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컨슈머/액세서리Phatlab Chimera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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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과 JFET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포터블 앰프 

by 구현모 기자, 자료제공: 사운드스트림(https://www.soundstream.co.kr/) 



그리스 신화 속 ‘키메라(Chimera)’는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통, 뱀의 꼬리를 지닌 괴수로 묘사된다. 이 상상 속 존재는 생물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지닌 두 생물이 결합된 ‘키메라 생물’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으며, 현대문화에서는 흔히 ‘불가능하거나 환상적인 것’을 의미할 때 사용된다. 이러한 상징성은 많은 창작자와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주며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대만의 하이엔드 포터블 앰프 및 DAC 전문 제조사 Phatlab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터블 진공관 앰프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이 선보인 Chimera 시리즈는 진공관 방식과 JFET 방식 두 가지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포터블 앰프다. 지금까지 진공관 앰프는 거치형과 포터블 양쪽에서 다양하게 출시되어 왔지만, 두 방식을 하나의 제품에 통합한 경우는 Chimera가 최초다. 그런 점에서 Phatlab이 이 모델에 ‘Chimera’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환상처럼 여겨졌던 기술을 현실로 구현해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Phatlab은 4.4mm 밸런스드 단자를 추가한 최신 모델 Chimera GT를 통해 더욱 진보된 듀얼 모드를 선보였다. 


Chimera GT는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섀시와 볼륨 노브, 스위치 등으로 미적인 아름다움과 편리한 사용성을 모두 갖췄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방식의 장점을 모두 품다 

진공관 앰프의 매력은 특유의 온화하고 따뜻한 사운드, 그리고 불빛이 빛나는 시각적 만족감에 있다. 물론 트랜지스터 앰프에 비해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하고 발열도 높지만, 오히려 이런 특성 덕분에 사용자가 오디오 매칭에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악기처럼 음색을 조율하는 재미가 있으며,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사운드를 선호하는 하이파이 유저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포터블 오디오에서는 휴대성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다소 불리해 진공관 방식은 주류가 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지원하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Chimera GT는 진공관 특유의 따뜻한 소리를 즐기면서도, 필요에 따라 JFET 방식으로 더 높은 효율과 발열 제어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Chimera GT는 예열 없이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가 30분 이상의 예열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별도의 예열 없이 바로 작동하며, 진공관 사용 시 발생하는 열도 효율적으로 제어해 안정성을 높였다. 게다가 외부 충격에 대비한 내구성과 신뢰성도 확보해 휴대용 제품으로서 만족도를 더해준다. 

Chimera GT는 연속 재생 기준 약 20시간 사용이 가능하며, 충전에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충전 어댑터는 기본 제공되지 않지만, 일반적인 USB-C 타입의 5V 2A PD(Power Delivery) 충전기를 지원하여 호환성이 뛰어나다. 지원 임피던스는 15Ω부터 600Ω까지, 주파수 응답은 5Hz~60kHz. 출력은 30Ω 기준으로 3.5mm 단자에서 600mW+600mW이고, 4.4mm 밸런스드 단자에서는 900mW+900mW로, 다양한 하이엔드 헤드폰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넉넉한 출력과 성능을 제공한다. 


전면 패널에는 4.4mm와 3.5mm 출력 단자와 하이/로우 게인 스위치, 3.5mm 언밸런스드 인풋 단자, 전원/볼륨 노브가 위치해 있다. 


후면 패널에는 4.4mm와 3.5mm 전환 스위치와 JFET와 TUBE 전환 스위치, 그리고 4.4mm 밸런스드 인풋 단자가 위치해 있다. 


세련된 앰프 디자인과 진공관의 아름다움 

Chimera GT의 외관은 견고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을 자아내며, 음향기기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기계적인 정밀함’과 ‘감성적 만족감’ 사이의 균형이 잘 맞추고 있다. 무광 블랙 알루미늄 소재는 CNC 정밀 가공으로 마감됐으며, 헤어 라인 처리가 적용되어 세련된 인상을 주고, 모서리는 라인딩 처리되어 부드럽게 이어진다. 

상단에는 강화유리 패널이 적용되어 작동 시 붉게 빛나는 진공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디오의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하며, 아날로그 특유의 감성이 다시금 주목받는 현재의 트렌드와 잘 어울린다. 측면에는 입체적인 라인을 더해 그립갑을 높이는 동시에 시각적인 완성도도 갖췄다. 하부는 질감이 느껴지는 마감과 함께 모서리 네 곳에 고무 패킹이 삽입되어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거치된다. 

전면 패널에는 3.5mm 언밸런스드, 4.4mm 밸런스드 헤드폰 출력 단자가 왼쪽에 있고, 오른쪽에는 금속 재질의 볼륨 노브가 위치해 있다. 볼륨 노브는 미세한 저항감을 통해 정확한 조절이 가능하며, 돌려서 온/오프 작동이 함께 이뤄져서 편리하다. 볼륨 노브의 왼쪽에는 하이/로우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어, 저 임피던스 이어폰부터 고 임피던스 헤드폰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날로그 기기를 다루는 감성을 잘 느낄 수 있고, LED 인디게이터를 통해 전원이 잘 들어오고 배터리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후면에는 충전용 USB-C 포트와 4.4mm 밸런스드 입력 단자가 있고, 진공관과 JFET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가 자리한다. 모드 변경 시 별도의 재부팅 없이 즉각 전환되는 구조는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며, 실사용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상단에는 강화유리 패널과 알루미늄 마감이 조화를 이뤄 멋진 디자인을 보여준다. 


강화유리 패널 사이로 붉게 빛나는 진공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하나의 바디에 두 개의 사운드 

앰프는 오디오 신호를 증폭해 최종단의 리시버(스피커나 헤드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리시버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만큼, 오디오 신호의 퀄리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청취자가 원하는 볼륨과 다이내믹스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출력 능력은 물론 회로 설계, 부품 선택, 제조 기술력까지 앰프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출력 장비일수록 발열, 노이즈, 안정성, 내구성 등 복합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한 정밀한 엔지니어링이 요구된다. 

Phatlab은 2015년 대만에서 설립된 기술 중심 오디오 브랜드로, Phantasy, Sassy, Chimera 시리즈 등 다양한 헤드폰 앰프를 자체 개발해 왔다. 진공관, Class-A 증폭 등 아날로그 감성에 기반한 전통적인 오디오 기술을 현대적인 설계와 접목해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러한 기술력의 정점에서 새롭게 선보인 제품이 바로 Chimera GT다. 

Chimera GT의 가장 큰 특징은 듀얼 사운드 모드다. 스위치 하나만으로 진공관 모드와 JFET 모드 간 전환이 가능하며, 서로 다른 사운드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두 모드 간 전환도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특히 4.4mm 밸런스드 출력 시의 개방감과 다이내믹스는 인상적이며, 해상도와 공간 표현력 모두 하이엔드 포터블 앰프 수준에 도달해 있다. 참고로 이번 청음은 대부분 4.4mm 밸런스드 단자를 사용한 헤드폰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3.5mm 언밸런스드는 비교 청음을 위해 일부 사용되었다. 

Chimera GT의 기본적인 사운드 톤은 음원 본연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따뜻함을 기반으로 한다. DAP에 직접 연결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더 뚜렷한 구분감과 선명도가 느껴지며, 고출력 앰프 특유의 파워풀한 사운드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DAP 단독 구동에서는 사운드가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지고, 디테일의 밀도나 다이내믹스가 부족하게 들리는 반면, Chimera GT의 JFET/진공관 모드를 사용할 경우 소리의 윤곽이 보다 또렷하게 살아난다. 악기 간의 위치가 명확히 분리되고, 보컬의 입체감이 강조되며, 음악 전반의 에너지감과 생동감이 살아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치 평면적인 사운드에 입체적 구조와 강약의 흐름이 입혀지는 느낌이다. 

먼저, JFET 모드는 정제된 해상도와 정확한 밸런스에 집중한 사운드 스타일로, 진공관 모드에 비해 전체적으로 다소 드라이하지만 세부 뉘앙스를 더욱 섬세하게 살려낸다. 고역의 투명도가 높아지고, 음상이 선명하게 맺히며, 저역도 타이트하게 조여져 있어 EDM, 록, 대편성 클래식 등 빠른 트랜지언트와 정확한 분해능이 필요한 음악에서 인상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DAC와 헤드폰의 해상도를 더 정밀하게 드러내고 싶을 때 유용한 모드다. 

다음으로, 진공관 모드는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으로 감성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중역대가 살짝 부풀려져 보컬이나 현악기, 재즈, 어쿠스틱 장르에서 특히 빛을 발하며, 음의 여운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사운드의 경계가 부드럽게 녹아드는 특징이 있다. 트랜지언트가 둥글게 다듬어져 장시간 감상 시 피로감이 적고, 진공관 특유의 온기와 감성이 살아 있다. 또한 구분감과 정위감이 또렷하게 표현되어,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리스너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한다. 

Chimera GT는 ‘좋은 소리’를 내는 앰프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즐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하나의 바디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사운드 엔진을 담아낸,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 앰프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단독 구동과는 확연히 다른 완성형 사운드를 구현하며, 음악의 본질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선택지다. 



마치며 

Phatlab은 Portability, Headphone, class-A, Tube의 앞 글자를 딴 이름으로, 휴대성과 고음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오디오파일을 위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Chimera GT는 그 철학을 잘 구현한 제품으로, 듀얼 앰프 구조를 통해 감성과 기술의 접점을 제시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두 사운드 캐릭터가 모두 독립적이면서도 일관된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공관 모드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울림 속에서 자연스러운 몰입감을 유도하며, JFET 모드는 음악을 보다 선명하고 논리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성격은 단지 기기의 성능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상 습관과 취향에 맞춘 맞춤형 감상 환경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또한 포터블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Chimera GT는 설계의 완성도, 소재의 정교함, 사운드 퍼포먼스 등 여러 면에서 하이엔드급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을 보여준다. Phatlab의 기술적 노하우와 브랜드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앰프는 단순히 소리를 키우는 장비가 아니라, 음악의 결을 풍부하게 풀어내고 청취자의 감각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사운드 도구다. 

결론적으로, Chimera GT는 하이엔드 포터블 오디오를 찾는 유저에게 음악적 유연성과 취향 중심의 감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복잡한 오디오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사운드를 정교하게 완성해 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앰프는 분명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최근 Fostex, Oriolus, Brise-Audio, PW Audio 등 세계적인 포터블 오디오 브랜드를 국내에 공급 중인 사운드스트림과의 공식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한국 사용자들도 더욱 쉽게 이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제품의 안정적인 유통과 사후 지원 체계까지 갖춰져, 앞으로 더욱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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