다. PC가 같은 공유기에 무선이든 유선이든 연결되어 있다면 ATEM Software Control의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만약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해야 한다면 공유기를 설정에 들어가서 ‘무선 멀티브리지’ 기능을 사용해 다른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가장 최종적인 시나리오이자 모든 독자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ATEM Mini Pro ISO의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을 활용함과 동시에 OBS나 vMix에서 웹캠 모드를 사용하는 그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ATEM Mini Pro ISO의 RJ45 단자에서 출력되는 스트리밍 신호를 HDMI 혹은 HD-SDI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인 ATEM Streaming Bridge와 HDMI 혹은 HD-SDI 캡쳐보드를 사용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ATEM Mini Pro ISO의 USB-C 단자는 여전히 외장 디스크와 연결해둔다. 그리고 유선 공유기에는 랩탑과 ATEM Streaming Bridge, 그리고 ATEM Mini Pro ISO를 모두 연결한다. 정상적으로 연결된 상태라면 ATEM Software Control에서 ATEM Streaming Bridge가 자동으로 인식되며 버튼을 통해 ATEM Streaming Bridge에 스트리밍 작업이 실행된다. 그리고 ATEM Streaming Bridge에서 출력되는 영상을 캡쳐보드를 통해 랩탑에 웹캠으로 인식시켜 OBS나 vMix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상당히 복잡하고 챙겨야 하는 장비가 많으나 OBS나 vMix의 강력한 오버레이 기능이나 자막 기능, 스트리밍 셋업 등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을 누리려면 이 방법뿐이 없다. 아쉽게도 ATEM Streaming Bridge에 달린 USB 단자는 캡쳐보드용이 아닌, 제품 연결 및 업데이트용일 뿐이다.
멀티트랙 녹화 현장에서 활약하다
필자는 간단한 녹음 및 녹화 세션에서 4대의 카메라를 운용해야 했다. 모든 카메라 트랙을 별도로 녹화해서 넘겨주되 빠른 작업을 위해 현장에서의 라이브 스위칭 프로그램 화면의 녹화까지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한 녹음 및 녹화를 혼자 진행해야 했기에 한 자리에서 모든 카메라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면 금상첨화였다.
비록 스트리밍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서 ATEM Mini Pro ISO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오히려 스트리밍 상황이 아니었기에 연결은 매우 간단했다. 10~20m 정도의 HDMI 케이블로 4대의 카메라 신호를 동시에 받아냈으며 ATEM Mini Pro ISO가 제공하는 멀티뷰 모니터 기능으로 인해 구도를 결정하고 확인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만약 스위처 없이 녹화만 진행했다면 일일히 각 카메라로 돌아다니면서 녹화 버튼을 누르고 구도를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해서 작업이 매우 늘어졌을 것이다.
사실 이 세션을 진행하기 전에 약간의 테스트를 거쳤는데, 일반적인 하드디스크타입의 스토리지를 사용하면 절대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용량이 가득찰수록 에러 확률이 높아졌으며 나중에는 채 3분 정도의 영상도 녹화하지 못하고 에러 메시지를 내뿜었다. 이 문제는 SSD를 이용한 고속 스토리지를 사용하면 금세 해결되었다. 고가의 초고속 제품은 필요가 없었으며 초당 300Mb/s 정도의 보급형 SSD 스토리지 정도면 안정적인 멀티트랙 녹화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필자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바로 오디오 임베딩 기능이었다. 모든 오디오가 멀티트랙 녹음이 되기 때문에 카메라의 것까지 포함하면 스테레오 6트랙, 모노 12트랙의 녹음이 가능했다. 만약 카메라가 별도의 외부 입력 단자를 지원하는 제품이라면 여러 다양한 용도로의 사용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제품의 안정성은 뛰어났다. 3일간 혹독한 테스트를 했으나 제품 자체에는 발열이나 다운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PC와의 네트워크 연결에 있어서 ATEM Software Control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는데 약간의 불편함만 초래할 뿐이지 스트리밍이나 녹화가 끊기는 것은 아니어서 실 사용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결론
ATEM Mini Pro ISO로 멀티트랙 레코딩 및 OBS, vMix 스트리밍 작업까지 모두 수행하려면 만만치 않은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스토리지에만 최소한 1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Streaming Bridge와 HDMI 캡쳐보드까지 구매하려면 약 50~6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준수한 유무선 공유기까지라면 최소한 5만원, 믿음직한 고성능 제품이라면 10만원 정도가 추가된다. 즉, ATEM Mini Pro ISO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약 200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혀 경제성이 없는 것 같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체적인 멀티뷰를 지원하는 일반적인 4채널 스위처, 그리고 HDMI 스루 기능을 지원하는 4대의 영상 레코더(프로그램 녹화까지 포함한다면 5대), 그리고 스트리밍 장비와 이들을 연결하는 케이블 등을 따져본다면 수 백만원의 예산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ATEM Mini Pro ISO의 가장 아쉬운점은 꽉 찬 폼팩터 및 포맷으로 인해 추후 확장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인데 만약 4채널의 카메라로도 괜찮은 소형 프로덕션이라면 이 것 이상의 가성비 장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스토리지에 저장되는 멀티트랙 레코딩 데이터는 심지어 다빈치 리졸브에서 프로젝트 파일로 단번에 인식되기 때문에 편집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감해준다.
글 이무제 기자
Blackmagic Design(이하 블랙매직)은 영상 업계에서는 마치 Behringer와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정도로 높은 가성비와 최상급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프로페셔널 현장에서 충분히 통할만큼의 퀄리티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Behringer가 속한 Music Tribe와는 분명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또 하나의 음향 공룡인 Harman International과도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인데, 바로 자사의 모든 제품군을 하나의 브랜드로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지원 면에서도 파격적인데, 이들은 2009년, 다빈치시스템즈를 인수 및 2016년에 페어라이트를 인수하면서 강력한 색상편집 및 영상 편집 기능과 DAW 기능을 합쳐버린 ‘다빈치 리졸브’를 발매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던졌으며, 모션 그래픽 툴인 퓨전까지 통합하면서 시장에서 유일한 올인원 프로덕션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정말로 놀라운 점은 무료 버전에서 거의 90% 이상의 기능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페셔널 프로덕션에서 필요한 기능만 유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런 유료버전조차 영구 정식 라이센스 가격이 50만원 이하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혜자’스럽다는 말이 딱 맞다.
이런 블랙매직에서 정말로 ‘혜자’스러운 제품이 따로 있으니 바로 현재 소형 스트리밍 방송 시장을 완전히 평정해버린 ATEM Mini 시리즈이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바로 ATEM Mini 시리즈 중 가장 고가이며 고기능을 자랑하는 ATEM Mini Pro ISO이다. 다른 ATEM Mini 시리즈에 비해서 가장 큰 특징은 ‘멀티트랙 레코딩’이다. 놀랍게도 음성 트랙이 아닌, 입력 영상, 그리고 프로그램 영상에 대한 멀티 트랙 녹화를 말한다.
다양한 ATEM Mini 시리즈
처음에 ATEM Mini가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T바 조차 없는 염가형 비디오 스위처 정도라고 생각했다. 사실, 4채널 입력을 제공하는 저가형 스위처는 시중에 지겨울 정도로 많으니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았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비슷한 가격에 T바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시장에서 정말로 각광받은 이유는 바로 양질의 USB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흔히 캡쳐보드라고 불리는 HDMI-USB 인터페이스 장비만 하더라도 게이밍 등에서 쓰이는 저가형이 약 10~20만원대, 그리고 우수한 안정성과 화질을 자랑하는 프로 사양이 4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니 4채널의 준수한 스위처와 간단한 자막 기능, 그리고 크로마키 및 루마키와 업 및 다운스트림키 기능을 제공하는 장비가 50만원 이하의 가격이라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때마침 블랙매직의 ATEM Mini 발매 시기는 거짓말같이 코로나19의 유행과 발맞춰 이뤄졌고 ‘전문가들이 가성비로 찾는 장비’의 위상에서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프로슈머의 장비’로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제 블랙매직은 명백히 대기업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블랙매직은 ATEM Mini의 성공에 고무된 것인지 혹은 미리 준비한 것인지를 모르겠지만 같은 섀시와 플랫폼을 이용한 ATEM Mini Pro 및 ATEM Mini Pro ISO를 연달아 내놓았다. 전자는 멀티뷰 모드 및 자체 스트리밍 기능이 추가된 것이며 후자는 그 모든 기능에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섀시만 같을 뿐 ATEM Mini Pro 부터는 소비전력이 대폭 늘어난만큼 확연히 큰 사이즈의 전원 아답터가 사용되며, 자세히 들어보면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까지 귀에 들어온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ATEM Mini 및 Pro ISO 버전을 둘 다 현장에서 사용해봤으며 ‘거의 세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ATEM Mini Pro ISO를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부터 전해야겠다. ATEM Mini ISO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USB-C단자를 이용한 스트리밍과 멀티트랙 영상 레코딩을 전부 원할 것이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이에 대해서는 사실 홈페이지에서조차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USB-C 단자는 단 한 개만 존재하며 여기에 외장 디스크를 연결하여 멀티트랙 레코딩을 위한 스토리지로 사용하거나 혹은 PC와 연결하여 웹캠으로 인식하게 하여 스트리밍으로만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의 작동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스트리밍과 동시에 멀티트랙 레코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품에 달린 RJ45 단자가 결론이다.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는 USB-C 단자를 두 개 제공하거나 혹은 USB-C 단자 한개로 웹캠 인식 및 PC로의 저장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으나 어쨌든 이 방법은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연결을 통한 PC로의 레코딩 역시 안된다. 네트워크 연결은 ATEM Software 콘트롤 및 스트리밍만을 위해 존재한다.
필자는 ATEM Mini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OBS나 vMix를 이용하는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아냈다. 여러 대의 캡쳐보드를 한 대의 PC에 연결해 소프트웨어로 전부 받아서 스위칭하는 방법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운용시 실수할 확률도 대폭 늘어난다. vMix가 좀 더 유연한 사용방법을 제공하지만 오로지 PC에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다. 게다가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vMix의 멀티코더 기능을 이용한다면 고성능 데스크탑을 주문제작해야만 한다. 휴대성과는 영영 이별인 것이다.
ATEM Mini로 카메라를 스위칭하고 OBS나 vMix로 스트리밍 및 자막을 해결하면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ATEM Mini ISO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결국 OBS 및 vMix와 엮어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 개밖에 없는 USB-C 단자를 이용해야 하며 멀티트랙 레코딩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안 찾기
우선 제품에 달려있는 RJ45 단자를 주목해야 한다. USB-C 단자에는 멀티트랙 레코딩을 위한 외장 디스크를 연결하자. 그리고 프로그램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모니터와 HDMI 출력 단자를 연결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ATEM Software Control이다. 이 소프트웨어가 ATEM Mini를 설정하고 콘트롤할 뿐 아니라 스트리밍까지 맡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 소프트웨어에서는 송출화면 모니터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간단한 자막이나 미디어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데 생각보다 번거롭고 직관적이지가 않으니 간단한 자막 전환 등에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RJ45 연결에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유선 이더넷이 내장된 랩탑을 통해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되기는 된다’. 먼저 랩탑에 유선으로 ATEM Mini Pro ISO를 연결한다. 그리고 무선 인터넷에 연결된 랩탑을 통해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❶ 무선 인터넷은 유선보다는 확실히 느리다는 것. ❷ 이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몇 가지 설정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❶의 문제는 대역폭을 알아서 잘 확보하라는 것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최신 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며 어떻게든 깨끗하고 강한 무선 전송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❷의 문제는 먼저 ATEM Mini Pro ISO는 고정 IP를 통해 안정된 연결을 확보하고 그 후에는 ‘제어판’의 ‘네트워크 연결’ 설정에 들어가서 ‘네트워크 연결 브리지’ 기능을 통해 유선 및 무선 이더넷 어댑터가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연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참 당연한 이야기인데 막상 랩탑에 연결했을 때 방송이 안되면 당황하기 쉬우니 꼭 확인을 해야 한다. 사실 이렇게 소개는 했지만 추천하기는 힘들다. 역시 생방송은 뭐든 안정적인게 최고니까.
두 번째 시나리오는 유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유기에 내장된 DHCP 기능이 안정적이라면 믿고 유동 IP로 설정해도 된다. PC가 같은 공유기에 무선이든 유선이든 연결되어 있다면 ATEM Software Control의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만약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해야 한다면 공유기를 설정에 들어가서 ‘무선 멀티브리지’ 기능을 사용해 다른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가장 최종적인 시나리오이자 모든 독자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ATEM Mini Pro ISO의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을 활용함과 동시에 OBS나 vMix에서 웹캠 모드를 사용하는 그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ATEM Mini Pro ISO의 RJ45 단자에서 출력되는 스트리밍 신호를 HDMI 혹은 HD-SDI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인 ATEM Streaming Bridge와 HDMI 혹은 HD-SDI 캡쳐보드를 사용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ATEM Mini Pro ISO의 USB-C 단자는 여전히 외장 디스크와 연결해둔다. 그리고 유선 공유기에는 랩탑과 ATEM Streaming Bridge, 그리고 ATEM Mini Pro ISO를 모두 연결한다. 정상적으로 연결된 상태라면 ATEM Software Control에서 ATEM Streaming Bridge가 자동으로 인식되며 버튼을 통해 ATEM Streaming Bridge에 스트리밍 작업이 실행된다. 그리고 ATEM Streaming Bridge에서 출력되는 영상을 캡쳐보드를 통해 랩탑에 웹캠으로 인식시켜 OBS나 vMix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상당히 복잡하고 챙겨야 하는 장비가 많으나 OBS나 vMix의 강력한 오버레이 기능이나 자막 기능, 스트리밍 셋업 등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멀티트랙 레코딩 기능을 누리려면 이 방법뿐이 없다. 아쉽게도 ATEM Streaming Bridge에 달린 USB 단자는 캡쳐보드용이 아닌, 제품 연결 및 업데이트용일 뿐이다.
멀티트랙 녹화 현장에서 활약하다
필자는 간단한 녹음 및 녹화 세션에서 4대의 카메라를 운용해야 했다. 모든 카메라 트랙을 별도로 녹화해서 넘겨주되 빠른 작업을 위해 현장에서의 라이브 스위칭 프로그램 화면의 녹화까지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한 녹음 및 녹화를 혼자 진행해야 했기에 한 자리에서 모든 카메라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면 금상첨화였다.
비록 스트리밍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서 ATEM Mini Pro ISO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오히려 스트리밍 상황이 아니었기에 연결은 매우 간단했다. 10~20m 정도의 HDMI 케이블로 4대의 카메라 신호를 동시에 받아냈으며 ATEM Mini Pro ISO가 제공하는 멀티뷰 모니터 기능으로 인해 구도를 결정하고 확인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만약 스위처 없이 녹화만 진행했다면 일일히 각 카메라로 돌아다니면서 녹화 버튼을 누르고 구도를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해서 작업이 매우 늘어졌을 것이다.
사실 이 세션을 진행하기 전에 약간의 테스트를 거쳤는데, 일반적인 하드디스크타입의 스토리지를 사용하면 절대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용량이 가득찰수록 에러 확률이 높아졌으며 나중에는 채 3분 정도의 영상도 녹화하지 못하고 에러 메시지를 내뿜었다. 이 문제는 SSD를 이용한 고속 스토리지를 사용하면 금세 해결되었다. 고가의 초고속 제품은 필요가 없었으며 초당 300Mb/s 정도의 보급형 SSD 스토리지 정도면 안정적인 멀티트랙 녹화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필자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바로 오디오 임베딩 기능이었다. 모든 오디오가 멀티트랙 녹음이 되기 때문에 카메라의 것까지 포함하면 스테레오 6트랙, 모노 12트랙의 녹음이 가능했다. 만약 카메라가 별도의 외부 입력 단자를 지원하는 제품이라면 여러 다양한 용도로의 사용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제품의 안정성은 뛰어났다. 3일간 혹독한 테스트를 했으나 제품 자체에는 발열이나 다운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PC와의 네트워크 연결에 있어서 ATEM Software Control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는데 약간의 불편함만 초래할 뿐이지 스트리밍이나 녹화가 끊기는 것은 아니어서 실 사용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결론
ATEM Mini Pro ISO로 멀티트랙 레코딩 및 OBS, vMix 스트리밍 작업까지 모두 수행하려면 만만치 않은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스토리지에만 최소한 1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Streaming Bridge와 HDMI 캡쳐보드까지 구매하려면 약 50~6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준수한 유무선 공유기까지라면 최소한 5만원, 믿음직한 고성능 제품이라면 10만원 정도가 추가된다. 즉, ATEM Mini Pro ISO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약 200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혀 경제성이 없는 것 같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체적인 멀티뷰를 지원하는 일반적인 4채널 스위처, 그리고 HDMI 스루 기능을 지원하는 4대의 영상 레코더(프로그램 녹화까지 포함한다면 5대), 그리고 스트리밍 장비와 이들을 연결하는 케이블 등을 따져본다면 수 백만원의 예산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ATEM Mini Pro ISO의 가장 아쉬운점은 꽉 찬 폼팩터 및 포맷으로 인해 추후 확장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인데 만약 4채널의 카메라로도 괜찮은 소형 프로덕션이라면 이 것 이상의 가성비 장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스토리지에 저장되는 멀티트랙 레코딩 데이터는 심지어 다빈치 리졸브에서 프로젝트 파일로 단번에 인식되기 때문에 편집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