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Econo Design Clinic 이건호 대표(前 명지전문대 산업정보디자인과 교수): 인간과 문화, 기술을 잇는 스피커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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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문화, 기술을 잇는 스피커를 디자인하다

Econo Design Clinic 이건호 대표(前 명지전문대 산업정보디자인과 교수)


글: 구현모 기자


DIY를 해본 적이 있는가? “Do It Yourself(DIY)”는 스스로 만드는 재미와 함께 자신이 만든 제품을 소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DIY로 할 수 있는 것도 매우 다양해서 작은 피규어부터 시작해서 대형 가구까지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경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DIY KIT에는 제작 난이도가 있는데, 디자인된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것부터 직접 재료를 선택해 자르고 붙여서 색까지 입힐 수 있는 다채로운 베리에이션(Variation)을 갖는 제품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창작가가 이미 설계해 둔 가이드를 바탕으로 한다. 만약 이러한 가이드 없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한다면, 사실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수준이 될 것이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DIY 핵심은 창작자가 미리 설계해둔 가이드를 얼마나 충실하게 잘 수행해서 제작하는지라고 할 수 있다. 

DIY 스피커도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스피커로, 제작 난이도가 있다. 단순히 인클로저를 조립하는 것부터 인클로저 설계부터 드라이버 선택, 그리고 사운드 튜닝에 이르는 스피커의 전 과정에 참여해 제작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라면 스피커 개발에 가까운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만큼 스피커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풍부한 음향지식, 더불어 제조능력이 갖춰져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고양아람누리 갤러리에서 열린 이건호 대표의 'BEACON 스피커 디자인' 전시회는 누구나 제품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한 Econo Design Clinic 이건호 대표는 산업디자인 전문가로, 음향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접근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DIY 스피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품에 대한 전체 컨셉트를 기획하는 것부터 사운드 성향을 결정짓는 드라이버 선택과 그에 적합한 스피커 인클로저 디자인과 소재 선정,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개인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스피커 제조사들이 팀 단위의 개발인력을 두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규모를 개인이 도맡은 것으로, 뛰어난 개발역량 못지 않게 음향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힘든 작업이었다. 그 결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디자인과 그에 걸맞은 사운드 성향을 잘 들려준다. 특히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스피커 디자인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보는 오디오를 멋진 오브제로 탈바꿈한 이건호 대표의 작품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의 마감에 필적할 만한 뛰어난 빌드 퀄리티를 통해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만족감을 더한다. 

avMIX 취재진은 얼마전 고양아람누리 갤러리에서 열린 이건호 대표의 'BEACON 스피커 디자인' 전시회를 찾았다. 이곳에서 이건호 대표가 직접 개발한 BEACON 스피커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소리를 디자인한 멋진 스피커를 감상하면서, 소리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사운드스트림의 방문객

얼마전 국내 포스텍스(Fostex)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사운드스트림의 김근호 대표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포스텍스의 스피커 드라이버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묻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스피커 구입 문의가 아닌, 드라이버를 구입한다는 제안에 의아함과 흥미로움을 느꼈다. 이후 고양아람누리 갤러리에서 열린 이건호 대표의 'BEACON 스피커 디자인' 전시회에서 실제 제품을 확인하고는 놀라움과 감탄이 터져 나왔는데, 한국에서 보기 힘든 DIY 스피커라는 점에서도 놀랐지만 전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뛰어난 퀄리티의 스피커라는 점에서 탄성이 나왔다. 세계적인 음향기업인 만큼 포스텍스 드라이버는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처럼 고품질의 스피커에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포스텍스는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6301 라인업부터 PM 라인업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베스트셀링 모니터 스피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 제품은 명료도 높은 선명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정확한 음 표현으로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사랑을 받으며, 방송국을 비롯해 레코딩 스튜디오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포스텍스는 GX100BJ 하이파이 스피커와 하이엔드 포터블 오디오를 통해 다양한 사용자들의 니즈에 충족하는 폭넓은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건호 대표가 제품 디자인 철학의 세 가지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텍스 드라이버를 선택한 영향일까? 이건호 대표는 포스텍스 드라이버를 탑재한 BEACON 스피커를 개발하고, 본인이 구현하고자 했던 사운드를 너무나 완벽하게 잘 들려주고 있어 가장 큰 애착이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자택에도 설치해 놓고 아침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포스텍스 외에도 프랑스산 드라이버와 미국산 드라이버를 채택해 스피커를 개발했는데, 세 제품의 사운드 성향에 뚜렷한 차이가 있어 소비자의 음악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BEACON 스피커를 보고는 감탄을 자아내는 놀라운 빌드 퀄리티와 아름다운 외관에서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에 필적하는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이건호 대표의 약력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데, 지난 35년간 명지전문대 산업정보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올리며, 후학양성에 힘썼으며 수많은 한국의 산업 디자이너가 전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앞서 이건호 대표의 디자인 교육에 대한 제안을 하나 소개했다. 그는 현재 우리 교육현장에서 IQ(Intelligence Quotient) 혹은 TQ(Thanks Quotient)를 활용하지만,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DNA를 통한 디자이너의 성향에 맞는 그룹별 교육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교수는 각 개인의 DNA 자료를 보고 적성에 맞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고, 각 DNA 특성에 맞춰 그룹별로 묶어서 적합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등 특화교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두 통의 스피커 사이에 있는 이미지는 소리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한 제품을 디자인하다

이건호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오디오파일로 활동하면서, 좋은 사운드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다. 또한 ‘라이프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 철학을 통해 사용자를 위한 제품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인문학 기반의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BEACON’ 스피커다. BEACON 스피커는 풀레인지 방식의 무지향성 사운드를 기반으로 블루투스 무선연결을 지원한다. BEACON이라는 이름 자체가 등대, 신호등을 의미하면서, 블루투스 기반의 신호전달 장치를 의미한다. 실제로 BEACON의 외관은 등대 혹은 신호등처럼 기둥이 올라선 모습이고 무선 연결을 지원해 편리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센스 있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완성된 스피커는 세 가지로, ‘RHOME TRIANGLE SPEAKER’. ‘BEACON I SPEAKER’. ‘BEACON II SPEAKER’가 그것이다. 세 스피커 모두 생활환경에 따라 선택하여 구조적 편의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Ceiling Type, Waling Type, Standing Type으로 나뉘어 있다. 각 타입에 따른 다양성은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의 범위를 넓혀 주어 다른 제품들과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스피커 디자인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색깔과 모양을 고려한 One Body(Speaker Head)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외관에는 Neo-Style을 가미해 각 스피커만의 독특한 매력을 드러냈다. 음과 형태에 대한 합리적 처리를 주요하게 고심했고, 가정과 오피스, 인테리어 소품 및 장식품 등 다양하고 합리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특유의 무지향성 사운드를 통해 부드럽고 균일하게 퍼지는 맑고 담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건호 대표가 직접 제작한 스피커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색상, 편안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소비자의 욕구를 넘어 감동을 주는 디자인 

이건호 대표는 BEACON 스피커를 소개하면서,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Simple is Best’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애플의 경영철학인 ‘편리한 디자인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사양은 복잡해진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떨쳐내고, 창의적인 제품 디자인으로 성공적인 호응을 이끌어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세계시장은 이제 소비 중심시대로 접어들었고, 이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문화의 흐름으로 형성되는 창조적 핵심은 ‘디자인 사고’입니다. 관념 속에서 아이디어를 창출해 기술의 역할과 소비자의 욕구가 디자인에 합당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디자인은 제품의 ‘겉모양새’가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및 대중의 수준높은 안목과 실제 생활에 대한 적용으로 제품 선택의 폭이 디자이너의 비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으로 옮겨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디자인은 기술 중심의 한계를 넘어 기술과 감성의 융합시대, 창조적 시대로의 진일보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이처럼 기술과 감성이 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집단 혹은 기업 간의 연계를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건호 교수가 Econo Design Clinic을 통해 활동하려는 계획도 다양한 기업과 협업(Co-Work)를 통해 각자의 장점을 융합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건호 대표는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제품은 소비자가 사용하는데 의미를 갖습니다. 인간과 문화는 뗄 수 없는 관계로 문화가 변하면 이에 따라 인간도 변합니다. 그런데 제품이 문화와 인간을 따르지 못한다면, 좋은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라이프 스타일에 근간을 둔 디자인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개발하며, 최종 평가하는데 이르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는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건호 대표는 1979년 일본 국립치바대학 공학부 디자인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일찍이 SONY 워크맨 열풍을 일본 현지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SONY 워크맨의 인기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시기였지만, 이에 앞서 일본의 가전제품이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일본 디자인에 대한 국가적 정책이 마련되고 기업의 연구실적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의 성공적인 디자인 정책을 지켜본 이건호 교수는 국내에도 시급하게 디자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후 한국산업디자인 환경, 제품 디자인 심사위원, 서울 88올림픽 기념관 건립 조형물 심의위원 등을 맡아 국내 디자인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명지전문대 산업정보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특허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의 디자인 산업이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도록 힘썼다. 

(왼쪽부터) 윤익한 화백, Econo Design Clinic 이건호 대표, 사운드스트림 김근호 대표


음향 전문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하다

현재 이건호 대표는 스피커를 기획하고 디자인 및 설계하면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스피커를 전문으로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협력 또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제품 기획과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고, 스피커 개발과 생산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스피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에는 뛰어난 음향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은 만큼 이건호 대표의 우수한 기획을 통한 빼어난 디자인이 접목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전세계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제품 기획과 디자인이 적용되어, 음향과 디자인, 인공지능 기술력을 모체로 한 기업과의 협력도 가능해 보인다. 이를 통해 인간과 문화, 기술이 융합한 한국산 스피커를 세계에 선보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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