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공간에서 선보이는 의미있는 연주
by 이무제, 자료제공: 책가옥


최근 대중문화에 있어서 열풍이라고 꼽을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파인다이닝(fine dining)’일 것이다. 직역하면 ‘질이 높은 식사’라는 뜻인데 이는 단순히 영양학적으로나 혹은 외관, 맛이 좋다는 것을 넘어 ‘fine’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입체적인 뜻, 즉 정교, 우아, 심미, 세련, 순수 등의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식사를 말한다. 따라서 파인다이닝에는 고급의 식재료와 함께 셰프의 오랜 경험과 창의력이 가득 담긴 각종 요리 테크닉들이 아낌없이 투입된다. 하지만 단순히 비싼 식재료와 희귀하고 신기한 요리 기법들이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파인다이닝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요리 전반에 대한 셰프의 이해, 그리고 그의 인생 경험과 삶의 철학이 얼마나 잘 음식에 녹아들었느냐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핸드 로스팅 카페 및 공연 공간인 ‘책가옥’은 바로 이런 파인다이닝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작곡가, 프로듀서 이두헌이 설립 및 운영하는 책가옥은 그가 직접 로스팅하고 드립한 고품질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또한 공연 시설 면에서도 본격적이어서 Martin Audio의 스피커 시스템 및 24채널 믹싱 및 멀티트랙 녹음과 퍼스널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음향 시스템이 설치되어 관객들과 아티스트들 모두에게 최상의 공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가옥의 모든 건물과 구조, 그리고 각종 가구와 장식 요소들에 카페 오너인 이두헌의 삶의 경험과 철학, 그의 감각과 감성이 가득 녹아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은 5월 10일, 일본의 세션 뮤지션들이 모여 결성한 자장가(ジャジャンガ) 트리오의 책가옥에서의 콘서트에 참석, 책가옥만이 전해줄 수 있는 깊이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유서깊은 엔카와 재즈, 팝, 유러피안 포크가 균형있게 어우러진 자장가 트리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가 펼쳐지는 현장을 경험했다. 이 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최고의 ‘음악적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었다.

책가옥은 이두헌의 음악, 커피, 공간, 책에 대한 철학이 모두 녹아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원두 선별 단계부터 로스팅, 그리고 드립까지 모두 이두헌의 손길이 닿아있다.
아티스트에서 바리스타까지, 이두헌을 만나다
이두헌은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로 1980년대의 대중문화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다. 당시의 대중음악의 주류는 일명 ‘그룹사운드’라고 일컬어지는 진한 록, 혹은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포크 뮤직이나 혹은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한 디스코 뮤직의 영향을 받은 댄스 및 시티팝이었는데 이두헌이 이끄는 다섯손가락은 이 모든 것을 버무려 시류에 걸맞은 현대적인 사운드와 당시 한국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가사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어모았다.
4장에 이르는 정규 앨범 및 아직도 노래방에서 널리 불리는 다수의 히트곡들을 보유한 다섯손가락은 아직도 종종 회자될 정도로 레전드 그룹으로 남았지만 의외로 활동기간은 1984년부터 1989년까지로 대략 5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당시 다섯손가락의 활동의 밀도가 높았던 것, 그리고 그들의 음악적 수준이 앞서갔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서다.
다섯손가락의 영향력은 단순히 레전드 히트곡을 남기며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 세련미와 서정성을 동시에 부여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룹 결정 당시의 멤버는 이두헌(보컬, 기타)를 중심으로 임형순(보컬), 최태완(건반), 하광훈(베이스), 박강영(드럼)의 라인업이었는데 다섯손가락의 성공으로 단숨에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올라선 이들은 그룹 해체 후에도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다양한 곳에서 뽐냈다. 특히 하광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전설적인 작곡가 하광훈이 맞는다. 그는 다섯손가락 탈퇴 후 변진섭, 장혜리, 조관우, 김범수, 이승철 등에게 곡을 제공하여 90년대 한국 발라드의 전성기의 화려한 만개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최태완은 세션 키보디스트이자 피아니스트로 데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로 활동하며 90년대의 한국 발라드 사운드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카페 오너인 이두헌은 여전히 뮤지션이다. 매 주 수요일 이두헌의 솔로 콘서트를 볼 수 있다.
군입대, 그리고 각 멤버들이 자신의 개별 활동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남게 된 이두헌은 이후 원맨 밴드 형식으로 다섯손가락을 유지하면서 3집과 4집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동시에 당대의 유명 가수들의 곡의 전문 편곡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히트곡의 작곡가이자 소유자,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의 사운드를 막후에서 만들어내는 실력있는 편곡자이자 프로듀서로 그는 평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향상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유학길에 올라 USC와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적 기량을 더욱 갈고 닦았다.
무려 10년에 이르는 유학 후 그는 한국에 귀국하면서 두 가지의 중요한 음악적 결과물을 내놓는다. 하나는 [이두헌의 스튜디오 리듬기타]라고 하는, 40대 이하의 한국 기타리스트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바이블과 같은 서적,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음악적 성과를 담은 파격적인 앨범 [Imagine]을 발표한 것. 비록 책과 달리 앨범은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려 했던 그의 음악적 치열, 열정, 깊이, 정성이 압축되어 있기에 한국 대중음악 애호가라면 반드시 필청을 권한다.
이후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연주자로 활동을 모색하던 그는 ‘제 3의 길’을 찾아냈다. 바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그리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20년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배출한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던 음악의 정수를 열정을 다해 전수했고 그를 거쳐간 학생들은 이제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는 K-Pop의 주역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두헌은 그의 인생 전체에 걸쳐 처음에는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면서, 이후에는 조용히, 보이지 않게 꾸준히 한국 대중음악, 그리고 세계를 호령하는 K-Pop까지 뿌리깊게 영향력을 펼쳐온 뮤지션이며 아티스트이자 교수다.
2020년, 그는 정들었던 강단을 떠나면서 그가 사랑하는 것, 그러니까 기타, 음악, 커피, 무대, 공연, 책 그리고 아름답고도 소박한 것들을 정성스럽게 한 자리에 모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책가옥’이다.

책가옥의 외관은 친숙하면서도 마치 성당과 같은 엄숙함을 자아낸다.

내부는 단층 구조로 시원하게 트여있지만 독특한 표면 처리를 통해 반사음이 절제되어 최적의 음향 환경을 선사한다.

책가옥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책가’는 유희열 작가가 직접 제작하고 옻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 곳은 공연 때에는 무대로 쓰인다.
뮤지션이자 바리스타 이두헌의 음악적, 공간적 철학이 녹아든 곳, 책가옥
이두헌은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하며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가구 작가 유희열(뮤지션 유희열과는 동명이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걷던 중 그의 취향에 딱 맞는 작업실이 있어서 들어간 것이 인연이 되었다고. 이두헌은 일체의 화학처리 없는 원목만을 사용하며 수 백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는 가구를 만드는 유희열의 작품에 반해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작업실을 꾸준히 드나들었다고 한다. 또한 유희열 작가 역시 이두헌의 오랜 팬으로 그의 노래를 알고 좋아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한 이들은 공간과 가구, 분위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두헌이 땅을 구매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것을 결정하면서 이 둘의 교류와 우정, 생각의 공유가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되었다.
당시 이두헌이 주문한 것은 단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세모꼴의 지붕을 가진 집을 지을 것, 또 하나는 월세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 일을 하고 몸을 움직여 돈을 벌도록 단층으로 지을 것. 이후는 모두 유희열 작가에게만 맡겨 진행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인 책가옥은 녹색 배경이 푸르른 용인의 교외에서 진중하면서도 겸손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음악과 커피,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책가옥을 방문하면서 드는 외관에서의 첫 인상은 친밀함과 종교적 엄숙함의 공존이다. 빨간 벽돌과 원목으로 만들어진 슬라이딩 도어, 그리고 현관 옆에 놓인 통나무 벤치와 야트막한 돌계단은 친숙함과 편안함을 선사하자만 세모꼴로 우뚝 솟은 직선적인 구조와 건물의 물리적 크기, 그리고 강렬한 존재감의 현관 조명은 단단하고 엄숙하다. 마치 반갑게 관람객들을 맞이하지만, 한 편으로는 공간에 대한 존중을 정중하게 요구하는 듯 하다.
외형적 이질감이 선사하는 묘한 분위기를 지나쳐 묵직한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내부를 들어서면 실내가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두헌과 유희열 작가가 정성스레 꾸민 회랑이 반긴다. 귀엽고도 예쁜 작품들이 설치된 이 곳에서 방문객들은 한숨을 고르고 바깥에서의 번뇌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들어가게 될 공간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 회랑은 기능적으로는 밖으로 통하는 문과 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소음을 차단하지만 심리적으로도 마음의 소음을 차단하고 외부와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크지 않아 소박하기까지 한 회랑, 그리고 작은 문을 지나면 다시 활짝 트인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겉 모습으로 보아 건물 안은 대충 3층을 될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의외로 허무하게도 내부는 단층으로 구성되어 광활하고 높은 천장이 엄청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건물 내부에 평평한 넓은 면이 존재하면 허무하거나 휑한 느낌을 주기 쉽지만 책가옥의 천장은 복잡한 형상의 나무로 마감되어 단순함과 복잡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또한 기능적으로 이러한 형상은 음향의 난반사를 유도해 듣기 싫은 플러터 에코를 만들지 않으며 대신 듣기 좋은 잔향 성분만을 남긴다.
책가옥의 공간은 크게 3군데로 나뉜다. 먼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즐기며 책을 볼 수 있고, 또 공연 중에는 객석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폴딩도어 레일이 설치되어 일종의 프로세니움으로 분리된 ‘책가’ 공간은 책가옥의 시그니처이며 공연이 있는 날은 무대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카페 오너이자 바리스타인 이두헌이 직접 커피를 볶고 분쇄하고 드립하는 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벨에포크 시대를 연상케 하는 책장이 곁에 있는데, 집중이 필요한 강연 등으로 바를 분리해야 할 때는 이 책장을 슬라이딩하여 공간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이처럼 책가옥은 공간이 가져야 할 미덕 중 심미성과 인문학적 의미 외에도 기능성을 철저히 추구하여 무엇하나 부족한 점이 없다. 책가옥은 카페인 동시에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펼치는 공연장이기도 하기에 당연히 그에 대한 철저한 배려와 준비가 되어있다.

메인 스피커인 Martin Audio CDD8.

Fill 스피커로 사용된 Martin Audio CDD6.

서브우퍼로는 Martin Audio Blackline X115가 사용되었다.
규모가 크지 않기에 멀티트랙 녹음이 가능한 24채널 규모의 디지털 믹싱 콘솔을 구비했으며 추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의 원활한 모니터링을 위해 퍼스널 모니터 시스템까지 준비되어 있다.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영국의 하이엔드 투어링 스피커 제조사인 Martin Audio의 것이 사용되었는데 메인 스피커로는 CDD8이, fill 스피커로는 CDD6가 설치되었으며 서브우퍼는 Blackline X115가 설치되어 총 50여석 규모의 객석 공간에 충분한 음량과 더불어 압도적인 음질을 선사한다.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한 성능과 퀄리티를 챙겨 책가옥의 전반적인 기조와도 잘 어울리는 구성이다. 공연장으로서 책가옥은 2021년, 가수 이승환이 급작스럽게 50석 규모의 공연을 기획하여 1초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공연장으로의 책가옥도 매력이 있지만 카페로서의 책가옥 역시 깊은 매력이 있다. 이두헌은 20여년 전 일본 여행 중 유명한 커피 장인인 다이보 가쓰지가 직접 운영하는 ‘다이보 커피’에 우연히 방문하면서 커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가 정성껏, 진중하게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그는 다이보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기를 구매하고 그의 저서를 탐독하면서 나름대로 연구를 통해 커피의 깊은 경지에 다다랐다. 이 소식이 우연히 다이보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이 둘은 친분을 갖고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카페 책가옥’에서 마시는 커피는 그래서 이두헌이 직접 원두를 고르고, 볶고, 분쇄하고, 드립하는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책가옥의 커피는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그가 직접 모든 과정을 관여한다. 그래서 책가옥을 방문하면 뮤지션으로서의 이두헌과 바리스터로서의 이두헌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책가옥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수, 목, 금에는 1회 예약으로 오픈 시간인 11시 30분부터 18시까지 종일 이용이 가능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두 타임으로 나눠 11시 30분부터 14시 30분, 그리고 3시부터 6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주말에 종일 이용을 원한다면 두 타임을 모두 예약해도 된다. 책가옥 방문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홈페이지 [https://linktr.ee/chaekgaok]를 방문해보자. 이 곳에서는 책가옥 이용 예약 뿐 아니라 공간 대관, 공연 안내, 그리고 이두헌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주문할 수 있다.

자장가 트리오.

퍼커션 연주를 담당하는 야마모토 오사무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백밴드 드럼을 담당한 베테랑이다.

이지영은 피아니스트면서 자장가 트리오에서는 리드 파트를 맡기 위해 건반 하모니카도 연주한다.

기타리스트 정인재는 밴드에서 나일론 기타를 맡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무료(無聊)가 만든 새로운 출발, 자장가 트리오
자장가(ジャジャンガ) 트리오는 피아노와 건반 하모니카(멜로디카나 키플루트라고도 불림)을 맡은 이지영, 기타의 정인재, 그리고 퍼커션을 맡은 야마모토 오사무의 세 멤버로 이뤄진 연주 음악 3인조 밴드다. 이들은 모두 일본 도쿄에 적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션 전문 뮤지션으로, 이 중 가장 경력이 많고 베테랑인 야마모토 오사무는 일본의 3대 ‘우타히메’(가희여왕) 중 무려 2인의 세션 연주를 맡은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나훈아, 패티김, 김연자 등 많은 뮤지션의 연주를 담당한 바 있는 베테랑 드러머다.
트리오에서 피아노 및 건반 하모니카를 맡은 이지영은 한국에서 CCM 및 가요 세션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한 바 있으며, 기타리스트 정인재 역시 같은 씬에서 활동했다. 이 둘은 2008년에 결혼과 동시에 일본으로 음악 유학을 떠났고, 이미 한국에서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일본의 음악 씬에서 금세 자리를 잡아 엔카와 J-Pop,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백밴드를 담당하는 세션 뮤지션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이들이 자장가 트리오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우리 모두는 4년전, 힘들었던 시기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들 역시 코로나의 유행으로 인해 연주 일정의 2/3가 사라질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 어차피 일이 없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온천 여행을 갔는데, 당시 방문한 온천의 홀에는 재즈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저 스테이지에서 연주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이들은 온천의 사장에게 바로 연락하여 즉석에서 간단히 오디션 연주를 했는데 그 곡이 찬송가 [하늘가는 밝은 길이]였다고. 그런데 온천 사장이 기독교인이었고 바로 3개월 전, 사장의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하늘가는 밝은 길이]가 계속 연주되었었다고 한다. 그렇게 즉석에서 유대감을 느낀 이들은 정기 연주를 보장받게 되었고 이후 정식으로 자장가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비오는 날, 주말 오후의 완벽한 자장가
취재진이 방문한 때는 초여름을 알리는 비가 내려 책가옥만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나름대로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책가옥에서 생경함과 익숙함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카페 오너 이두헌이 직접 내린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던 관객들은 자장가 트리오가 A. Piazzolla의 곡, [Libertango]를 연주하며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적응했다. 비록 3인조이지만 탄탄한 연주력으로 꽉 채워진 사운드를 내며 관객들의 집중을 모은 이들은 이어 [Oblivion], 그리고 이른바 ‘성인가요’라고 칭해지는 일본 엔카 장르 중 전설적인 곡인 [난파선], [카나시이 사케] 등의 곡을 선보이며 월드뮤직과 포크, 재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특히 자장가 트리오는 한국의 관객들을 위해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백만송이 장미] 등의 곡을 연주하며 이들이 재해석한 익숙한 멜로디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비롯,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다음을 담으며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Sunflower, I Girasoli]라는 영화의 음악을 선보일 때 관객들은 이들의 메시지와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들은 인원으로는 3명이 구성하는 트리오로 가장 간소한 밴드 형태이지만 탄탄한 연주력과 탁월한 곡 해석, 그리고 다년간의 세션 연주를 통해 다져진 장르 적응력을 통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 곳곳의 명곡들을 듣기 쉽게, 예술적으로 수준 높게 풀어내 관객들의 큰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의미있는 공간에서 선보이는 의미있는 연주
by 이무제, 자료제공: 책가옥
최근 대중문화에 있어서 열풍이라고 꼽을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파인다이닝(fine dining)’일 것이다. 직역하면 ‘질이 높은 식사’라는 뜻인데 이는 단순히 영양학적으로나 혹은 외관, 맛이 좋다는 것을 넘어 ‘fine’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입체적인 뜻, 즉 정교, 우아, 심미, 세련, 순수 등의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식사를 말한다. 따라서 파인다이닝에는 고급의 식재료와 함께 셰프의 오랜 경험과 창의력이 가득 담긴 각종 요리 테크닉들이 아낌없이 투입된다. 하지만 단순히 비싼 식재료와 희귀하고 신기한 요리 기법들이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파인다이닝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요리 전반에 대한 셰프의 이해, 그리고 그의 인생 경험과 삶의 철학이 얼마나 잘 음식에 녹아들었느냐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핸드 로스팅 카페 및 공연 공간인 ‘책가옥’은 바로 이런 파인다이닝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작곡가, 프로듀서 이두헌이 설립 및 운영하는 책가옥은 그가 직접 로스팅하고 드립한 고품질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또한 공연 시설 면에서도 본격적이어서 Martin Audio의 스피커 시스템 및 24채널 믹싱 및 멀티트랙 녹음과 퍼스널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음향 시스템이 설치되어 관객들과 아티스트들 모두에게 최상의 공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가옥의 모든 건물과 구조, 그리고 각종 가구와 장식 요소들에 카페 오너인 이두헌의 삶의 경험과 철학, 그의 감각과 감성이 가득 녹아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은 5월 10일, 일본의 세션 뮤지션들이 모여 결성한 자장가(ジャジャンガ) 트리오의 책가옥에서의 콘서트에 참석, 책가옥만이 전해줄 수 있는 깊이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유서깊은 엔카와 재즈, 팝, 유러피안 포크가 균형있게 어우러진 자장가 트리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가 펼쳐지는 현장을 경험했다. 이 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최고의 ‘음악적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었다.
책가옥은 이두헌의 음악, 커피, 공간, 책에 대한 철학이 모두 녹아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원두 선별 단계부터 로스팅, 그리고 드립까지 모두 이두헌의 손길이 닿아있다.
아티스트에서 바리스타까지, 이두헌을 만나다
이두헌은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로 1980년대의 대중문화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다. 당시의 대중음악의 주류는 일명 ‘그룹사운드’라고 일컬어지는 진한 록, 혹은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포크 뮤직이나 혹은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한 디스코 뮤직의 영향을 받은 댄스 및 시티팝이었는데 이두헌이 이끄는 다섯손가락은 이 모든 것을 버무려 시류에 걸맞은 현대적인 사운드와 당시 한국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가사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어모았다.
4장에 이르는 정규 앨범 및 아직도 노래방에서 널리 불리는 다수의 히트곡들을 보유한 다섯손가락은 아직도 종종 회자될 정도로 레전드 그룹으로 남았지만 의외로 활동기간은 1984년부터 1989년까지로 대략 5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당시 다섯손가락의 활동의 밀도가 높았던 것, 그리고 그들의 음악적 수준이 앞서갔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서다.
다섯손가락의 영향력은 단순히 레전드 히트곡을 남기며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 세련미와 서정성을 동시에 부여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룹 결정 당시의 멤버는 이두헌(보컬, 기타)를 중심으로 임형순(보컬), 최태완(건반), 하광훈(베이스), 박강영(드럼)의 라인업이었는데 다섯손가락의 성공으로 단숨에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올라선 이들은 그룹 해체 후에도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다양한 곳에서 뽐냈다. 특히 하광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전설적인 작곡가 하광훈이 맞는다. 그는 다섯손가락 탈퇴 후 변진섭, 장혜리, 조관우, 김범수, 이승철 등에게 곡을 제공하여 90년대 한국 발라드의 전성기의 화려한 만개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최태완은 세션 키보디스트이자 피아니스트로 데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로 활동하며 90년대의 한국 발라드 사운드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카페 오너인 이두헌은 여전히 뮤지션이다. 매 주 수요일 이두헌의 솔로 콘서트를 볼 수 있다.
군입대, 그리고 각 멤버들이 자신의 개별 활동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남게 된 이두헌은 이후 원맨 밴드 형식으로 다섯손가락을 유지하면서 3집과 4집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동시에 당대의 유명 가수들의 곡의 전문 편곡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히트곡의 작곡가이자 소유자,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의 사운드를 막후에서 만들어내는 실력있는 편곡자이자 프로듀서로 그는 평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향상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유학길에 올라 USC와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적 기량을 더욱 갈고 닦았다.
무려 10년에 이르는 유학 후 그는 한국에 귀국하면서 두 가지의 중요한 음악적 결과물을 내놓는다. 하나는 [이두헌의 스튜디오 리듬기타]라고 하는, 40대 이하의 한국 기타리스트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바이블과 같은 서적,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음악적 성과를 담은 파격적인 앨범 [Imagine]을 발표한 것. 비록 책과 달리 앨범은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려 했던 그의 음악적 치열, 열정, 깊이, 정성이 압축되어 있기에 한국 대중음악 애호가라면 반드시 필청을 권한다.
이후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연주자로 활동을 모색하던 그는 ‘제 3의 길’을 찾아냈다. 바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그리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20년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배출한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던 음악의 정수를 열정을 다해 전수했고 그를 거쳐간 학생들은 이제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는 K-Pop의 주역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두헌은 그의 인생 전체에 걸쳐 처음에는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면서, 이후에는 조용히, 보이지 않게 꾸준히 한국 대중음악, 그리고 세계를 호령하는 K-Pop까지 뿌리깊게 영향력을 펼쳐온 뮤지션이며 아티스트이자 교수다.
2020년, 그는 정들었던 강단을 떠나면서 그가 사랑하는 것, 그러니까 기타, 음악, 커피, 무대, 공연, 책 그리고 아름답고도 소박한 것들을 정성스럽게 한 자리에 모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책가옥’이다.
책가옥의 외관은 친숙하면서도 마치 성당과 같은 엄숙함을 자아낸다.
내부는 단층 구조로 시원하게 트여있지만 독특한 표면 처리를 통해 반사음이 절제되어 최적의 음향 환경을 선사한다.
책가옥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책가’는 유희열 작가가 직접 제작하고 옻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 곳은 공연 때에는 무대로 쓰인다.
뮤지션이자 바리스타 이두헌의 음악적, 공간적 철학이 녹아든 곳, 책가옥
이두헌은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하며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가구 작가 유희열(뮤지션 유희열과는 동명이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걷던 중 그의 취향에 딱 맞는 작업실이 있어서 들어간 것이 인연이 되었다고. 이두헌은 일체의 화학처리 없는 원목만을 사용하며 수 백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는 가구를 만드는 유희열의 작품에 반해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작업실을 꾸준히 드나들었다고 한다. 또한 유희열 작가 역시 이두헌의 오랜 팬으로 그의 노래를 알고 좋아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한 이들은 공간과 가구, 분위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두헌이 땅을 구매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것을 결정하면서 이 둘의 교류와 우정, 생각의 공유가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되었다.
당시 이두헌이 주문한 것은 단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세모꼴의 지붕을 가진 집을 지을 것, 또 하나는 월세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 일을 하고 몸을 움직여 돈을 벌도록 단층으로 지을 것. 이후는 모두 유희열 작가에게만 맡겨 진행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인 책가옥은 녹색 배경이 푸르른 용인의 교외에서 진중하면서도 겸손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음악과 커피,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책가옥을 방문하면서 드는 외관에서의 첫 인상은 친밀함과 종교적 엄숙함의 공존이다. 빨간 벽돌과 원목으로 만들어진 슬라이딩 도어, 그리고 현관 옆에 놓인 통나무 벤치와 야트막한 돌계단은 친숙함과 편안함을 선사하자만 세모꼴로 우뚝 솟은 직선적인 구조와 건물의 물리적 크기, 그리고 강렬한 존재감의 현관 조명은 단단하고 엄숙하다. 마치 반갑게 관람객들을 맞이하지만, 한 편으로는 공간에 대한 존중을 정중하게 요구하는 듯 하다.
외형적 이질감이 선사하는 묘한 분위기를 지나쳐 묵직한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내부를 들어서면 실내가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두헌과 유희열 작가가 정성스레 꾸민 회랑이 반긴다. 귀엽고도 예쁜 작품들이 설치된 이 곳에서 방문객들은 한숨을 고르고 바깥에서의 번뇌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들어가게 될 공간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 회랑은 기능적으로는 밖으로 통하는 문과 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소음을 차단하지만 심리적으로도 마음의 소음을 차단하고 외부와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크지 않아 소박하기까지 한 회랑, 그리고 작은 문을 지나면 다시 활짝 트인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겉 모습으로 보아 건물 안은 대충 3층을 될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의외로 허무하게도 내부는 단층으로 구성되어 광활하고 높은 천장이 엄청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건물 내부에 평평한 넓은 면이 존재하면 허무하거나 휑한 느낌을 주기 쉽지만 책가옥의 천장은 복잡한 형상의 나무로 마감되어 단순함과 복잡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또한 기능적으로 이러한 형상은 음향의 난반사를 유도해 듣기 싫은 플러터 에코를 만들지 않으며 대신 듣기 좋은 잔향 성분만을 남긴다.
책가옥의 공간은 크게 3군데로 나뉜다. 먼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즐기며 책을 볼 수 있고, 또 공연 중에는 객석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폴딩도어 레일이 설치되어 일종의 프로세니움으로 분리된 ‘책가’ 공간은 책가옥의 시그니처이며 공연이 있는 날은 무대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카페 오너이자 바리스타인 이두헌이 직접 커피를 볶고 분쇄하고 드립하는 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벨에포크 시대를 연상케 하는 책장이 곁에 있는데, 집중이 필요한 강연 등으로 바를 분리해야 할 때는 이 책장을 슬라이딩하여 공간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이처럼 책가옥은 공간이 가져야 할 미덕 중 심미성과 인문학적 의미 외에도 기능성을 철저히 추구하여 무엇하나 부족한 점이 없다. 책가옥은 카페인 동시에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펼치는 공연장이기도 하기에 당연히 그에 대한 철저한 배려와 준비가 되어있다.
메인 스피커인 Martin Audio CDD8.
Fill 스피커로 사용된 Martin Audio CDD6.
서브우퍼로는 Martin Audio Blackline X115가 사용되었다.
규모가 크지 않기에 멀티트랙 녹음이 가능한 24채널 규모의 디지털 믹싱 콘솔을 구비했으며 추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의 원활한 모니터링을 위해 퍼스널 모니터 시스템까지 준비되어 있다.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영국의 하이엔드 투어링 스피커 제조사인 Martin Audio의 것이 사용되었는데 메인 스피커로는 CDD8이, fill 스피커로는 CDD6가 설치되었으며 서브우퍼는 Blackline X115가 설치되어 총 50여석 규모의 객석 공간에 충분한 음량과 더불어 압도적인 음질을 선사한다.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한 성능과 퀄리티를 챙겨 책가옥의 전반적인 기조와도 잘 어울리는 구성이다. 공연장으로서 책가옥은 2021년, 가수 이승환이 급작스럽게 50석 규모의 공연을 기획하여 1초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공연장으로의 책가옥도 매력이 있지만 카페로서의 책가옥 역시 깊은 매력이 있다. 이두헌은 20여년 전 일본 여행 중 유명한 커피 장인인 다이보 가쓰지가 직접 운영하는 ‘다이보 커피’에 우연히 방문하면서 커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가 정성껏, 진중하게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그는 다이보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기를 구매하고 그의 저서를 탐독하면서 나름대로 연구를 통해 커피의 깊은 경지에 다다랐다. 이 소식이 우연히 다이보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이 둘은 친분을 갖고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카페 책가옥’에서 마시는 커피는 그래서 이두헌이 직접 원두를 고르고, 볶고, 분쇄하고, 드립하는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책가옥의 커피는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그가 직접 모든 과정을 관여한다. 그래서 책가옥을 방문하면 뮤지션으로서의 이두헌과 바리스터로서의 이두헌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책가옥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수, 목, 금에는 1회 예약으로 오픈 시간인 11시 30분부터 18시까지 종일 이용이 가능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두 타임으로 나눠 11시 30분부터 14시 30분, 그리고 3시부터 6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주말에 종일 이용을 원한다면 두 타임을 모두 예약해도 된다. 책가옥 방문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홈페이지 [https://linktr.ee/chaekgaok]를 방문해보자. 이 곳에서는 책가옥 이용 예약 뿐 아니라 공간 대관, 공연 안내, 그리고 이두헌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주문할 수 있다.
자장가 트리오.
퍼커션 연주를 담당하는 야마모토 오사무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백밴드 드럼을 담당한 베테랑이다.
이지영은 피아니스트면서 자장가 트리오에서는 리드 파트를 맡기 위해 건반 하모니카도 연주한다.
기타리스트 정인재는 밴드에서 나일론 기타를 맡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무료(無聊)가 만든 새로운 출발, 자장가 트리오
자장가(ジャジャンガ) 트리오는 피아노와 건반 하모니카(멜로디카나 키플루트라고도 불림)을 맡은 이지영, 기타의 정인재, 그리고 퍼커션을 맡은 야마모토 오사무의 세 멤버로 이뤄진 연주 음악 3인조 밴드다. 이들은 모두 일본 도쿄에 적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션 전문 뮤지션으로, 이 중 가장 경력이 많고 베테랑인 야마모토 오사무는 일본의 3대 ‘우타히메’(가희여왕) 중 무려 2인의 세션 연주를 맡은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나훈아, 패티김, 김연자 등 많은 뮤지션의 연주를 담당한 바 있는 베테랑 드러머다.
트리오에서 피아노 및 건반 하모니카를 맡은 이지영은 한국에서 CCM 및 가요 세션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한 바 있으며, 기타리스트 정인재 역시 같은 씬에서 활동했다. 이 둘은 2008년에 결혼과 동시에 일본으로 음악 유학을 떠났고, 이미 한국에서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일본의 음악 씬에서 금세 자리를 잡아 엔카와 J-Pop,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백밴드를 담당하는 세션 뮤지션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이들이 자장가 트리오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우리 모두는 4년전, 힘들었던 시기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들 역시 코로나의 유행으로 인해 연주 일정의 2/3가 사라질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 어차피 일이 없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온천 여행을 갔는데, 당시 방문한 온천의 홀에는 재즈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저 스테이지에서 연주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이들은 온천의 사장에게 바로 연락하여 즉석에서 간단히 오디션 연주를 했는데 그 곡이 찬송가 [하늘가는 밝은 길이]였다고. 그런데 온천 사장이 기독교인이었고 바로 3개월 전, 사장의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하늘가는 밝은 길이]가 계속 연주되었었다고 한다. 그렇게 즉석에서 유대감을 느낀 이들은 정기 연주를 보장받게 되었고 이후 정식으로 자장가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비오는 날, 주말 오후의 완벽한 자장가
취재진이 방문한 때는 초여름을 알리는 비가 내려 책가옥만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나름대로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책가옥에서 생경함과 익숙함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카페 오너 이두헌이 직접 내린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던 관객들은 자장가 트리오가 A. Piazzolla의 곡, [Libertango]를 연주하며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적응했다. 비록 3인조이지만 탄탄한 연주력으로 꽉 채워진 사운드를 내며 관객들의 집중을 모은 이들은 이어 [Oblivion], 그리고 이른바 ‘성인가요’라고 칭해지는 일본 엔카 장르 중 전설적인 곡인 [난파선], [카나시이 사케] 등의 곡을 선보이며 월드뮤직과 포크, 재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특히 자장가 트리오는 한국의 관객들을 위해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백만송이 장미] 등의 곡을 연주하며 이들이 재해석한 익숙한 멜로디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비롯,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다음을 담으며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Sunflower, I Girasoli]라는 영화의 음악을 선보일 때 관객들은 이들의 메시지와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들은 인원으로는 3명이 구성하는 트리오로 가장 간소한 밴드 형태이지만 탄탄한 연주력과 탁월한 곡 해석, 그리고 다년간의 세션 연주를 통해 다져진 장르 적응력을 통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 곳곳의 명곡들을 듣기 쉽게, 예술적으로 수준 높게 풀어내 관객들의 큰 박수갈채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