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이어폰Fostex T60RP MK2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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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염색을 접목해 하이엔드 사운드를 완성하다 

by 편집부, 자료제공: 사운드스트림(https://www.soundst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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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스(Fostex)는 T60RP MK2를 선보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i’를 붙인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제품명에 더해진 ‘-ai’를 보고 인공지능(AI)을 구현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이 스칠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접미사가 담고 있는 의미는 첨단기술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ai’는 일본의 전통 염색 기법 가운데에서도 정통으로 여겨지는 혼 아이(本藍, Hon Ai)를 가리킨다. 혼 아이는 식물성 천연 인디고(藍)만을 사용해 색을 내는 방식으로, 엄선한 재료를 오랜 시간 발효시키고 장인의 감각을 더해 깊고 농밀한 푸른빛을 완성하는 일본 고유의 공예 기술이다. 

혼 아이는 한국 전통 색채 가운데 ‘쪽빛’과 유사한 계열의 푸른색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쪽빛이 선명함을 드러내기보다 톤을 낮추고 주변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색이라면, 혼 아이는 보다 진한 톤으로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는 컬러 성향을 지닌다. 이러한 차이로 혼 아이는 ‘JAPAN BLUE’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본을 상징하는 색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널리 인식돼 왔다. T60RP MK2ai 역시 강렬한 하우징 컬러를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혼 아이 색채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하드 메이플 원목에 정통 염색 기법이 더해지면서,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감과 나뭇결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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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메이플 원목에 혼 아이 염색 기법이 더해져 멋과 소리를 모두 구현했다. 


혼 아이 메이플 원목과 4세대 RP 기술의 시너지 

‘일본 장인 정신이 깃든 헤드폰’이라는 표현은 자칫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포스텍스 T60RP mk2ai를 살펴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혼 아이로 염색된 하드 메이플 원목 하우징과 50년 이상 진화를 거듭해 온 RP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의 결합은, 단순한 디자인 선택이나 부품 조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반복적인 검증 없이는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 이상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두 요소는 외형과 내부 구조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소리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도착한다. 혼 아이는 하우징 표면을 도장으로 덮거나 색을 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 염색을 통해 목재의 결을 살리며 색을 입히는 공정이다. 그 결과 표면을 두껍게 코팅하는 방식에 비해 목재의 물성을 가리지 않고, 하드 메이플이 지닌 밀도와 강성 같은 특성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하드 메이플 원목은 높은 밀도와 단단한 성질 덕분에 공진 제어에 유리한 재료로도 알려져 있다. 하우징이 불필요한 울림을 과장하기보다 구조적으로 단단한 기반을 제공하면서, 드라이버의 반응을 보다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시각적으로는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하우징이지만, 소리에서는 불필요한 착색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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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RP 드라이버의 핵심은 구동의 ‘균일성’과 ‘응답성’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여기에 4세대로 진화한 RP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가 더해진다. 포스텍스의 RP 기술은 평면 진동판 전체를 정위상으로 구동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으며, T60RP mk2ai에는 최신 4세대 RP 드라이버가 탑재됐다. 4세대 RP 드라이버의 핵심은 구동의 ‘균일성’과 ‘응답성’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진동판을 샌드위치 형태로 감싸는 자석 수를 늘리고, 인쇄 코일(printed coil)의 패턴을 새로 설계해 진동 영역을 확장·평준화했다. 동시에 자기 회로를 재구성해 자속 분포를 최적화함으로써, 진동의 균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공진을 억제했다. 

그 결과, 응답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소리의 시작과 끝이 보다 명확해졌다. 저역에서는 에너지가 퍼지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중역에서는 음상이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정위감이 살아난다. 고역은 결이 고운 디테일이 과장 없이 이어진다. 이는 혼 아이 메이플 원목이 지닌 물성적 안정감과 맞물리며, 하이 스피드, 고해상도, 정확한 정위감이라는 사운드 성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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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배선에 7N급 OFC 케이블을 사용해 신호 전달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송 특성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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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suede® 이어패드를 적용해 편안함과 밀착감 모두 뛰어나다. 


오롯이 사운드를 드러내다 

포스텍스 T60RP mk2ai의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요소는, 바로 7N 등급 고순도 OFC 내부 배선과 Ultrasuede® 이어패드다. 내부 배선에 사용된 7N(99.999999%)급 OFC 케이블은 신호 전달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송 특성을 끌어올리려는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소리를 ‘극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배경을 정돈해 미세한 정보가 보다 또렷하게 드러나도록 정리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인상을 준다. 리버브의 잔향이나 심벌의 소멸음처럼 작은 신호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짐 없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은, 이런 설계 의도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Ultrasuede® 이어패드는 인조 가죽 대비 표면 반사가 적어 귀 주변에서 소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고역을 무디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극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밀착감이 안정적이어서 장시간 청취에서도 피로도가 낮고, 좌우 음상의 균형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정위감과 공간 표현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의 완성도로 묶어내는 데 있어 ‘생산지’가 지닌 상징성과 공정의 일관성 역시 빼놓기 어렵다. T60RP mk2ai는 포스텍스 공식 설명 기준으로 T60RP 시리즈 중 최초로 일본에서 제작되는(Made in Japan) 모델이며, 각 유닛이 일본 내 공장에서 정성스럽게 조립된다. 일본 생산이라는 조건은 소재와 공정의 조합이 까다로운 제품에서 특히 의미가 커진다. T60RP mk2ai가 ‘전통 공예의 하우징’과 ‘4세대 RP 드라이버’라는 복합 조건을 내세우는 만큼, 일본 공장에서의 조립은 그 자체로 완성도와 균일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T60RP mk2ai는 특정 요소 하나가 두드러지기보다, 하우징, 드라이버, 배선, 이어패드가 동일한 방향성 아래 정리된 구조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헤드폰이다. 혼 아이로 염색된 하드 메이플 하우징은 물성의 기반을 제공하고, 4세대 RP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는 응답성과 해상도를 책임진다. 여기에 7N 내부 배선과 Ultrasuede® 이어패드는 신호와 착용 환경을 정돈하며, 앞선 요소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요소가 일본 내 공장에서 조립되는 생산 체계 안에서 하나의 결과물로 수렴했다는 점은, T60RP mk2ai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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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60RP mk2ai 하우징에는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감과 나뭇결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투명함 위에 올려진 나무의 울림

4세대 RP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는 빠르고 정확한 트랜지언트를 바탕으로, 정제된 모니터링 사운드에 최적화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음의 어택과 릴리즈가 또렷하고 대역 간 연결이 명확해, 소리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제작 환경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포스텍스 T60RP mk2ai는 4세대 RP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의 투명하고 플랫한 모니터링 성향을 기반으로, 하드 메이플 원목 하우징 특유의 자연스러운 울림과 질감을 결합한 모델이다. 투명하고 플랫한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소리에 온기와 여유를 부여해, 음악을 보다 풍부하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일례로 포스텍스 T50RP mk4는 4세대 RP 드라이버의 특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모델로, 모니터링 성향이 두드러지는 음악 제작용 레퍼런스 헤드폰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비해 T60RP mk2ai는 투명하고 정돈된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밀도감 있는 저역과 자연스러운 잔향이 더해져 청음의 재미를 배가한다. 저음은 과도하게 부풀지 않으면서도 무게 중심이 안정적으로 내려가, 음악 전반에 차분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모니터링 헤드폰의 정확성과 감상용 헤드폰의 음악성을 균형 있게 결합한 점이 T60RP mk2ai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앰프와 DAP를 바꿔가며 매칭하면 소스 기기나 구동 기기의 캐릭터가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나는 편이라, 다양한 기기를 갖춘 유저에게는 ‘기기 바꿔 듣는 재미’가 확실히 살아난다. 

T60RP mk2ai의 저역은 절제와 밀도의 균형이 특히 인상적이다. 베이스는 충분한 무게 중심을 지니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부풀지 않아, 저음이 음악의 전면으로 튀어나오기보다는 전체 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어택 이후의 잔향 제어가 깔끔하게 이뤄져, 쫀득한 탄력은 유지하면서도 번짐이나 들러붙는 느낌은 남기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저음이 중·저역 경계에서 뭉개지지 않고, 베이스와 킥, 리듬 악기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구분된다. 

하드 메이플 원목 하우징은 청감상 저역 에너지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불필요한 울림이 과도하게 강조되기보다는, 저역의 텍스처와 레이어가 정리된 상태로 전달돼 거칠게 밀어붙이는 저음이 아닌, 결이 살아 있는 섬세한 저음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T60RP mk2ai의 저역은 양감이나 임팩트보다 질감과 제어력을 중시하는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중역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촘촘한 정보량을 바탕으로, 악기의 질감과 하모닉스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기타, 피아노, 현악기에서는 나무 하우징 특유의 질감이 과장 없이 담백하게 스며든다. 동시에 RP 드라이버의 장점인 정확한 정위감과 선명한 이미징이 중역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역은 T60RP mk2ai의 디테일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부드럽게 정돈된 고음은 필요 이상으로 날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디테일을 그려낸다. 다소 차가워질 수 있는 고역에 메이플 하우징이 은은한 온기를 보태며, 세미 오픈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개방감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빠른 응답과 제어력 덕분에 정위감이 또렷해, 스테이지의 분위기와 감정선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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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정신으로 완성되다 

포스텍스 T60RP mk2ai는 “왜 여전히 우리가 아날로그 장인 정신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느껴진다. 반세기에 걸쳐 다듬어온 RP 기술의 정밀함은 도쿠시마 지역의 정통 혼 아이 염색 기법과 하드 메이플 원목의 물리적 특성과 만나, 기술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결과물로 완성됐다. 

또한 냉철한 판단을 요구하는 모니터링 도구로서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리의 결과 여운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함께 제시한다. 정확한 사운드를 요구하는 엔지니어와 음악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하이엔드 유저 모두에게, 이 헤드폰은 기술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이상적인 지점을 제시한다. “Made in Japan”이라는 이름 아래 완성된 T60RP mk2ai는, 포스텍스가 지난 50년간 축적해 온 철학의 결과이자 앞으로의 50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포스텍스 T60RP mk2ai는 ‘장인 정신’이라는 수식어를 감성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설계 단계부터 소재 선택, 제작 공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선택이 청감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통해, 그 의미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이는 헤드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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