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복지 공간으로
경상남도교육청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글 이무제 기자
자료제공 (주)에이브이팀
많은 사람들이 ‘복지’라고 하면 대부분 의료나 생계 등을 지원해주는 것으로만 국한해서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먹을 것, 곧 생존만 해결된다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된 만큼 이제는 좀 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삶의 질’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화복지’가 현재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도시 재생’이다. ‘도시 리노베이션’이라고도 불리는 이 흐름은 세월의 변화에 따른 도시 기능의 변화, 그리고 구성 인구 및 연령층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존의 도시 시설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은 그저 빈 터에 도시를 확장해나가던 상황이었지만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도시화율을 자랑하는 지금은 이제는 기존의 도시를 잘 가꾸고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경상남도교육청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김옥진 관장, 이하 지혜의바다도서관)은 주민들의 문화복지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버려졌던 시설을 재활용하여 도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모범적인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2019년 3월,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위치한 주촌초등학교가 주동초등학교와 통합 이전 되면서 기존의 시설이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일반적으로 ‘폐교’라고 하면 시골에서 학령 인구가 지나치게 적어 문을 닫는 학교를 말하지만 이 곳은 바로 인근의 김해 서부 신도심지와 더불어 김해 장유 신도시 사이에 접하고 있어서 이 곳을 그냥 버려두기에는 지나치게 아까운 일이었다.
이에 경상남도교육청은 이 곳을 김해를 대표하는 문화복지 공간 및 산업 지원 공간으로 변모시키기로 결정하고 학교 건물 전체 및 체육관 시설을 모두 활용하여 현재의 지혜의바다도서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먼저는 체육관 건물을 이용하여 기존의 도서관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진 ‘바다동’이 공개되었으며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이에 고무된 경상남도교육청이 이후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바다동과 연결시켜 연속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구현한 ‘지혜동’을 2023년 말에 확장 개관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 입구
지역 사회의 문화복지를 책임지다
문화복지는 기존의 ‘복지’의 개념에 가까웠던 ‘사회복지’와는 상대되는 어휘로 절대 빈곤을 벗어난 상태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복지이다. 삶의 질에는 물론 의식주의 해결, 그리고 그 만큼의 경제적 소득의 향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추구다. 언뜻 보면 이는 굉장히 소비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문화도 하나의 큰 산업을 이루며 경제의 큰 축을 지탱하고 있다. 만약 문화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소득층부터 중간 분위까지 문화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일종의 ‘허들’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 전체의 문화 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기존의 주촌초등학교 공간을 새로운 융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김해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지혜의바다도서관은 2019년 개관 이래 지식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2023년 지혜동 강좌실을 새롭게 디자인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독서와 문화,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융합형 복합독서문화공간과 더불어 배움과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완성체인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지혜의바다도서관은 단순히 지역 주민들에게 하나의 ‘대형 도서관’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고 즐기며 동시에 도서관 이용자들이 직접 문화 콘텐츠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복합적인 장을 마련한다.
김해의 경제 공동체가 상생하는 장이 되다
경남 김해시는 오랫동안 김해평야를 통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양질의 곡창 지대로, 또 낙동강이라는 자연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산과 창원 사이에 위치한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대한민국 남부를 대표하는 경공업 지대로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마침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은 김해골든루트 일반산업단지, 이지 일반산업단지, 서김해 일반산업단지 등 다양한 산업단지와 더불어 기존부터 풍부했던 농업단지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지혜의바다도서관은 인근의 산업 및 농업 단지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시설과 콘텐츠들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설립된 지혜동에서는 독서 및 학습 동아리 활동 공간, 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이 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2층의 ‘지혜대장간’, ‘영상제작소’에서는 음향·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 등 양질의 시설과 더불어 다량의 3D 프린터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누구든지 이 곳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내고 또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1층 공간에는 ‘기업사랑방’이 자리잡아 김해 지역의 중소기업 제품들의 전시 및 홍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다동은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각 공간들은 계단 등의 요소로 가볍게 분리되어 있다.
지식의 파도를 걷다-바다동
바다동은 최초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설립될 때의 정체성 그 자체다. 처음에는 바다동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면적상 전체 도서관의 절반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바다동의 시각적인 현란함과 광활함, 그리고 곳곳에 주목해서 봐야 할 아기자기한 디테일은 지역 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트렌디함을 갖췄다.
바다동에서 특별하게 주목해봐야 할 것이 있는데 기존의 체육관 시설을 활용한 만큼 ‘바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책들이 그야말로 끝없는 파도처럼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많은 도서관들이 현실적 이유로 다양한 각종 도서들이 종류별로 공간을 나눠 배가되고 있지만 이 곳에서는 모든 도서들이 말 그대로 ‘한 곳’에 모여있어서 요즘 특별히 강조되는 지식의 ‘연결’과 ‘통섭’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한 곳에 모여있으면서도 결코 난잡하지 않다. 통합된 공간 안에서도 각 공간은 적절한 인테리어 요소 및 3차원적인 공간 분리를 담당하는 계단 등을 통해 꽤 많은 구역으로 분리된다. 이러한 분리와 연결의 적절한 조화는 최근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는 소양이다.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 학생, 주민들은 분명히 자연스럽게 바다동의 공간을 통해 ‘자연스러운 조화’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바다동의 구조는 1층은 구별된 층으로 사무실, 어린이 자료실, 별빛마루, 공룡마루 등으로 이뤄져 있어서 어린이 특화 공간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2층과 3층은 이전에는 체육관을 담당했던 넓은 곳으로 이 곳이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의 아이코닉한 그 모습을 갖춘 장소다. 특히 바다동 2층에서 주목할 공간은 바로 ‘지혜마루’다. 수 백명 이상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바다동 2-3층 공간은 공연 및 강연 공간으로도 매우 적합하다. 이에 따라 도서관 측은 지혜마루 공간을 완전한 콘서트까지 가능한 무대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들은 창원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회관, 성당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온 (주)에이브이팀이다. 이 공간의 음향·영상 시스템은 비록 이들이 주로 맡아왔던 것만큼 최고급도, 대규모도 아니지만 이들은 변함없는 정성으로 지혜마루를 완벽한 공연 무대로 만들어냈다.
바다동 2-3층 공간에 자리잡은 지혜마루는 음향, 영상, 조명을 모두 갖춘 무대설비를 자랑한다.
메인 스피커 시스템은 극도로 컴팩트하여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SE Audiotechnik M-F3A 스피커 클러스터. SE Audiotechnik S15Pro 서브우퍼.
북콘서트부터 음악 공연까지-지혜마루
‘지혜마루’는 지혜의바다도서관의 바다동 2-3층 공간에 자리잡은 무대를 말한다. 이 곳은 사진에서 보이듯이 다량의 도서들이 책장에 꽂혀있어서 평소에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도서들을 열람하며 이 곳에서 책읽기를 즐긴다. 무대는 사뭇 높지만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서 바닥과 분리된 느낌이 들지 않으며 또 이 계단을 이용해 이 곳에 앉아 책을 즐기는 이용객들도 많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및 토요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연 및 강연 프로그램에서는 이 지혜마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다동의 2-3층 공간은 매우 넓기 때문에 단번에 수 백명의 관객들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자유롭게 보면서 수준높은 강연 및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또 완전히 무료로 참석이 가능하기에 시민들의 호응이 굉장히 높다.
본지의 취재를 도와준 홍수진 주무관은 음향 시스템의 도입으로 대단히 만족감이 컸다고 한다. “이전에는 소리가 명료하지 못하고 또 피드백도 대단히 심해서 양질의 공연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이 떨어지니 좋은 강사나 공연팀을 섭외하기도 부담이 컸죠. 처음에 에이브이팀과 미팅을 하고 제품을 결정한 후 실제 스피커를 보았는데 이전에 설치된 제품보다도 크기가 작아서 너무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이내 소리를 들어보고 그 작은 스피커가 바다동 2-3층 전체 공간을 부족하지 않게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크게 만족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음향 성능 뿐 아니라 케이블이나 장비들을 지저분하지 않게 완전히 매립 설치해주셔서 바다동의 상징적인 인테리어 요소를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현재 음향 시스템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올해는 강연 및 공연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공간 전체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도서관의 가치가 제고되고 이용자들에게 더욱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재 지혜마루에 설치된 스피커 시스템은 SE Audiotechnik의 제품으로 독일의 기술력으로 중국에서 제작되는 가성비 높은 스피커 시스템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된 메인 스피커인 M-F3A는 외형상으로는 일반적인 소형 스피커처럼 보이지만 단 한 통으로도 라인소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엄연한 라인어레이 스피커에 속한다. 구조 또한 특이하여 2.8인치의 MF 유닛이 8개가 배치되었고 그 앞에 7개의 트위터가 라인 배치되었는데 이 구조는 좌우 대칭으로 일종의 수평 동축 구조를 형성한다.
크기는 317 x 265 x 359 mm, 무게는 8.3kg으로 매우 컴팩트함에도 불구하고 합계출력 600W의 파워앰프가 bi-amp로 내장되어 있으며 각 채널은 고성능의 DSP로 콘트롤되어 최상의 지향성과 주파수 반응을 실현한다. 이에 따른 성능은 100Hz~20kHz의 영역을 129dBSPL로 방출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소형 라인어레이급의 성능에 부합한다. 현재 설치된 물량은 LR 배치로 각각 2통씩, 총 4통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 물량으로도 수 백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바다동 2-3층 전체를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함께 조합된 서브우퍼는 S15Pro이다. 단일 15인치 서브우퍼 유닛을 사용하는 이 스피커는 M-F3A의 부족할 수 있는 저음을 받쳐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형공간에서는 자칫 부족할 수 있는 15인치급이지만 효율을 극대화하는 벤트 구조를 채택해 33~128Hz의 저음을 무려 136dBSPL로 방출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메인스피커 클러스터 바로 옆에 무대 안쪽을 향하는 소형 스피커를 두었다는 것이다. SE Audiotechnik의 소형 스피커는 작은 크기임에도 고성능을 발휘하기에 무대 안쪽의 명료도를 향상시키기에 충분하며, 또한 저음은 메인 스피커에서 방출되는 양으로도 충분하기에 물량을 적게하면서도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어쿠스틱 성능을 최대한의 퀄리티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간소함과 깔끔함을 실현한 방송실 설비. 믹싱 콘솔은 Midas M32R Live를 사용했으며 에이브이팀 측에서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여 기능을 배치했다.
한편, 인근에 위치한 방송실에서는 Midas M32R Live 믹싱 콘솔이 설치되어 컴팩트함과 조작성, 범용성, 풍부한 용량, 편리함, 퀄리티를 모두 실현했다. 또한 디지털 믹싱 콘솔은 비전문가가 사용하기 어려운 편에 속할 수 있는데 에이브이팀은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통해 비전문가도 사용하기 쉽도록 프리셋 및 유저-디파인 키를 설정하여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사용자가 최적의 음향적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영상 및 음향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인 ‘영상제작소’가 지혜동에 위치했다.
콘텐트 향유를 넘어 콘텐츠 창작으로-지혜동
2023년 말에 개관되어 아직도 새 인테리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지혜동은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징한다. 기존의 바다동이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도서관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면 지혜동은 도서관 이용자들이 향유한 도서와 자료를 바탕으로 소통과 창작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에 따라 ‘더채움’은 4개의 강의실로 이 곳에서는 평생학습프로그램들이 이뤄진다. 여기에 독서동아리 및 학습동아리 활동 공간인 ‘책마실’과 ‘사색마실’, 10여대의 3D 프린터 및 각종 공작기계가 갖춰져 4차 산업시대를 준비하는 교육과 실습, 그리고 제작 작업이 이뤄지는 ‘지혜대장간’, 양질의 영상 및 음향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 공간 ‘영상제작소’, 김해지역의 중소기업 제품이 전시되고 또 홍보되는 공간인 ‘기업사랑방’, 이용자 휴게 공간인 ‘하루쉼표’, 커피와 함께 쉼과 모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1541’ 등 다양한 부대 시설들이 지혜동에 모여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하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으로 칭하기에는 매우 다채로운 시설들을 담고 있다. 비단 시설 뿐 아니라 도서관을 담당하는 관장 이하 주무관들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큐레이션 뿐 아니라 꾸준히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콘텐츠의 변화를 꾀하며 도서관 이용자들이 양질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주)에이브이팀과 함께 한 이번의 음향·영상 시스템 리뉴얼을 통해 금년부터는 북콘서트, 음악콘서트 등의 콘텐츠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독자들은 도서관 홈페이지 [https://ghjhlib.gne.go.kr/]를 방문하여 도서관 행사 일정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도서관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복지 공간으로
경상남도교육청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글 이무제 기자
자료제공 (주)에이브이팀
많은 사람들이 ‘복지’라고 하면 대부분 의료나 생계 등을 지원해주는 것으로만 국한해서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먹을 것, 곧 생존만 해결된다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된 만큼 이제는 좀 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삶의 질’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화복지’가 현재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도시 재생’이다. ‘도시 리노베이션’이라고도 불리는 이 흐름은 세월의 변화에 따른 도시 기능의 변화, 그리고 구성 인구 및 연령층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존의 도시 시설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은 그저 빈 터에 도시를 확장해나가던 상황이었지만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도시화율을 자랑하는 지금은 이제는 기존의 도시를 잘 가꾸고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경상남도교육청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김옥진 관장, 이하 지혜의바다도서관)은 주민들의 문화복지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버려졌던 시설을 재활용하여 도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모범적인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2019년 3월,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위치한 주촌초등학교가 주동초등학교와 통합 이전 되면서 기존의 시설이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일반적으로 ‘폐교’라고 하면 시골에서 학령 인구가 지나치게 적어 문을 닫는 학교를 말하지만 이 곳은 바로 인근의 김해 서부 신도심지와 더불어 김해 장유 신도시 사이에 접하고 있어서 이 곳을 그냥 버려두기에는 지나치게 아까운 일이었다.
이에 경상남도교육청은 이 곳을 김해를 대표하는 문화복지 공간 및 산업 지원 공간으로 변모시키기로 결정하고 학교 건물 전체 및 체육관 시설을 모두 활용하여 현재의 지혜의바다도서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먼저는 체육관 건물을 이용하여 기존의 도서관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진 ‘바다동’이 공개되었으며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이에 고무된 경상남도교육청이 이후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바다동과 연결시켜 연속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구현한 ‘지혜동’을 2023년 말에 확장 개관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 입구
지역 사회의 문화복지를 책임지다
문화복지는 기존의 ‘복지’의 개념에 가까웠던 ‘사회복지’와는 상대되는 어휘로 절대 빈곤을 벗어난 상태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복지이다. 삶의 질에는 물론 의식주의 해결, 그리고 그 만큼의 경제적 소득의 향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추구다. 언뜻 보면 이는 굉장히 소비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문화도 하나의 큰 산업을 이루며 경제의 큰 축을 지탱하고 있다. 만약 문화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소득층부터 중간 분위까지 문화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일종의 ‘허들’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 전체의 문화 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기존의 주촌초등학교 공간을 새로운 융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김해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지혜의바다도서관은 2019년 개관 이래 지식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2023년 지혜동 강좌실을 새롭게 디자인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독서와 문화,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융합형 복합독서문화공간과 더불어 배움과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완성체인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지혜의바다도서관은 단순히 지역 주민들에게 하나의 ‘대형 도서관’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고 즐기며 동시에 도서관 이용자들이 직접 문화 콘텐츠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복합적인 장을 마련한다.
김해의 경제 공동체가 상생하는 장이 되다
경남 김해시는 오랫동안 김해평야를 통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양질의 곡창 지대로, 또 낙동강이라는 자연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산과 창원 사이에 위치한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대한민국 남부를 대표하는 경공업 지대로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마침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은 김해골든루트 일반산업단지, 이지 일반산업단지, 서김해 일반산업단지 등 다양한 산업단지와 더불어 기존부터 풍부했던 농업단지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지혜의바다도서관은 인근의 산업 및 농업 단지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시설과 콘텐츠들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설립된 지혜동에서는 독서 및 학습 동아리 활동 공간, 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이 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2층의 ‘지혜대장간’, ‘영상제작소’에서는 음향·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 등 양질의 시설과 더불어 다량의 3D 프린터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누구든지 이 곳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내고 또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1층 공간에는 ‘기업사랑방’이 자리잡아 김해 지역의 중소기업 제품들의 전시 및 홍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다동은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각 공간들은 계단 등의 요소로 가볍게 분리되어 있다.
지식의 파도를 걷다-바다동
바다동은 최초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설립될 때의 정체성 그 자체다. 처음에는 바다동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면적상 전체 도서관의 절반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바다동의 시각적인 현란함과 광활함, 그리고 곳곳에 주목해서 봐야 할 아기자기한 디테일은 지역 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트렌디함을 갖췄다.
바다동에서 특별하게 주목해봐야 할 것이 있는데 기존의 체육관 시설을 활용한 만큼 ‘바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책들이 그야말로 끝없는 파도처럼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많은 도서관들이 현실적 이유로 다양한 각종 도서들이 종류별로 공간을 나눠 배가되고 있지만 이 곳에서는 모든 도서들이 말 그대로 ‘한 곳’에 모여있어서 요즘 특별히 강조되는 지식의 ‘연결’과 ‘통섭’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한 곳에 모여있으면서도 결코 난잡하지 않다. 통합된 공간 안에서도 각 공간은 적절한 인테리어 요소 및 3차원적인 공간 분리를 담당하는 계단 등을 통해 꽤 많은 구역으로 분리된다. 이러한 분리와 연결의 적절한 조화는 최근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는 소양이다.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 학생, 주민들은 분명히 자연스럽게 바다동의 공간을 통해 ‘자연스러운 조화’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바다동의 구조는 1층은 구별된 층으로 사무실, 어린이 자료실, 별빛마루, 공룡마루 등으로 이뤄져 있어서 어린이 특화 공간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2층과 3층은 이전에는 체육관을 담당했던 넓은 곳으로 이 곳이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의 아이코닉한 그 모습을 갖춘 장소다. 특히 바다동 2층에서 주목할 공간은 바로 ‘지혜마루’다. 수 백명 이상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바다동 2-3층 공간은 공연 및 강연 공간으로도 매우 적합하다. 이에 따라 도서관 측은 지혜마루 공간을 완전한 콘서트까지 가능한 무대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들은 창원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회관, 성당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온 (주)에이브이팀이다. 이 공간의 음향·영상 시스템은 비록 이들이 주로 맡아왔던 것만큼 최고급도, 대규모도 아니지만 이들은 변함없는 정성으로 지혜마루를 완벽한 공연 무대로 만들어냈다.
바다동 2-3층 공간에 자리잡은 지혜마루는 음향, 영상, 조명을 모두 갖춘 무대설비를 자랑한다.
메인 스피커 시스템은 극도로 컴팩트하여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SE Audiotechnik M-F3A 스피커 클러스터. SE Audiotechnik S15Pro 서브우퍼.
북콘서트부터 음악 공연까지-지혜마루
‘지혜마루’는 지혜의바다도서관의 바다동 2-3층 공간에 자리잡은 무대를 말한다. 이 곳은 사진에서 보이듯이 다량의 도서들이 책장에 꽂혀있어서 평소에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도서들을 열람하며 이 곳에서 책읽기를 즐긴다. 무대는 사뭇 높지만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서 바닥과 분리된 느낌이 들지 않으며 또 이 계단을 이용해 이 곳에 앉아 책을 즐기는 이용객들도 많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및 토요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연 및 강연 프로그램에서는 이 지혜마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다동의 2-3층 공간은 매우 넓기 때문에 단번에 수 백명의 관객들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자유롭게 보면서 수준높은 강연 및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또 완전히 무료로 참석이 가능하기에 시민들의 호응이 굉장히 높다.
본지의 취재를 도와준 홍수진 주무관은 음향 시스템의 도입으로 대단히 만족감이 컸다고 한다. “이전에는 소리가 명료하지 못하고 또 피드백도 대단히 심해서 양질의 공연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이 떨어지니 좋은 강사나 공연팀을 섭외하기도 부담이 컸죠. 처음에 에이브이팀과 미팅을 하고 제품을 결정한 후 실제 스피커를 보았는데 이전에 설치된 제품보다도 크기가 작아서 너무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이내 소리를 들어보고 그 작은 스피커가 바다동 2-3층 전체 공간을 부족하지 않게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크게 만족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음향 성능 뿐 아니라 케이블이나 장비들을 지저분하지 않게 완전히 매립 설치해주셔서 바다동의 상징적인 인테리어 요소를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현재 음향 시스템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올해는 강연 및 공연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공간 전체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도서관의 가치가 제고되고 이용자들에게 더욱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재 지혜마루에 설치된 스피커 시스템은 SE Audiotechnik의 제품으로 독일의 기술력으로 중국에서 제작되는 가성비 높은 스피커 시스템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된 메인 스피커인 M-F3A는 외형상으로는 일반적인 소형 스피커처럼 보이지만 단 한 통으로도 라인소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엄연한 라인어레이 스피커에 속한다. 구조 또한 특이하여 2.8인치의 MF 유닛이 8개가 배치되었고 그 앞에 7개의 트위터가 라인 배치되었는데 이 구조는 좌우 대칭으로 일종의 수평 동축 구조를 형성한다.
크기는 317 x 265 x 359 mm, 무게는 8.3kg으로 매우 컴팩트함에도 불구하고 합계출력 600W의 파워앰프가 bi-amp로 내장되어 있으며 각 채널은 고성능의 DSP로 콘트롤되어 최상의 지향성과 주파수 반응을 실현한다. 이에 따른 성능은 100Hz~20kHz의 영역을 129dBSPL로 방출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소형 라인어레이급의 성능에 부합한다. 현재 설치된 물량은 LR 배치로 각각 2통씩, 총 4통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 물량으로도 수 백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바다동 2-3층 전체를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함께 조합된 서브우퍼는 S15Pro이다. 단일 15인치 서브우퍼 유닛을 사용하는 이 스피커는 M-F3A의 부족할 수 있는 저음을 받쳐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형공간에서는 자칫 부족할 수 있는 15인치급이지만 효율을 극대화하는 벤트 구조를 채택해 33~128Hz의 저음을 무려 136dBSPL로 방출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메인스피커 클러스터 바로 옆에 무대 안쪽을 향하는 소형 스피커를 두었다는 것이다. SE Audiotechnik의 소형 스피커는 작은 크기임에도 고성능을 발휘하기에 무대 안쪽의 명료도를 향상시키기에 충분하며, 또한 저음은 메인 스피커에서 방출되는 양으로도 충분하기에 물량을 적게하면서도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어쿠스틱 성능을 최대한의 퀄리티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간소함과 깔끔함을 실현한 방송실 설비. 믹싱 콘솔은 Midas M32R Live를 사용했으며 에이브이팀 측에서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여 기능을 배치했다.
한편, 인근에 위치한 방송실에서는 Midas M32R Live 믹싱 콘솔이 설치되어 컴팩트함과 조작성, 범용성, 풍부한 용량, 편리함, 퀄리티를 모두 실현했다. 또한 디지털 믹싱 콘솔은 비전문가가 사용하기 어려운 편에 속할 수 있는데 에이브이팀은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통해 비전문가도 사용하기 쉽도록 프리셋 및 유저-디파인 키를 설정하여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사용자가 최적의 음향적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영상 및 음향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인 ‘영상제작소’가 지혜동에 위치했다.
콘텐트 향유를 넘어 콘텐츠 창작으로-지혜동
2023년 말에 개관되어 아직도 새 인테리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지혜동은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징한다. 기존의 바다동이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도서관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면 지혜동은 도서관 이용자들이 향유한 도서와 자료를 바탕으로 소통과 창작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에 따라 ‘더채움’은 4개의 강의실로 이 곳에서는 평생학습프로그램들이 이뤄진다. 여기에 독서동아리 및 학습동아리 활동 공간인 ‘책마실’과 ‘사색마실’, 10여대의 3D 프린터 및 각종 공작기계가 갖춰져 4차 산업시대를 준비하는 교육과 실습, 그리고 제작 작업이 이뤄지는 ‘지혜대장간’, 양질의 영상 및 음향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 공간 ‘영상제작소’, 김해지역의 중소기업 제품이 전시되고 또 홍보되는 공간인 ‘기업사랑방’, 이용자 휴게 공간인 ‘하루쉼표’, 커피와 함께 쉼과 모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1541’ 등 다양한 부대 시설들이 지혜동에 모여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하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으로 칭하기에는 매우 다채로운 시설들을 담고 있다. 비단 시설 뿐 아니라 도서관을 담당하는 관장 이하 주무관들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큐레이션 뿐 아니라 꾸준히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콘텐츠의 변화를 꾀하며 도서관 이용자들이 양질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주)에이브이팀과 함께 한 이번의 음향·영상 시스템 리뉴얼을 통해 금년부터는 북콘서트, 음악콘서트 등의 콘텐츠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독자들은 도서관 홈페이지 [https://ghjhlib.gne.go.kr/]를 방문하여 도서관 행사 일정을 확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