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서/앰프/DSP/이펙터Blackmagic Design Fairlight Live

조회수 388

소프트웨어 정의형 라이브 오디오의 서막

by 이무제, 자료제공: BlackmagicDesign


345a50dc1b21c.jpg


방송 및 라이브 프로덕션에서 오디오 믹싱 콘솔은 오랫동안 전용 하드웨어 DSP 칩셋의 성능에 종속되어 왔다. 정해진 물리적 하우징과 DSP 용량 안에서 입력 채널 수와 버스 라우팅의 한계가 결정되는 구조는 오랫동안 당연한 제약으로 받아들여졌다. 블랙매직디자인(Blackmagic Design)이 발표한 페어라이트 라이브(Fairlight Live)는 이러한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의 구조를 완전히 탈피하여 소프트웨어 기반의 아키텍처를 라이브 사운드 필드에 전면 도입한 시스템이다. 핵심은 고가의 전용 하드웨어 연산 장치 없이도 표준 컴퓨터와 IP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수천 개의 오디오 채널을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공간 음향 믹싱과 방송용 워크플로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페어라이트의 기원은 1970년대 호주에서 시작된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및 샘플러의 선구적 브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보적인 연산 속도와 정밀한 오디오 편집 기능으로 전 세계 포스트 프로덕션 시장을 지배했던 페어라이트는 블랙매직디자인에 인수된 이후 비디오 편집 소프트웨어인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의 핵심 오디오 엔진으로 완벽히 통합되었다. 지금까지 페어라이트 브랜드는 정교한 후반 작업, ADR, 풀 Foley 녹음, 마스터링 등 비선형 편집 환경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멀티카메라 라이브 스트리밍과 이스포츠, 원격 프로덕션(REM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블랙매직디자인은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검증된 페어라이트의 강력한 오디오 가공 알고리즘을 실시간 라이브 환경으로 이식하려는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물이 바로 페어라이트 라이브다.


f485069ac42e5.jpg


포스트 프로덕션과 라이브 프로덕션의 패러다임 분리

기존 다빈치 리졸브 내부의 페어라이트와 새로 공개된 페어라이트 라이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임라인 중심의 비선형 가공에서 실시간 선형 신호 처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포스트 버전의 페어라이트는 녹음된 소스를 바탕으로 프레임 단위의 정밀한 편집과 타임라인 자동화(Automation)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라이브 버전은 0초에 수렴하는 극도로 낮은 지연 시간(Low-latency)과 실시간 입력 신호의 안정적인 라우팅 및 제어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도록 설계되었다.

소프트웨어 구조 측면에서도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페어라이트 라이브는 독립적인 스탠드어론 라이브 오디오 믹서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며, 정형화된 콘솔의 믹스 버스 개념을 완전히 유저가 재정의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라이브 현장의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토크백 버스 제어 시스템, 리모트 게스트를 위한 믹스 마이너스(Mix-Minus) 자동 생성 기능, 현장 효과음 송출을 위한 큐 플레이어(Cue Player) 등 오직 생방송 환경에서만 요구되는 하드웨어 제어 논리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또한 기존 포스트 시스템이 페어라이트 오디오 액셀러레이터(Fairlight Audio Accelerator) 카드와 같은 전용 PCIe 하드웨어에 연산 성능을 의존했던 것과 달리, 라이브 버전은 최신 다코어 CPU 프로세서의 연산 능력을 극대화하여 표준 컴퓨터 환경이나 ATEM 스위처와의 USB 연결만으로도 수백에서 수천 채널의 오디오 레이어와 버스를 구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3ff213e24e1ff.jpg


페어라이트 라이브의 하드웨어 토폴로지 및 개념적 아키텍처

페어라이트 라이브의 시스템 구성은 크게 소프트웨어 엔진, 오퍼레이팅을 전담하는 물리 컨트롤 서페이스, 그리고 외부 입출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로 삼분된다. 블랙매직디자인은 엔지니어의 조작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 크기의 전용 데스크톱 제어 서페이스인 페어라이트 라이브 오디오 패널(Fairlight Live Audio Panel) 10, 20, 40 레이아웃을 제공한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사양과 모델별 구성은 물리적인 제어 면적과 디스플레이 개수에 따라 직관적으로 확장된다. 페어라이트 라이브 오디오 패널 10: 10개의 터치 센서티브 모터 페이더와 1개의 11.6인치 풀 HD(1920x1080) LC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소규모 홈 스튜디오, 팟캐스트 중계, 콤팩트한 OB 밴드 환경에 적합하다.

페어라이트 라이브 오디오 패널 20: 20개의 전동 페이더와 2개의 11.6인치 터치스크린을 배치하여 미들클래스 라이브 프로덕션과 기업 이벤트 등에서 메인 콘솔로 활용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갖추었다. 페어라이트 라이브 오디오 패널 40: 플래그십 규격으로, 40개의 물리 전동 페이더와 4개의 11.6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독립적으로 구동한다. 대규모 스포츠 생중계, 대형 콘서트, 종합 방송국의 FOH 환경을 겨냥한 하드웨어다.

연결성과 입출력 구조는 현대적인 IP 방송 트렌드인 SMPTE 2110 워크플로를 준수한다. 각 오디오 패널 후면에는 10G IP 네트워크 페어 포트가 장착되어 있어 비디오와 오디오 신호를 단 하나의 광케이블이나 이더넷 선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 패널 자체에도 마이크 레벨의 아날로그 신호를 다이렉트로 수용할 수 있는 3핀 XLR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미션 크리티컬한 실시간 방송 환경에서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패널에는 듀얼 IEC C14 전원 입력단이 장착되어 하드웨어 레벨의 전원 이중화(Redundancy)를 실현했다.

또한 블랙매직디자인의 ATEM 라이브 프로덕션 스위처와 USB-C 단자를 통해 다이렉트로 결합하는 독특한 아키텍처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별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변환기 없이 스위처의 오디오 신호를 믹서 내부로 끌어와 프로세싱한 후 다시 프로그램 아웃풋으로 리턴시키는 통합 디지털 링크가 완성된다.


f6de969ba4c4a.jpg


방송 및 라이브 환경을 관통하는 세부 핵심 기능 고찰

무제한에 가까운 채널 확장성과 VST/AU 플러그인 생태계

페어라이트 라이브는 하드웨어의 물리적 입력 개수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호스트 컴퓨터의 CPU 자원과 연결된 네트워크 대역폭에 따라 수천 개의 입력 채널을 동시에 연산할 수 있다. 모든 채널 스트립에는 기본적으로 방송 표준 규격을 만족하는 프리미엄 파라메트릭 EQ, 컴프레서, 게이트, 리미터가 내장되어 있어 추가적인 자원 소모 없이 핵심 다이내믹스 처리가 가능하다. 더불어 채널당 최대 24개의 플러그인을 개별 인서트할 수 있으며, 이펙터 슬롯은 네이티브 알고리즘 외에도 업계 표준인 VST 및 AU(Audio Units) 플러그인을 완벽하게 수용하여 유저가 평소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던 하이엔드 복각 프로세서들을 라이브 무대에서 그대로 구동할 수 있다.

다차원 공간 음향 믹싱 및 구(球)형 패너 아키텍처

기존 콘솔들이 스테레오나 5.1 서라운드 수준의 평면적 라우팅에 머물렀다면, 페어라이트 라이브는 설계 단계부터 완전한 이머시브 오디오(Immersive Audio) 및 공간 음향 믹싱을 상정하고 제작되었다. 1차원적인 좌우 패닝은 물론, 2D 평면 패닝, 상하 높이 값을 포함하는 3D 공간 패닝을 지원하며, 앰비소닉스(Ambisonics) 환경을 위한 완전한 구형 패너(Spherical Panner) 인터페이스를 터치스크린 내에 구현했다. 이를 통해 가상 현실(VR) 중계나 차세대 서라운드 방송 송출 시 엔지니어는 손가락 터치만으로 오디오 오젝트의 위치를 공간 내에 삼차원적으로 정밀하게 매핑할 수 있다.

128개의 VCA 그룹과 중첩된 VCA 구조

수많은 마이크 신호가 유입되는 대규모 라이브나 스포츠 중계 환경을 제어하기 위해 최대 128개의 VCA 그룹을 생성할 수 있다. 특히 페어라이트 라이브는 중첩된 VCA(Nested VCAs) 기술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축구 중계 시 경기장 내부의 수많은 이펙트 마이크들을 하나의 VCA 그룹으로 묶고, 해설자들의 마이크들을 또 다른 VCA 그룹으로 지정한 뒤, 이 두 개의 VCA 마스터를 다시 하나의 메인 FOH VCA 마스터 아래로 종속시키는 계층적 제어가 가능하다. 이는 엔지니어가 수백 개의 페이더 레이어를 오가지 않고도 단 몇 개의 마스터 페이더만으로 복잡한 현장 믹스의 전체 밸런스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 방송 워크플로: 하이엔드 토크백 및 믹스 마이너스

라이브 방송 중계에서 리모트 출연자와의 매끄러운 소통은 필수적이다. 페어라이트 라이브는 4개의 독립적인 토크백 그룹을 관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 로직을 내장하고 있으며, 큐 및 콘퍼런스 모드를 지원하여 조정실과 현장 스태프 간의 혼선 없는 통신 환경을 구축한다. 또한 리모트 출연자에게 에코나 피드백 없이 깨끗한 오디오 신호를 돌려보내기 위해 클릭 한 번으로 해당 출연자의 목소리만 제외된 메인 믹스를 자동으로 연산하여 송출하는 지능형 믹스 마이너스 버스 시스템을 기본 탑재했다.

멀티미디어 제어용 내장 큐 플레이어

콘솔 내부에는 타사 하드웨어 콘솔에서 보기 힘든 강력한 큐 플레이어(Cue Player) 엔진이 내장되어 있다. 이 엔진은 두 가지 독특한 신호 체계로 나뉜다. 첫째는 방송 오프닝 시그널, 로고 송, 징글, 이펙트 사운드 등을 즉각적으로 트리거할 수 있는 16개의 독립적인 오디오 큐 슬롯이다. 둘째는 무대 조명, 포그 머신, 특수 효과 하드웨어를 오디오 믹서에서 동시에 제어할 수 있도록 실시간 명령을 송출하는 16개의 MIDI 큐 슬롯이다. 엔지니어는 믹싱 도중 특정 신호 입력을 기반으로 조명과 효과음 명령을 동시에 제어하여 1인 프로덕션 환경에서의 연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디오 팔로우 비디오 및 가상 음향 점검

ATEM 스위처와 결합했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오디오 팔로우 비디오(Audio Follows Video, AFV) 기능은 최대 100대의 카메라 입력을 수용한다. 비디오 스위처에서 카메라 소스가 전환됨에 따라 페어라이트 라이브 내부의 해당 채널 페이더와 뮤트 값이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실시간으로 페이드 인·아웃을 수행한다. 또한 내장된 실시간 레코딩 및 재생 시스템을 활용한 가상 음향 점검(Virtual Sound Check) 기능은 리허설 시 연주자나 출연자가 무대에 없더라도 사전에 녹음된 멀티트랙 소스를 그대로 콘솔 내부로 리턴시켜 본 방송 직전까지 EQ와 다이내믹스, 공간계 이펙트 파라미터를 세밀하게 튜닝할 수 있는 안정성을 제공한다.


6c00e89a70c94.jpg


결론: 하드웨어 종속성 탈피와 라이브 오디오 생태계의 민주화

블랙매직디자인이 제시한 페어라이트 라이브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반 라이브 콘솔 시장의 장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도전이다. 전용 DSP 장비가 가진 물리적 공간과 채널 수의 제약을 소프트웨어 정의형(Software-defined) 아키텍처로 치환함으로써, 고가의 대형 콘솔을 도입하기 어려웠던 중소규모 방송국, 이스포츠 중계 스트리밍 업체, 고정형 교회 인스톨 필드에 하이엔드 SMPTE 2110 IP 워크플로와 공간 음향 믹싱 능력을 대중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피드백과 모터 페이더가 결합된 전용 오디오 패널 하드웨어 라인업은 소프트웨어 믹서가 가질 수 있는 조작감의 부재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다만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실시간 믹싱이 구동되는 만큼 호스트 컴퓨터 하드웨어의 안정성과 OS 환경의 신뢰성에 전체 시스템의 성패가 직결된다는 점은 보수적인 라이브 사운드 현장에서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 또한 아날로그 콘솔 본연의 물리 노브 조작에 익숙한 기성 엔지니어들에게 다단화된 LCD 터치스크린 중심의 GUI 아키텍처는 일정 수준의 적응 기간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TEM 비디오 스위처 생태계와의 완벽한 융합, 무제한에 가까운 채널 확장성, 그리고 실시간 공간 음향 연산 능력을 이 정도의 하드웨어 단가 안에서 구현해 낸 블랙매직디자인의 기술적 성취는 라이브 오디오 산업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Special Fea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