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체험하는 한국, 그리고 세계의 소리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글 이무제 기자
자료제공 (주)소닉밸류, 오디오가이, SBS,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컨슈머 Immersive Sound 포맷은 서라운드 시스템부터 따지고 들면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이는 사실은 영화 산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극장은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 비해 표준화된 청취 시스템을 갖추기가 유리하며 이에 따라 미리 완벽하게 믹싱된 배포 미디어를 정해진 규격의 극장에서 재생하면 의도했던 결과물이 나온다는 일종의 프로세스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컨슈머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Immersive Sound가 도입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 환경에서의 Immersive Sound는 다르다. 재생 환경은 현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최적화된 패너나 매트릭스 등을 구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브는 레코딩이 아니다. 일회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점들과 어려운 점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난관이 그나마 극복되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오디오 프로세싱 기능이 원숙되기 시작한 이후다. 왜냐하면 객체 음원 패너, 그러니까 Object Sound Panner가 등장해야만 이 문제가 비로소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하드웨어 기반의 Astro Spatial Audio라든가 소프트웨어 기반의 Spat Revolution은 극도의 유연성과 더불어 스피커 시스템을 가리지 않는 범용성, 편리성, 안정성으로 빠르게 라이브 환경에서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보급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번 현장은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주)소닉밸류는 오랫동안 라이브용 Immersive Sound 솔루션에 대한 노하우를 키워왔다. 처음에는 ‘이게 수익 모델로 유망한가?’라는 의문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주)소닉밸류는 Immersive Sound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하며 Immersive Sound 관련한 체험 및 연구를 겸하는 대형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의 수입사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주)소닉밸류는 최근 유럽의 유명 스피커 브랜드인 LD Systems와 AUDAC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하면서 라이브 환경을 위한 프리미엄 스피커 라인업을 확보, Immersive Sound를 자사 브랜드로만 독자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서서히 결실로 드러나고 있다. 뮤지컬, 연극 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주)소닉밸류의 노하우를 통해 실현되었고 또한 많은 상업 및 전시 공간들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위해 (주)소닉밸류가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의 사례는 (주)소닉밸류의 이러한 노력이 비로소 제대로 빛을 본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총 10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을 비롯 전북의 다양한 곳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2001년 시작하여 올해 벌써 22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그 역사가 깊은 행사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그러니까 일반적인 문화예술극장 기준으로는 대공연장의 역할을 맡은 이 곳에서 (주)소닉밸류는 Immersive Sound 시스템 설계 및 운용과 더불어 LD Systems 스피커를 공급함으로써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생생한 국악과 세계음악의 현장감을 객석 전 구역에 부족함 없이 전달했다. 이러한 야심찬 프로젝트는 당연히 다양한 전문 회사들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만 제대로 수행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시스템 구성 전반은 SBS 기술영상본부 소속의 조형곤 감독이 맡았으며 멀티트랙 레코딩 및 온라인 스트리밍 라이브 믹싱은 Immersive Sound믹싱 및 제작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오디오가이가 맡아 멋진 협업을 이뤄냈다.
전통음악과 월드뮤직, 두 날개로 비상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다루는 메인 장르는 크게 두 가지를 근간으로 한다. 그 하나가 전통음악이고, 두 번째가 월드뮤직이다. 전통음악에서는 특히 판소리와 산조, 정가, 기악, 한국형 월드뮤직(퓨전) 등을 주목하고 있다. 예로부터 전라북도는 ‘소리(판소리)’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 인물, 그리고 귀명창이라고 부르는 관객들의 두터운 소리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이 ‘소리’ 자산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자원으로 이해되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소리축제는 이러한 미션을 수행하는 전진기지인 것.
한편, 월드뮤직은 사전적으로 풀면 ‘세계의 민속 음악’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다루는 월드뮤직은 민속음악을 토대로 벌어지는 하나의 경향이다. 그래서 단순히 과거의 음악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음악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이자 화두인 것.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대중적이기보다는 각 나라의 전통이 깃든 민속음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향, 흐름이 담긴 음악들을 초청해 보여준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과 그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를 고민하듯 세계 각 나라의 음악가들도 이런 고민을 한다. 이러한 음악들을 모아놓고 비교해보고 수용하고 확장하는 곳이 바로 소리축제이다.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다른 음악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시끌벅적하고 활기차기보다는 진중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이는 소리축제가 물론 현재를 지향하긴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또 미래를 그리는 자리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아닌, 낯선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관객들에게 낯선 것들을 계속 제시하는 것이 소리축제의 본질이자 목표일지 모른다.
Immersive Sound는 물론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아직 대중화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먼 ‘미래’에 가깝다. 소리를 듣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주)소닉밸류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는 그래서 통하는 것이다.
객체 음원 패닝은 왜 중요한가?
앞서 컨슈머 환경의 Immersive Sound와 라이브 환경에서의 Immersive Sound 의 지향점은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었다. 그리고 라이브 Immersive Sound 시스템의 구성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객체 음원 패닝 시스템의 확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렇다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재생 환경의 다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2)실시간 위치 패닝이라는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2)의 실시간 위치 패닝은 굳이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개, 혹은 3개의 스피커만을 사용하는 스테레오 혹은 LCR 시스템에서의 레벨 기반 패닝은 단순히 콘솔에 있는 단 하나의 노브, 패너를 통해 쉽게 제어가 가능했었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실시간 제어는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서라운드 환경만 되어도 실시간으로 하려면 최소한 ‘조이스틱’ 정도는 필요해진다. 단순히 음원이 해당 위치에 가까이 가는 것으로 해당 위치의 스피커의 크기가 커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임에도 그러하다. 그러니 3차원 공간을 다루는 Immersive Sound 에 있어서 패닝을 원활히 하려면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객체 음원 패닝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번 공연 취재와 맞닿아있는 주제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 환경의 다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컨슈머 Immersive Sound 포맷의 대표주자인 Dolby Atmos를 생각해보자. Dolby Atmos는 극장 및 가정용으로 나온 다채널 3D 대응 사운드 포맷으로 처음부터 스피커의 배치 및 기준이 엄격하게 정의되어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의 규격 역시 엄밀히 정의되어 있다. 이렇게 스튜디오의 생산과정부터 배포, 그리고 미디어의 최종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표준화가 되어있으니 ‘처음 의도했던 결과물이 어디에서나 똑같이 재생된다’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라이브 공연 환경을 생각해보면 ‘이상적인 스피커 배치’라고 하는 것은 ‘상상 속의 산물’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이 분야를 조금이라도 경험해보면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공연은 무대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스피커가 시야를 가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또 각 공연장의 규격이나 규모, 좌석 배치가 모두 다르기에 표준화된 스피커 배치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각 공연은 배우나 연주자, 퍼포먼서 등을 통해 라이브로 이뤄지기 때문에 말하자면 제작과 배포, 그리고 소비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로 라이브 Immersive Sound 환경의 특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완성도 높은 3D 패닝 프로세서를 통해 다양한 객체 음원을 다양한 스피커 환경에서 다양한 패닝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고가의 하드웨어 Immersive 프로세서들이 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팔리는 것이다.
Astro Spatial Audio SARAII 엔진의 3D 패닝 콘트롤 화면.
SaraII 엔진 및 콘트롤 PC가 하단에 위치했다.
Astro Spatial Audio와 LD Systems의 만남
이번 현장에서 사용된 Immersive 프로세서는 Astro Spatial Audio의 SARA II 프리미엄 렌더링 엔진이다. 물론 Immersive Sound 프로세서로는 최근 스피커 제조사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모델들이 유명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스피커들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따지자면 이러한 전용 프로세서 모델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다양한 입출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믹싱 콘솔과 스피커 브랜드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도 그러하며 ‘전문성’이라는 면에서 Astro Spatial Audio와 같은 회사는 오로지 Immersive Sound 믹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 쉬운 편리성과 탄탄한 지원, 다양한 하드웨어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축제에서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기획하고 구성한 (주)소닉밸류의 윤현철 부장의 이야기이다. “저희 회사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트의 예산이 충분할 때에는 Astro Spatial을 사용하며 합리적인 예산 안에서 운용해야 할 때는 SPAT Revolution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사용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비싼 것은 그 이유가 있다’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는데요, 물론 SPAT Revolution도 워크스테이션을 신경써서 구성하고 세부 세팅을 잘 해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결과물을 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반의 제품만이 줄 수 있는 안심감과 더불어 Astro Spatial Audio의 다양한 환경 및 요구에 대응하는 제품 패키지와 라인업, 그리고 뛰어난 음질과 안정성, 조작 편리성은 중요 프로젝트에서 이 솔루션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례적으로 LD Systems의 스피커 시스템이 활약했다. LD Systems는 이미 본고장인 유럽에서 인정받은 사운드 퀄리티와 안정성, 내구성을 실현하고 있어서 ‘이례적’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을 가득 채울만한 스피커로는 우리들은 보통 중형급 이상의 본격적인 라인어레이 스피커를 생각하게 된다. 3개층 2,037석 규모의 이 공연장을 소형 스피커로 채운다는 상상은 아예하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 LD Systems의 플래그십 모델은 Maila 시리즈이며 이는 모듈 타입의 스피커로 압도적인 구성 유연성을 지니긴 했지만 Maila XXL이라는 최대 구성을 취한다고 해도 기존 라인어레이 시스템에 비해 압도적으로 날씬한 외형 덕에 ‘저걸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형 라인어레이는 커녕 일반적인 컬럼어레이 정도의 외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Maila 시스템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될 것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단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Maila SAT 새틀라이트 유닛은 6.5인치 LF와 무려 5개의 1인치 티타늄 트위터가 합쳐져 단 한 통으로도 라인 소스를 형성한다. 출력도 어마어마하여 100Hz~20kHz의 대역을 129.1dBSPL로 출력하는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 새틀라이트 유닛은 기본적으로는 패시브이지만 함께 결합되는 Maila SPA 유닛 혹은 Maila COL 유닛을 사용함으로써 파워앰프 블럭이 추가된다. 소형의 구성에서는 파워만을 공급하는 SPA 유닛과 조합되지만 대형의 구성에서는 중저역대를 보강하는 동시에 SAT 유닛에 파워를 공급하는 Maila COL 유닛과 조합된다. Maila COL 유닛은 4개의 6.5인치 LF 유닛이 결합된 중저음 보강용 시스템이며 150Hz~500Hz의 대역을 130dBSPL로 출력한다. 여기에 내장된 파워는 합계 2,500W에 이르러 추가적인 SAT 새틀라이트 유닛을 최대 8통까지 물릴 수 있다. 말하자면 상단 어레이의 풀셋트 구성은 Maila COL 1통+Maila SAT 8통이다. 그리고 이 구성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상단에 총 4개의 클러스터가 설치되어 Frontal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구성한다.
4개의 상단 클러스터, 그리고 하단의 5개 클러스터가 Frontal Immersive Sound 시스템의 핵심을 이룬다.
Frontal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는 Maila XXL 셋트 4개 클러스터가 1층부터 3층 전역, 2,000석 대부분을 커버한다.
1층부터 3층까지 전 객석을 LD Systems Maila로만 커버하다
스피커 시스템을 구성하고 설치한 (주)소닉밸류 윤현철 부장 및 이하 직원들은 LD Systems Maila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내부 데모를 통해 큰 만족감을 얻었고 이번 KOSOUND+STAGETECH 전시회(이하 코사운드)의 방출시연에서도 인상 깊은 결과를 남겼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코사운드 방출시연에서는 참가 업체 중 유일하게 스피커 시스템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까지 선보여 Maila 만의 압도적인 편리성과 유연성, 컴팩트함을 아쉬움없이 드러냈다. 윤현철 부장은 “Maila는 겉으로는 작은 컬럼어레이 스피커처럼 보이지만 구성으로는 본격적인 라인어레이 시스템에 준합니다. 그래서 커버리지나 음압적인 면에서 중소형 라인어레이 시스템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최대 구성을 한다고 해도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리깅 및 플라잉에 있어서도 전혀 부담이 없으며 그라운드 스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번에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는 원래 Frontal 배치로 스피커를 플라잉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는데 이번에 로컬 감독님들의 도움과 협조를 통해 쉽게 스피커 플라잉포인트를 쉽게 신설할 수 있었고 그래서 원하는 위치에 스피커 클러스터의 배치가 가능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윤현철 부장에게 Maila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부탁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제품은 본격적인 라인어레이 시스템을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컬럼어레이 스피커와 같이 날씬한 외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문화예술극장과 같이 무대와 프로세니움, 객석의 분리가 명확히 되어 있는 곳에서는 스피커를 눈에 띄지 않게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교회와 같이 인테리어 분위기가 중요한 곳에서도 Maila 시스템이 크게 유용할겁니다. 스피커 구성상 스피치 대역 재생에 특히 유리하며 인테리어나 조명 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사운드의 명료도나 음압, 퀄리티가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현장에서 사랑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2,000석을 상회하는 매우 큰 규모인데다가 3층까지 객석이 존재하여 상하지향각도 적절히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Maila XXL 시스템의 구성으로 충분했을까? 윤현철 부장은 “처음에는 다른 관계자들이 약간의 우려를 표했는데 1층부터 3층까지 큰 음압의 차이 없이 무리없이 커버했으며 무엇보다 1층 언더발코니가 꽤 깊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딜레이 스피커 사용 없이 직접음이 넉넉한 음압으로 도달하여 공연 전반을 풍성하게 즐기는데 무리가 없습니다”라며 “다만 1층 앞의 경우 Maila SAT와 SPA 유닛의 조합을 무대 앞에 3개의 클러스터로, 그리고 무대 양 옆 서브우퍼가 배치된 지점에 SAT 3통과 SPA 유닛의 조합을 한 조 배치하여 커버지역을 일반적인 Front-Fill 보다는 다소 넓혀서 운용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시스템 구성에서 포인트에 대해서는 “Maila는 인클로저의 특성상 좌우 커버리지가 매우 넓고 균일합니다. 따라서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인 ‘개별 스피커 클러스터가 최대한 전체 객석을 동등하게 커버해야 한다’는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Frontal 배치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 좌측이나 우측 끝에 앉은 관객들에게도 생생한 정위감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조합된 서브우퍼는 Maila SUB로 듀얼 15인치 구성이지만 밴드패스 구조를 갖춰 압도적으로 효율이 높다. 성능은 33Hz부터 시작되는 저음을 131dBSPL로 출력하여 일반적인 듀얼 18인치 서브우퍼에 비해 음압만 살짝 아쉬울 뿐 재생 대역은 오히려 더 낮아 실제로 청취했을 때 매우 좋은 느낌을 전달해준다. 물량은 LR 구성으로 한 클러스터당 4통씩 총 8통이 투입되었다. 주목할 점이라면 지향성 배치 및 프리셋을 이용해 무대로 유입되는 저음을 최대한 낮추고 객석 쪽으로 에너지를 집중했다는 것. 공연 특성상 고가의 예민한 콘덴서 마이크로폰들이 다량 사용되기 때문에 저음의 무대 유입을 최소화하는 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Dante와 MADI가 공존하는 시스템 설계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된 주 믹싱 콘솔은 야마하의 플래그십인 Rivage PM10이다.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의 하이엔드이자 플래그십 믹싱 콘솔인 이 제품은 특히 Rupert Neve의 것을 차용한 채널 프로세싱과 프리앰프를 갖춰 음질 및 음색의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야마하의 믹싱 콘솔은 일찌기 Dante를 채용했으며 PM10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추가비용 없이 기본적으로 Dante를 지원한다. 여기에 Immersive Sound 프로세싱 엔진인 Astro Spatial Audio SARAII 역시 Dante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하므로 전체 시스템을 Dante로 꾸릴 필요가 있었다.
전반적인 구성을 설명하자면 무대 옆에 위치한 Rpio622 스테이지 박스에 오디오 신호가 입력되고 이것이 광 네트워크 케이블을 통해 PM10의 믹싱엔진으로 전송된다. PM10에서 개별 채널 프로세싱이 마쳐진 멀티트랙들은 고스란히 SARAII Immersive 프로세싱 엔진으로 모두 전송된다. 취재진이 참석한 개막 공연의 경우 총 60~70채널 정도가 되므로 적은 채널 수는 아니다. 그리고 Immersive 엔진에서 3D 패닝되어 Frontal 시스템으로 최종 출력되는 신호는 다시 PM10 믹싱 콘솔의 여분 입력부로 배치된다. 그리고 이 입력부에 배치된 신호들은 다시 Rpio622 스테이지 박스로 전송되어 11개소에 이르는 스피커 클러스터에 전송되는 것.
이것만으로도 간단한 구성이 아닌데 여기에 멀티트랙들이 2계통이 백업 녹음이 되고 있으며 또한 오디오가이가 맡은 라이브 스트리밍 송출을 위해 멀티트랙이 1계통 더 출력되어야 한다. 그러니 네트워크 안에서 스트리밍되는 입출력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이 복잡한 네트워크 구성은 SBS 기술영상본부 제작기술팀의 조형곤 감독이다. “Dante 네트워크는 딱히 네트워크 스위치를 탄다기보다는 셋업에 있어서 경험이 다소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QoS 세팅 및 각 장비들의 클럭 세팅을 비롯해 기본만 제대로 지키면 문제생길 것은 없어요. 오랫동안 MADI가 방송 업계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Dante는 확실히 유연성과 구성면에서 매력있는 포맷임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최근 방송 업계에서도 Dante 포맷이 많이 이용됩니다.”
이 날 믹싱을 맡은 소닉밸류 측의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톤 쉐이핑이나 객체 배치 등에 관해 물어보았다. “리버브는 TC Electronics 6000을 두 대 사용합니다. 두 가지 다른 세팅을 통해 프리딜레이와 리버브 타임을 다르게 해 적용하고 있고요, 하드웨어 리버브를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확실히 믹싱 콘솔의 내장 리버브와는 질감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객체 음원의 경우 전반적인 톤 쉐이핑은 일반적인 스테레오 믹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stro Spatial SARAII의 패너의 움직임도 정적인 오케스트라 연주이기 때문에 공연 중 만질 일은 없습니다. 다만 무대의 전반적인 악기 배치와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객석에서 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LD Systems Maila 스피커는 처음 외형을 볼 때는 다소 우려스러웠는데 설치 후 극도로 자연스러운 질감의 사운드를 내줘 만족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유닛 구성의 차이 때문에 기존의 라인어레이 스피커와는 질감이 다르지만 전반적인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케스트라와 국악기로 편곡된 판소리의 맛
취재진은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에 참석했다. 이 공연은 동서양 음악의 장점을 모두 수용하는 ‘한국적 음악’으로 인류가 마주한 어려움을 음악(축제)로 극복하고, 전통음악이 클래식,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와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면 대면 축제를 하는 첫 해를 맞아 축제성, 전통음악의 전통성, 공연의 예술성을 모두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전북을 대표하는 전주시립교향악단과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차세대 소리꾼 고영열과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 등 국내의 정상급 음악가들의 협연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이건용, 최우정, 김성국, 안효영 등 국내의 정상급 작곡가들의 작품이 개작과 편곡, 초연의 형태로 연주된 것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한국오페라 최고의 작곡가로 부상한 최우정의 위촉 초연곡 [꿈]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생생하게 체험하는 한국, 그리고 세계의 소리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글 이무제 기자
자료제공 (주)소닉밸류, 오디오가이, SBS,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컨슈머 Immersive Sound 포맷은 서라운드 시스템부터 따지고 들면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이는 사실은 영화 산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극장은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 비해 표준화된 청취 시스템을 갖추기가 유리하며 이에 따라 미리 완벽하게 믹싱된 배포 미디어를 정해진 규격의 극장에서 재생하면 의도했던 결과물이 나온다는 일종의 프로세스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컨슈머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Immersive Sound가 도입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 환경에서의 Immersive Sound는 다르다. 재생 환경은 현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최적화된 패너나 매트릭스 등을 구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브는 레코딩이 아니다. 일회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점들과 어려운 점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난관이 그나마 극복되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오디오 프로세싱 기능이 원숙되기 시작한 이후다. 왜냐하면 객체 음원 패너, 그러니까 Object Sound Panner가 등장해야만 이 문제가 비로소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하드웨어 기반의 Astro Spatial Audio라든가 소프트웨어 기반의 Spat Revolution은 극도의 유연성과 더불어 스피커 시스템을 가리지 않는 범용성, 편리성, 안정성으로 빠르게 라이브 환경에서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보급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번 현장은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주)소닉밸류는 오랫동안 라이브용 Immersive Sound 솔루션에 대한 노하우를 키워왔다. 처음에는 ‘이게 수익 모델로 유망한가?’라는 의문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주)소닉밸류는 Immersive Sound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하며 Immersive Sound 관련한 체험 및 연구를 겸하는 대형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의 수입사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주)소닉밸류는 최근 유럽의 유명 스피커 브랜드인 LD Systems와 AUDAC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하면서 라이브 환경을 위한 프리미엄 스피커 라인업을 확보, Immersive Sound를 자사 브랜드로만 독자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서서히 결실로 드러나고 있다. 뮤지컬, 연극 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주)소닉밸류의 노하우를 통해 실현되었고 또한 많은 상업 및 전시 공간들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위해 (주)소닉밸류가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의 사례는 (주)소닉밸류의 이러한 노력이 비로소 제대로 빛을 본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총 10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을 비롯 전북의 다양한 곳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2001년 시작하여 올해 벌써 22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그 역사가 깊은 행사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그러니까 일반적인 문화예술극장 기준으로는 대공연장의 역할을 맡은 이 곳에서 (주)소닉밸류는 Immersive Sound 시스템 설계 및 운용과 더불어 LD Systems 스피커를 공급함으로써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생생한 국악과 세계음악의 현장감을 객석 전 구역에 부족함 없이 전달했다. 이러한 야심찬 프로젝트는 당연히 다양한 전문 회사들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만 제대로 수행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시스템 구성 전반은 SBS 기술영상본부 소속의 조형곤 감독이 맡았으며 멀티트랙 레코딩 및 온라인 스트리밍 라이브 믹싱은 Immersive Sound믹싱 및 제작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오디오가이가 맡아 멋진 협업을 이뤄냈다.
전통음악과 월드뮤직, 두 날개로 비상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다루는 메인 장르는 크게 두 가지를 근간으로 한다. 그 하나가 전통음악이고, 두 번째가 월드뮤직이다. 전통음악에서는 특히 판소리와 산조, 정가, 기악, 한국형 월드뮤직(퓨전) 등을 주목하고 있다. 예로부터 전라북도는 ‘소리(판소리)’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 인물, 그리고 귀명창이라고 부르는 관객들의 두터운 소리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이 ‘소리’ 자산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자원으로 이해되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소리축제는 이러한 미션을 수행하는 전진기지인 것.
한편, 월드뮤직은 사전적으로 풀면 ‘세계의 민속 음악’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다루는 월드뮤직은 민속음악을 토대로 벌어지는 하나의 경향이다. 그래서 단순히 과거의 음악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음악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이자 화두인 것.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대중적이기보다는 각 나라의 전통이 깃든 민속음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향, 흐름이 담긴 음악들을 초청해 보여준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과 그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를 고민하듯 세계 각 나라의 음악가들도 이런 고민을 한다. 이러한 음악들을 모아놓고 비교해보고 수용하고 확장하는 곳이 바로 소리축제이다.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다른 음악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시끌벅적하고 활기차기보다는 진중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이는 소리축제가 물론 현재를 지향하긴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또 미래를 그리는 자리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아닌, 낯선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관객들에게 낯선 것들을 계속 제시하는 것이 소리축제의 본질이자 목표일지 모른다.
Immersive Sound는 물론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아직 대중화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먼 ‘미래’에 가깝다. 소리를 듣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주)소닉밸류의 Immersive Sound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는 그래서 통하는 것이다.
객체 음원 패닝은 왜 중요한가?
앞서 컨슈머 환경의 Immersive Sound와 라이브 환경에서의 Immersive Sound 의 지향점은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었다. 그리고 라이브 Immersive Sound 시스템의 구성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객체 음원 패닝 시스템의 확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렇다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재생 환경의 다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2)실시간 위치 패닝이라는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2)의 실시간 위치 패닝은 굳이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개, 혹은 3개의 스피커만을 사용하는 스테레오 혹은 LCR 시스템에서의 레벨 기반 패닝은 단순히 콘솔에 있는 단 하나의 노브, 패너를 통해 쉽게 제어가 가능했었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실시간 제어는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서라운드 환경만 되어도 실시간으로 하려면 최소한 ‘조이스틱’ 정도는 필요해진다. 단순히 음원이 해당 위치에 가까이 가는 것으로 해당 위치의 스피커의 크기가 커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임에도 그러하다. 그러니 3차원 공간을 다루는 Immersive Sound 에 있어서 패닝을 원활히 하려면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객체 음원 패닝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번 공연 취재와 맞닿아있는 주제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 환경의 다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컨슈머 Immersive Sound 포맷의 대표주자인 Dolby Atmos를 생각해보자. Dolby Atmos는 극장 및 가정용으로 나온 다채널 3D 대응 사운드 포맷으로 처음부터 스피커의 배치 및 기준이 엄격하게 정의되어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의 규격 역시 엄밀히 정의되어 있다. 이렇게 스튜디오의 생산과정부터 배포, 그리고 미디어의 최종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표준화가 되어있으니 ‘처음 의도했던 결과물이 어디에서나 똑같이 재생된다’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라이브 공연 환경을 생각해보면 ‘이상적인 스피커 배치’라고 하는 것은 ‘상상 속의 산물’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이 분야를 조금이라도 경험해보면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공연은 무대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스피커가 시야를 가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또 각 공연장의 규격이나 규모, 좌석 배치가 모두 다르기에 표준화된 스피커 배치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각 공연은 배우나 연주자, 퍼포먼서 등을 통해 라이브로 이뤄지기 때문에 말하자면 제작과 배포, 그리고 소비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로 라이브 Immersive Sound 환경의 특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완성도 높은 3D 패닝 프로세서를 통해 다양한 객체 음원을 다양한 스피커 환경에서 다양한 패닝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고가의 하드웨어 Immersive 프로세서들이 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팔리는 것이다.
Astro Spatial Audio SARAII 엔진의 3D 패닝 콘트롤 화면.
SaraII 엔진 및 콘트롤 PC가 하단에 위치했다.
Astro Spatial Audio와 LD Systems의 만남
이번 현장에서 사용된 Immersive 프로세서는 Astro Spatial Audio의 SARA II 프리미엄 렌더링 엔진이다. 물론 Immersive Sound 프로세서로는 최근 스피커 제조사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모델들이 유명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스피커들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따지자면 이러한 전용 프로세서 모델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다양한 입출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믹싱 콘솔과 스피커 브랜드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도 그러하며 ‘전문성’이라는 면에서 Astro Spatial Audio와 같은 회사는 오로지 Immersive Sound 믹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 쉬운 편리성과 탄탄한 지원, 다양한 하드웨어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축제에서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기획하고 구성한 (주)소닉밸류의 윤현철 부장의 이야기이다. “저희 회사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트의 예산이 충분할 때에는 Astro Spatial을 사용하며 합리적인 예산 안에서 운용해야 할 때는 SPAT Revolution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사용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비싼 것은 그 이유가 있다’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는데요, 물론 SPAT Revolution도 워크스테이션을 신경써서 구성하고 세부 세팅을 잘 해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결과물을 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반의 제품만이 줄 수 있는 안심감과 더불어 Astro Spatial Audio의 다양한 환경 및 요구에 대응하는 제품 패키지와 라인업, 그리고 뛰어난 음질과 안정성, 조작 편리성은 중요 프로젝트에서 이 솔루션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례적으로 LD Systems의 스피커 시스템이 활약했다. LD Systems는 이미 본고장인 유럽에서 인정받은 사운드 퀄리티와 안정성, 내구성을 실현하고 있어서 ‘이례적’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을 가득 채울만한 스피커로는 우리들은 보통 중형급 이상의 본격적인 라인어레이 스피커를 생각하게 된다. 3개층 2,037석 규모의 이 공연장을 소형 스피커로 채운다는 상상은 아예하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 LD Systems의 플래그십 모델은 Maila 시리즈이며 이는 모듈 타입의 스피커로 압도적인 구성 유연성을 지니긴 했지만 Maila XXL이라는 최대 구성을 취한다고 해도 기존 라인어레이 시스템에 비해 압도적으로 날씬한 외형 덕에 ‘저걸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형 라인어레이는 커녕 일반적인 컬럼어레이 정도의 외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Maila 시스템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될 것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단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Maila SAT 새틀라이트 유닛은 6.5인치 LF와 무려 5개의 1인치 티타늄 트위터가 합쳐져 단 한 통으로도 라인 소스를 형성한다. 출력도 어마어마하여 100Hz~20kHz의 대역을 129.1dBSPL로 출력하는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 새틀라이트 유닛은 기본적으로는 패시브이지만 함께 결합되는 Maila SPA 유닛 혹은 Maila COL 유닛을 사용함으로써 파워앰프 블럭이 추가된다. 소형의 구성에서는 파워만을 공급하는 SPA 유닛과 조합되지만 대형의 구성에서는 중저역대를 보강하는 동시에 SAT 유닛에 파워를 공급하는 Maila COL 유닛과 조합된다. Maila COL 유닛은 4개의 6.5인치 LF 유닛이 결합된 중저음 보강용 시스템이며 150Hz~500Hz의 대역을 130dBSPL로 출력한다. 여기에 내장된 파워는 합계 2,500W에 이르러 추가적인 SAT 새틀라이트 유닛을 최대 8통까지 물릴 수 있다. 말하자면 상단 어레이의 풀셋트 구성은 Maila COL 1통+Maila SAT 8통이다. 그리고 이 구성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상단에 총 4개의 클러스터가 설치되어 Frontal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구성한다.
4개의 상단 클러스터, 그리고 하단의 5개 클러스터가 Frontal Immersive Sound 시스템의 핵심을 이룬다.
Frontal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는 Maila XXL 셋트 4개 클러스터가 1층부터 3층 전역, 2,000석 대부분을 커버한다.
1층부터 3층까지 전 객석을 LD Systems Maila로만 커버하다
스피커 시스템을 구성하고 설치한 (주)소닉밸류 윤현철 부장 및 이하 직원들은 LD Systems Maila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내부 데모를 통해 큰 만족감을 얻었고 이번 KOSOUND+STAGETECH 전시회(이하 코사운드)의 방출시연에서도 인상 깊은 결과를 남겼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코사운드 방출시연에서는 참가 업체 중 유일하게 스피커 시스템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까지 선보여 Maila 만의 압도적인 편리성과 유연성, 컴팩트함을 아쉬움없이 드러냈다. 윤현철 부장은 “Maila는 겉으로는 작은 컬럼어레이 스피커처럼 보이지만 구성으로는 본격적인 라인어레이 시스템에 준합니다. 그래서 커버리지나 음압적인 면에서 중소형 라인어레이 시스템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최대 구성을 한다고 해도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리깅 및 플라잉에 있어서도 전혀 부담이 없으며 그라운드 스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번에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는 원래 Frontal 배치로 스피커를 플라잉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는데 이번에 로컬 감독님들의 도움과 협조를 통해 쉽게 스피커 플라잉포인트를 쉽게 신설할 수 있었고 그래서 원하는 위치에 스피커 클러스터의 배치가 가능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윤현철 부장에게 Maila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부탁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제품은 본격적인 라인어레이 시스템을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컬럼어레이 스피커와 같이 날씬한 외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문화예술극장과 같이 무대와 프로세니움, 객석의 분리가 명확히 되어 있는 곳에서는 스피커를 눈에 띄지 않게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교회와 같이 인테리어 분위기가 중요한 곳에서도 Maila 시스템이 크게 유용할겁니다. 스피커 구성상 스피치 대역 재생에 특히 유리하며 인테리어나 조명 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사운드의 명료도나 음압, 퀄리티가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현장에서 사랑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2,000석을 상회하는 매우 큰 규모인데다가 3층까지 객석이 존재하여 상하지향각도 적절히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Maila XXL 시스템의 구성으로 충분했을까? 윤현철 부장은 “처음에는 다른 관계자들이 약간의 우려를 표했는데 1층부터 3층까지 큰 음압의 차이 없이 무리없이 커버했으며 무엇보다 1층 언더발코니가 꽤 깊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딜레이 스피커 사용 없이 직접음이 넉넉한 음압으로 도달하여 공연 전반을 풍성하게 즐기는데 무리가 없습니다”라며 “다만 1층 앞의 경우 Maila SAT와 SPA 유닛의 조합을 무대 앞에 3개의 클러스터로, 그리고 무대 양 옆 서브우퍼가 배치된 지점에 SAT 3통과 SPA 유닛의 조합을 한 조 배치하여 커버지역을 일반적인 Front-Fill 보다는 다소 넓혀서 운용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시스템 구성에서 포인트에 대해서는 “Maila는 인클로저의 특성상 좌우 커버리지가 매우 넓고 균일합니다. 따라서 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인 ‘개별 스피커 클러스터가 최대한 전체 객석을 동등하게 커버해야 한다’는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Frontal 배치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 좌측이나 우측 끝에 앉은 관객들에게도 생생한 정위감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조합된 서브우퍼는 Maila SUB로 듀얼 15인치 구성이지만 밴드패스 구조를 갖춰 압도적으로 효율이 높다. 성능은 33Hz부터 시작되는 저음을 131dBSPL로 출력하여 일반적인 듀얼 18인치 서브우퍼에 비해 음압만 살짝 아쉬울 뿐 재생 대역은 오히려 더 낮아 실제로 청취했을 때 매우 좋은 느낌을 전달해준다. 물량은 LR 구성으로 한 클러스터당 4통씩 총 8통이 투입되었다. 주목할 점이라면 지향성 배치 및 프리셋을 이용해 무대로 유입되는 저음을 최대한 낮추고 객석 쪽으로 에너지를 집중했다는 것. 공연 특성상 고가의 예민한 콘덴서 마이크로폰들이 다량 사용되기 때문에 저음의 무대 유입을 최소화하는 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Dante와 MADI가 공존하는 시스템 설계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된 주 믹싱 콘솔은 야마하의 플래그십인 Rivage PM10이다.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의 하이엔드이자 플래그십 믹싱 콘솔인 이 제품은 특히 Rupert Neve의 것을 차용한 채널 프로세싱과 프리앰프를 갖춰 음질 및 음색의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야마하의 믹싱 콘솔은 일찌기 Dante를 채용했으며 PM10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추가비용 없이 기본적으로 Dante를 지원한다. 여기에 Immersive Sound 프로세싱 엔진인 Astro Spatial Audio SARAII 역시 Dante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하므로 전체 시스템을 Dante로 꾸릴 필요가 있었다.
전반적인 구성을 설명하자면 무대 옆에 위치한 Rpio622 스테이지 박스에 오디오 신호가 입력되고 이것이 광 네트워크 케이블을 통해 PM10의 믹싱엔진으로 전송된다. PM10에서 개별 채널 프로세싱이 마쳐진 멀티트랙들은 고스란히 SARAII Immersive 프로세싱 엔진으로 모두 전송된다. 취재진이 참석한 개막 공연의 경우 총 60~70채널 정도가 되므로 적은 채널 수는 아니다. 그리고 Immersive 엔진에서 3D 패닝되어 Frontal 시스템으로 최종 출력되는 신호는 다시 PM10 믹싱 콘솔의 여분 입력부로 배치된다. 그리고 이 입력부에 배치된 신호들은 다시 Rpio622 스테이지 박스로 전송되어 11개소에 이르는 스피커 클러스터에 전송되는 것.
이것만으로도 간단한 구성이 아닌데 여기에 멀티트랙들이 2계통이 백업 녹음이 되고 있으며 또한 오디오가이가 맡은 라이브 스트리밍 송출을 위해 멀티트랙이 1계통 더 출력되어야 한다. 그러니 네트워크 안에서 스트리밍되는 입출력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이 복잡한 네트워크 구성은 SBS 기술영상본부 제작기술팀의 조형곤 감독이다. “Dante 네트워크는 딱히 네트워크 스위치를 탄다기보다는 셋업에 있어서 경험이 다소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QoS 세팅 및 각 장비들의 클럭 세팅을 비롯해 기본만 제대로 지키면 문제생길 것은 없어요. 오랫동안 MADI가 방송 업계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Dante는 확실히 유연성과 구성면에서 매력있는 포맷임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최근 방송 업계에서도 Dante 포맷이 많이 이용됩니다.”
이 날 믹싱을 맡은 소닉밸류 측의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톤 쉐이핑이나 객체 배치 등에 관해 물어보았다. “리버브는 TC Electronics 6000을 두 대 사용합니다. 두 가지 다른 세팅을 통해 프리딜레이와 리버브 타임을 다르게 해 적용하고 있고요, 하드웨어 리버브를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확실히 믹싱 콘솔의 내장 리버브와는 질감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객체 음원의 경우 전반적인 톤 쉐이핑은 일반적인 스테레오 믹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stro Spatial SARAII의 패너의 움직임도 정적인 오케스트라 연주이기 때문에 공연 중 만질 일은 없습니다. 다만 무대의 전반적인 악기 배치와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객석에서 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LD Systems Maila 스피커는 처음 외형을 볼 때는 다소 우려스러웠는데 설치 후 극도로 자연스러운 질감의 사운드를 내줘 만족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유닛 구성의 차이 때문에 기존의 라인어레이 스피커와는 질감이 다르지만 전반적인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케스트라와 국악기로 편곡된 판소리의 맛
취재진은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에 참석했다. 이 공연은 동서양 음악의 장점을 모두 수용하는 ‘한국적 음악’으로 인류가 마주한 어려움을 음악(축제)로 극복하고, 전통음악이 클래식,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와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면 대면 축제를 하는 첫 해를 맞아 축제성, 전통음악의 전통성, 공연의 예술성을 모두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전북을 대표하는 전주시립교향악단과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차세대 소리꾼 고영열과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 등 국내의 정상급 음악가들의 협연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이건용, 최우정, 김성국, 안효영 등 국내의 정상급 작곡가들의 작품이 개작과 편곡, 초연의 형태로 연주된 것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한국오페라 최고의 작곡가로 부상한 최우정의 위촉 초연곡 [꿈]이 피날레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