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Dolby Atmos 스튜디오의 새로운 기준
by 이무제, 자료제공: 사운드360, 오디오가이, (주)사운드솔루션


Dolby Atmos가 음악을 위한 상업 스튜디오에 도입될 초기만 해도 그 성공을 장담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그리고 그 소수의 선구자들은 언뜻 무모해보이는 투자를 감행했고, 지금은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사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사운드360(최정훈 대표)은 이러한 소수의 선구자에 속한다. 흐름의 방향은 분명하다. 현재의 음악 스튜디오들을 보면 이제 메이저급 상업 스튜디오는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Dolby Atmos의 전환 및 도입을 완벽하게 완료했으며, 음악 뿐 아니라 OTT 시장에서의 포스트 작업들이 활성화되면서 높이 스피커 레이아웃을 특징으로 하는 Dolby Atmos는 이제 완벽히 표준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새로 떠오르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한 가지는 신입이나 인턴 사운드 엔지니어는 Dolby Atmos 설비 및 별도의 인턴십 교육 과정을 자체적으로 가진 스튜디오에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Dolby Atmos 워크플로우를 배우고 익숙해지는 기회를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Dolby Atmos의 믹싱을 위해서는 상당한 물량의 장비들과 다수의 스피커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갖추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두 번째로는 중소형 규모의 로컬 스튜디오나 개인 작업실, 작곡가들이 앞서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Dolby Atmos의 적용을 어렵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모두 Dolby Atmos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규모’와 ‘예산’에 관한 것이 공통된 원인이다.
하지만 사운드360은 자사의 스튜디오 공간에서 쓰지 않는 룸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저예산, 소규모 스튜디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Dolby Atmos는 풍부한 예산으로 넉넉한 규모에서 시공 및 구축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사운드360 스튜디오 C룸의 구축 사례는 중저가형으로 통 당 30만원대의 가격을 자랑하는 RCF Ayra Pro5 액티브 스피커와 Audient Oria 오디오 인터페이스, 그리고 기본형 맥미니와 Logic만으로 Dolby Atmos와 관련된 모든 작업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여 저예산, 소규모의 환경에서 완벽한 3D Immersive 믹싱룸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이를 통해 개인작업자, 작곡가, 지망생이 참고할만한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프로젝트는 RCF Ayra Pro5 스피커와 스피커 매니지먼트 기능을 갖춘 Audient Oria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주축이 되었다.

데스크는 맥 미니, 그리고 단 한 대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극히 간소화되었다.
낮은 예산으로 Dolby Atmos가 가능한가?
사운드360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Dolby Atmos Music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조성된 A룸에 이어서 녹음 및 라이브 부스였던 곳을 B룸으로 조성하여 확장했고, 이번에 추가 작업 및 신입 엔지니어 육성을 위해 C룸까지 조성한 것. 이처럼 업무적 필요에 의해 조성된 C룸이지만 최정훈 대표는 이 곳에 과도한 투자는 지양하기로 결정했다.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눈이 부신 덕분이다.
취재진은 좀 더 자세한 대해 물어봤다. “아직도 Avid Pro Tools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본 결과 특정 DAW에 꼭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영상이 아닌, 음악작업이라면 Dolby Atmos 패너와 렌더러까지 내장한 Logic이 가격 대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처럼 B룸은 처음부터 Logic을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축했고 꾸준히 좋은 결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A룸의 경우에는 이미 스피커 및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교체하는 작업을 했으니 A룸과 B룸에서 적잖은 구축 및 셋업의 경험과 데이터가 쌓인 상태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C룸을 조성하려고 계획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꼭 하이엔드 스피커와 인터페이스로 구성할 필요는 없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최정훈 대표는 다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스피커는 이미 많은 부분, 상향평준화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확한 믹싱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름아닌 올바른 룸 트리트먼트와 스피커의 면밀한 튜닝이라고 생각한 것. 사실, 이는 이미 많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지는 부분, 개인적 취향 등의 영향으로 룸 트리트먼트보다는 스피커의 브랜드, 가격으로 매겨지는 등급을 통해 선택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는 오해하면 안될 점이 있다. 같은 룸 환경이라면 당연히 검증된 브랜드의 하이엔드 제품이 더 좋은 소리를 낼 확률이 높다. 브랜드의 신뢰성이라는 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비싼 브랜드는 아무래도 높은 QC(Quality Control) 과정을 통해 각 스피커간 편차가 최소화되고, 이에 따라 튜닝에 좀 더 적은 노력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스피커라는 기기 자체는 절대적으로 룸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이에 따라 경험있는 엔지니어의 적절한 튜닝과 룸 트리트먼트, 세심한 셋업이 더해진다면 중저가형 스피커에서도 프로페셔널 수준의 작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사례는 ‘하이엔드 기기 무용론’보다는 ‘중저가형 기기들도 충분히 쓸만하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RCF Ayra Pro5는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바이앰핑, FIR필터까지 지원하는 고성능 DSP까지 내장한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다.

스피커 시스템의 전면 레이아웃.

스피커 시스템의 후면 레이아웃.
RCF Ayra Pro5가 활약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정훈 대표가 선택한 스피커는 다름아닌 RCF Ayra Pro5다. 레이아웃은 7.1.4로, 메인 LCR과 위성스피커까지 총 11개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RCF Ayra Pro5만으로 선택한 것. 참고로 RCF Ayra Pro5는 1통 기준, 기사작성 시점에서 온라인 판매가 396,000원을 자랑하는 저가형 스피커다. 이 정도면 1조 단위로는 입문자가 부담없이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며, 7.1.4 레이아웃을 위한 11통의 물량이라도 해도 흔히 이야기하는 중급형 스피커 1조 정도의 가격에 불과하여 개인이 열정을 조금만 쏟는다면 큰 어려움 없이 구매가 가능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스튜디오 구축 사례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의 스피커이긴 하지만 이 스피커의 내실은 탄탄하다. 최정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RCF는 라이브 분야에서 먼저 유명한 스피커이고, 이미 많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익숙한 브랜드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스튜디오서 써볼 일은 당연히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높은 가격대비 성능으로 이미지가 좋았고, 이러한 라이브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견고한 부품들과 유닛, 인클로저가 사용되었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주목한 것은 50Hz~20kHz에 이르러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과 더불어 FIR 필터 DSP를 내장하여 매우 평탄한 위상 반응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Dolby Atmos는 여러대의 스피커들이 상호작용하며 음장감과 입체감, 정위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각 스피커간 간섭과 보강에 의한 왜곡이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스피커의 정밀한 배치가 매우 중요하죠. FIR필터를 사용해 위상 반응이 평탄한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스피커 튜닝에 있어서 난이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제가 해외 게시물과 포럼 등을 열심히 찾아본 결과 RCF Ayra Pro5가 기본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평탄한 위상 반응이라는 장점 때문에 Dolby Atmos를 위한 스피커로 아주 많이 추천되더군요. 심사숙고 끝에 다른 비싼 스피커에 비해 뒤지는 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RCF Ayra Pro5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RCF Ayra Pro5는 그의 말대로 내실이 매우 탄탄하다. 인클로저 외형은 80~90년대 스피커 디자인을 따르는 것 같아서 세련미는 약간 아쉽지만 투박한 매력이 있으며 RCF의 투어링용 스피커 제작의 노하우가 투입되어 견고한 인클로저 구조와 함께 복합 소재의 콘이 적용된 우퍼와 고효율의 돔-트위터가 적용되어 50Hz~20kHz의 광대역을 110dBSPL의 최대 음압으로 출력한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75W+25W의 바이앰프 구조, 이를 콘트롤하는 고성능의 DSP, RCF가 세심하게 설계한 웨이브가이드, 그리고 섬세한 튜닝의 손길까지 더해져 위상 왜곡이 최소화되어 대부분의 영역에서 0°의 평탄한 위상 반응을 실현한 점이 돋보인다. 물론 RCF Ayra Pro5가 ‘세상에서 가장 평탄한 스피커, 가장 우수한 스피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믹싱 작업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특히 평탄한 위상 반응 덕분에 세심한 튜닝을 위해서는 가격대비 최적의 스피커라고 할 수 있겠다.

Audient Oria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풍부한 입출력부, 모니터 콘트롤러 기능, 스피커 매니지먼트 기능을 합쳤다.

16채널에 달하는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은 추가 장비 없이 최대 9.1.6 시스템의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의외의 선택, Audient Oria
이번 프로젝트에 선택된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의외로 Audient Oria이다. 현재 온라인 가격 검색시 4,290,000원으로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최 대표가 굳이 이 제품을 선택한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ADAT나 네트워크 오디오와 같은 별다른 입출력 확장없이 단 한 대의 1U 유닛만으로 모든 필요한 입출력을 가진 장비를 우선 찾았습니다. 눈에 띄는 장비가 최근 출시한 Audient Oria였는데요, 알아보니 Dolby Atmos를 정확히 타겟팅하고 개발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더군요. 단 1U의 인터페이스지만 기기 자체적으로 16채널의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을 탑재한 덕에 추가 장비 없이 9.1.6 시스템을 간편하게 구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모니터 스피커들을 쉽게 콘트롤 가능한 모니터 콘트롤러 기능까지 패널에 내장했구요. 9.1.6 출력에 더해서 별도의 스테레오 출력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바로 스피커 매니지먼트를 위한 강력한 DSP를 기기 자체에 내장했다는 점이에요. 스피커간 미세한 볼륨 차이를 콘트롤할 수 있는 트리밍, 스피커간 딜레이, 베이스 매니지먼트 콘트롤 기능, 8밴드의 강력한 EQ까지, 없는게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정평난 Sonarworks SoundID Reference와의 통합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굉장히 정밀한 측정을 쉽고 빠르게 내장 DSP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ORIA는 풍부한 아날로그 출력부와 ADAT, Dante 확장성을 제공하여 Dolby Atmos와 같은 이머시브 오디오 포맷에 특화된 오디오 인터페이스다. 지난 2년에 걸쳐, 이머시브 오디오 믹스에 대한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머시브 오디오 포맷은 거의 10년동안 포스트 프로덕션 시장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음악 제작 시장에서는 최근에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2020년 Apple이 공간 음향을 발표한 것이 그 시작점이 되었다. 이머시브 오디오가 정점에 도달하기 시작하면서 이머시브 오디오를 더욱 진지하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었고, 기존 스테레오 및 서라운드 사운드 믹싱 스튜디오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하드웨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머시브 오디오가 요구하는 하드웨어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어 믹스 엔지니어는 여러 대의 스피커와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Audient는 이러한 상황을 Oria의 출시로 완벽하게 반전시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Audient는 ORIA를 세계 최초 이머시브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모니터 컨트롤러로 칭하고 있다. Dolby Atmos와 같은 이머시브 오디오 포맷 믹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으며, 스테레오부터 9.1.6 구성에 이르기까지의 멀티 채널 스피커 어레이를 보정, 제어 및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것.
Oria는 이처럼 결코 저렴하달 수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유일한 9.1.6 대응 하드웨어 스펙, 그리고 PC의 CPU를 소모하지 않는 강력한 자체 DSP를 탑재하고 있어서 가격대비 가치는 매우 높다. 최정훈 대표는 Audient Oria를 사용해보고 그 편리성과 깔끔한 구성에 감탄하여 A와 B룸까지도 Oria를 도입했을 정도. 최 대표는 “컨버터의 퀄리티는 흔히 말하는 최상급 하이엔드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프로페셔널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충분하며 무엇보다 현업 Dolby Atmos의 워크플로우를 세심하게 고려한 제품의 구성으로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라며 Oria의 우수한 점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Audient Oria는 풍부한 아날로그 출력 탑재에 스피커 매니지먼트를 위한 기능을 충실히 갖추는 등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구성을 갖춘 장비이지만 400만원 대 초반의 가격으로 개인 작업자나 지망생 등이 선뜻 접근하기에는 다소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아날로그 출력 기준으로 10개 정도 탑재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은 현재 시장에 많으며 심지어 1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제품도 존재하는만큼 5.1.4 구성으로 좀 더 간소한 Dolby Atmos 시스템을 꾸린다면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스피커 매니지먼트 부분이 아쉬울 수 있는데, 최근 PC의 프로세싱 파워는 매우 강력해졌으므로 Sonarworks SoundID Reference와 같은 측정 및 보정 장비와 소프트웨어만을 따로 구매한 후 튜닝을 적용해도 무방하다.

RCF Ayra Pro5는 클래식하지만 잘 설계된 인클로저와 웨이브가이드, 그리고 강력한 DSP에 힘입어 평탄한 위상 반응을 실현했다.

Oria의 스피커 매니지먼트 DSP 적용 화면. 매우 디테일한 설정이 가능하다.
FIR 적용 스피커와 고성능 스피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만남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천고가 높지만 Dolby Atmos 권장 설정보다는 좁은 룸에서 가급적 완벽한 7.1.4 모니터링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행히 높이 스피커를 위한 적정 높이와 배치는 확보했지만 LCR 및 서라운드 스피커가 다소 가깝게 배치될 수 밖에 없어서 딜레이 및 베이스 매니지먼트 작업이 필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적지 않은 프로세싱이 적용되는만큼 강력한 DSP 프로세싱과 더불어 소위 ‘프로세싱빨’이 잘 받는 스피커가 필요했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RCF Ayra Pro5는 RCF가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FIR필터를 통한 ‘제로 위상 왜곡’의 결과물인만큼 앞서 언급한 ‘프로세싱빨’의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스피커다. 물론 가격의 한계로 알려진 주파수응답이나 Spinorama 측정치가 아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벼운 튜닝으로 극복이 가능한 상태며, 특히 어차피 스피커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평탄한 주파수반응보다는 최대한 낮은 위상 왜곡이라는 장점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에 새로 구축한 사운드360 C룸에서 최정훈 대표(좌)와 오현수 인턴 엔지니어(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성공적 사례
이번 Dolby Atmos 스튜디오 구축 사례는 메이저급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선뜻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룸의 넓이라든지, 값비싼 흡음재와 확산재를 풍부하게 쓰지 못했다든지, 특히 모니터 스피커의 그레이드가 자신만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사운드360은 합리적인 예산 안에서 얼마든지 상업적 기준에 맞는 Dolby Atmos 스튜디오 구축이 가능함을 증명해냈다. 특히 마케팅과 브랜드 밸류에 휘말리지 않고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스피커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선택했다는 점, 그리고 마침 출시된 실로콘 맥 기반의 맥미니 M4를 통해 합리적인 예산과 깔끔한 작업 데스크, 그리고 강력한 프로세싱 파워까지 모두 얻어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된 장비의 총 소비자가는 작업용 PC까지 합쳐 1천만원 이내로 마무리될 수 있었으며, 개인작업자나 작곡가, 프로듀서가 소규모 시스템을 꾸린다면 5.1.4 구성에 오디오 인터페이스 사양을 조금 더 줄인다면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Dolby Atmos 믹싱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사례는 취재진이 자주 다루는 고예산의 현장은 아니지만 일반 및 개인 유저들에게는 훨씬 피부에 와닿는 현장임을 확신한다.
저예산 Dolby Atmos 스튜디오의 새로운 기준
by 이무제, 자료제공: 사운드360, 오디오가이, (주)사운드솔루션
Dolby Atmos가 음악을 위한 상업 스튜디오에 도입될 초기만 해도 그 성공을 장담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그리고 그 소수의 선구자들은 언뜻 무모해보이는 투자를 감행했고, 지금은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사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사운드360(최정훈 대표)은 이러한 소수의 선구자에 속한다. 흐름의 방향은 분명하다. 현재의 음악 스튜디오들을 보면 이제 메이저급 상업 스튜디오는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Dolby Atmos의 전환 및 도입을 완벽하게 완료했으며, 음악 뿐 아니라 OTT 시장에서의 포스트 작업들이 활성화되면서 높이 스피커 레이아웃을 특징으로 하는 Dolby Atmos는 이제 완벽히 표준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새로 떠오르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한 가지는 신입이나 인턴 사운드 엔지니어는 Dolby Atmos 설비 및 별도의 인턴십 교육 과정을 자체적으로 가진 스튜디오에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Dolby Atmos 워크플로우를 배우고 익숙해지는 기회를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Dolby Atmos의 믹싱을 위해서는 상당한 물량의 장비들과 다수의 스피커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갖추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두 번째로는 중소형 규모의 로컬 스튜디오나 개인 작업실, 작곡가들이 앞서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Dolby Atmos의 적용을 어렵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모두 Dolby Atmos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규모’와 ‘예산’에 관한 것이 공통된 원인이다.
하지만 사운드360은 자사의 스튜디오 공간에서 쓰지 않는 룸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저예산, 소규모 스튜디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Dolby Atmos는 풍부한 예산으로 넉넉한 규모에서 시공 및 구축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사운드360 스튜디오 C룸의 구축 사례는 중저가형으로 통 당 30만원대의 가격을 자랑하는 RCF Ayra Pro5 액티브 스피커와 Audient Oria 오디오 인터페이스, 그리고 기본형 맥미니와 Logic만으로 Dolby Atmos와 관련된 모든 작업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여 저예산, 소규모의 환경에서 완벽한 3D Immersive 믹싱룸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이를 통해 개인작업자, 작곡가, 지망생이 참고할만한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프로젝트는 RCF Ayra Pro5 스피커와 스피커 매니지먼트 기능을 갖춘 Audient Oria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주축이 되었다.
데스크는 맥 미니, 그리고 단 한 대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극히 간소화되었다.
낮은 예산으로 Dolby Atmos가 가능한가?
사운드360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Dolby Atmos Music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조성된 A룸에 이어서 녹음 및 라이브 부스였던 곳을 B룸으로 조성하여 확장했고, 이번에 추가 작업 및 신입 엔지니어 육성을 위해 C룸까지 조성한 것. 이처럼 업무적 필요에 의해 조성된 C룸이지만 최정훈 대표는 이 곳에 과도한 투자는 지양하기로 결정했다.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눈이 부신 덕분이다.
취재진은 좀 더 자세한 대해 물어봤다. “아직도 Avid Pro Tools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본 결과 특정 DAW에 꼭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영상이 아닌, 음악작업이라면 Dolby Atmos 패너와 렌더러까지 내장한 Logic이 가격 대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처럼 B룸은 처음부터 Logic을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축했고 꾸준히 좋은 결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A룸의 경우에는 이미 스피커 및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교체하는 작업을 했으니 A룸과 B룸에서 적잖은 구축 및 셋업의 경험과 데이터가 쌓인 상태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C룸을 조성하려고 계획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꼭 하이엔드 스피커와 인터페이스로 구성할 필요는 없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최정훈 대표는 다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스피커는 이미 많은 부분, 상향평준화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확한 믹싱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름아닌 올바른 룸 트리트먼트와 스피커의 면밀한 튜닝이라고 생각한 것. 사실, 이는 이미 많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지는 부분, 개인적 취향 등의 영향으로 룸 트리트먼트보다는 스피커의 브랜드, 가격으로 매겨지는 등급을 통해 선택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는 오해하면 안될 점이 있다. 같은 룸 환경이라면 당연히 검증된 브랜드의 하이엔드 제품이 더 좋은 소리를 낼 확률이 높다. 브랜드의 신뢰성이라는 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비싼 브랜드는 아무래도 높은 QC(Quality Control) 과정을 통해 각 스피커간 편차가 최소화되고, 이에 따라 튜닝에 좀 더 적은 노력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스피커라는 기기 자체는 절대적으로 룸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이에 따라 경험있는 엔지니어의 적절한 튜닝과 룸 트리트먼트, 세심한 셋업이 더해진다면 중저가형 스피커에서도 프로페셔널 수준의 작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사례는 ‘하이엔드 기기 무용론’보다는 ‘중저가형 기기들도 충분히 쓸만하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RCF Ayra Pro5는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바이앰핑, FIR필터까지 지원하는 고성능 DSP까지 내장한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다.
스피커 시스템의 전면 레이아웃.
스피커 시스템의 후면 레이아웃.
RCF Ayra Pro5가 활약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정훈 대표가 선택한 스피커는 다름아닌 RCF Ayra Pro5다. 레이아웃은 7.1.4로, 메인 LCR과 위성스피커까지 총 11개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RCF Ayra Pro5만으로 선택한 것. 참고로 RCF Ayra Pro5는 1통 기준, 기사작성 시점에서 온라인 판매가 396,000원을 자랑하는 저가형 스피커다. 이 정도면 1조 단위로는 입문자가 부담없이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며, 7.1.4 레이아웃을 위한 11통의 물량이라도 해도 흔히 이야기하는 중급형 스피커 1조 정도의 가격에 불과하여 개인이 열정을 조금만 쏟는다면 큰 어려움 없이 구매가 가능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스튜디오 구축 사례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의 스피커이긴 하지만 이 스피커의 내실은 탄탄하다. 최정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RCF는 라이브 분야에서 먼저 유명한 스피커이고, 이미 많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익숙한 브랜드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스튜디오서 써볼 일은 당연히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높은 가격대비 성능으로 이미지가 좋았고, 이러한 라이브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견고한 부품들과 유닛, 인클로저가 사용되었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주목한 것은 50Hz~20kHz에 이르러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과 더불어 FIR 필터 DSP를 내장하여 매우 평탄한 위상 반응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Dolby Atmos는 여러대의 스피커들이 상호작용하며 음장감과 입체감, 정위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각 스피커간 간섭과 보강에 의한 왜곡이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스피커의 정밀한 배치가 매우 중요하죠. FIR필터를 사용해 위상 반응이 평탄한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스피커 튜닝에 있어서 난이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제가 해외 게시물과 포럼 등을 열심히 찾아본 결과 RCF Ayra Pro5가 기본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평탄한 위상 반응이라는 장점 때문에 Dolby Atmos를 위한 스피커로 아주 많이 추천되더군요. 심사숙고 끝에 다른 비싼 스피커에 비해 뒤지는 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RCF Ayra Pro5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RCF Ayra Pro5는 그의 말대로 내실이 매우 탄탄하다. 인클로저 외형은 80~90년대 스피커 디자인을 따르는 것 같아서 세련미는 약간 아쉽지만 투박한 매력이 있으며 RCF의 투어링용 스피커 제작의 노하우가 투입되어 견고한 인클로저 구조와 함께 복합 소재의 콘이 적용된 우퍼와 고효율의 돔-트위터가 적용되어 50Hz~20kHz의 광대역을 110dBSPL의 최대 음압으로 출력한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75W+25W의 바이앰프 구조, 이를 콘트롤하는 고성능의 DSP, RCF가 세심하게 설계한 웨이브가이드, 그리고 섬세한 튜닝의 손길까지 더해져 위상 왜곡이 최소화되어 대부분의 영역에서 0°의 평탄한 위상 반응을 실현한 점이 돋보인다. 물론 RCF Ayra Pro5가 ‘세상에서 가장 평탄한 스피커, 가장 우수한 스피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믹싱 작업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특히 평탄한 위상 반응 덕분에 세심한 튜닝을 위해서는 가격대비 최적의 스피커라고 할 수 있겠다.
Audient Oria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풍부한 입출력부, 모니터 콘트롤러 기능, 스피커 매니지먼트 기능을 합쳤다.
16채널에 달하는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은 추가 장비 없이 최대 9.1.6 시스템의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의외의 선택, Audient Oria
이번 프로젝트에 선택된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의외로 Audient Oria이다. 현재 온라인 가격 검색시 4,290,000원으로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최 대표가 굳이 이 제품을 선택한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ADAT나 네트워크 오디오와 같은 별다른 입출력 확장없이 단 한 대의 1U 유닛만으로 모든 필요한 입출력을 가진 장비를 우선 찾았습니다. 눈에 띄는 장비가 최근 출시한 Audient Oria였는데요, 알아보니 Dolby Atmos를 정확히 타겟팅하고 개발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더군요. 단 1U의 인터페이스지만 기기 자체적으로 16채널의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을 탑재한 덕에 추가 장비 없이 9.1.6 시스템을 간편하게 구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모니터 스피커들을 쉽게 콘트롤 가능한 모니터 콘트롤러 기능까지 패널에 내장했구요. 9.1.6 출력에 더해서 별도의 스테레오 출력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바로 스피커 매니지먼트를 위한 강력한 DSP를 기기 자체에 내장했다는 점이에요. 스피커간 미세한 볼륨 차이를 콘트롤할 수 있는 트리밍, 스피커간 딜레이, 베이스 매니지먼트 콘트롤 기능, 8밴드의 강력한 EQ까지, 없는게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정평난 Sonarworks SoundID Reference와의 통합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굉장히 정밀한 측정을 쉽고 빠르게 내장 DSP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ORIA는 풍부한 아날로그 출력부와 ADAT, Dante 확장성을 제공하여 Dolby Atmos와 같은 이머시브 오디오 포맷에 특화된 오디오 인터페이스다. 지난 2년에 걸쳐, 이머시브 오디오 믹스에 대한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머시브 오디오 포맷은 거의 10년동안 포스트 프로덕션 시장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음악 제작 시장에서는 최근에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2020년 Apple이 공간 음향을 발표한 것이 그 시작점이 되었다. 이머시브 오디오가 정점에 도달하기 시작하면서 이머시브 오디오를 더욱 진지하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었고, 기존 스테레오 및 서라운드 사운드 믹싱 스튜디오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하드웨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머시브 오디오가 요구하는 하드웨어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어 믹스 엔지니어는 여러 대의 스피커와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Audient는 이러한 상황을 Oria의 출시로 완벽하게 반전시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Audient는 ORIA를 세계 최초 이머시브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모니터 컨트롤러로 칭하고 있다. Dolby Atmos와 같은 이머시브 오디오 포맷 믹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으며, 스테레오부터 9.1.6 구성에 이르기까지의 멀티 채널 스피커 어레이를 보정, 제어 및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것.
Oria는 이처럼 결코 저렴하달 수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유일한 9.1.6 대응 하드웨어 스펙, 그리고 PC의 CPU를 소모하지 않는 강력한 자체 DSP를 탑재하고 있어서 가격대비 가치는 매우 높다. 최정훈 대표는 Audient Oria를 사용해보고 그 편리성과 깔끔한 구성에 감탄하여 A와 B룸까지도 Oria를 도입했을 정도. 최 대표는 “컨버터의 퀄리티는 흔히 말하는 최상급 하이엔드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프로페셔널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충분하며 무엇보다 현업 Dolby Atmos의 워크플로우를 세심하게 고려한 제품의 구성으로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라며 Oria의 우수한 점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Audient Oria는 풍부한 아날로그 출력 탑재에 스피커 매니지먼트를 위한 기능을 충실히 갖추는 등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구성을 갖춘 장비이지만 400만원 대 초반의 가격으로 개인 작업자나 지망생 등이 선뜻 접근하기에는 다소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아날로그 출력 기준으로 10개 정도 탑재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은 현재 시장에 많으며 심지어 1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제품도 존재하는만큼 5.1.4 구성으로 좀 더 간소한 Dolby Atmos 시스템을 꾸린다면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스피커 매니지먼트 부분이 아쉬울 수 있는데, 최근 PC의 프로세싱 파워는 매우 강력해졌으므로 Sonarworks SoundID Reference와 같은 측정 및 보정 장비와 소프트웨어만을 따로 구매한 후 튜닝을 적용해도 무방하다.
RCF Ayra Pro5는 클래식하지만 잘 설계된 인클로저와 웨이브가이드, 그리고 강력한 DSP에 힘입어 평탄한 위상 반응을 실현했다.
Oria의 스피커 매니지먼트 DSP 적용 화면. 매우 디테일한 설정이 가능하다.
FIR 적용 스피커와 고성능 스피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만남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천고가 높지만 Dolby Atmos 권장 설정보다는 좁은 룸에서 가급적 완벽한 7.1.4 모니터링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행히 높이 스피커를 위한 적정 높이와 배치는 확보했지만 LCR 및 서라운드 스피커가 다소 가깝게 배치될 수 밖에 없어서 딜레이 및 베이스 매니지먼트 작업이 필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적지 않은 프로세싱이 적용되는만큼 강력한 DSP 프로세싱과 더불어 소위 ‘프로세싱빨’이 잘 받는 스피커가 필요했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RCF Ayra Pro5는 RCF가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FIR필터를 통한 ‘제로 위상 왜곡’의 결과물인만큼 앞서 언급한 ‘프로세싱빨’의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스피커다. 물론 가격의 한계로 알려진 주파수응답이나 Spinorama 측정치가 아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벼운 튜닝으로 극복이 가능한 상태며, 특히 어차피 스피커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평탄한 주파수반응보다는 최대한 낮은 위상 왜곡이라는 장점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에 새로 구축한 사운드360 C룸에서 최정훈 대표(좌)와 오현수 인턴 엔지니어(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성공적 사례
이번 Dolby Atmos 스튜디오 구축 사례는 메이저급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선뜻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룸의 넓이라든지, 값비싼 흡음재와 확산재를 풍부하게 쓰지 못했다든지, 특히 모니터 스피커의 그레이드가 자신만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사운드360은 합리적인 예산 안에서 얼마든지 상업적 기준에 맞는 Dolby Atmos 스튜디오 구축이 가능함을 증명해냈다. 특히 마케팅과 브랜드 밸류에 휘말리지 않고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스피커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선택했다는 점, 그리고 마침 출시된 실로콘 맥 기반의 맥미니 M4를 통해 합리적인 예산과 깔끔한 작업 데스크, 그리고 강력한 프로세싱 파워까지 모두 얻어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된 장비의 총 소비자가는 작업용 PC까지 합쳐 1천만원 이내로 마무리될 수 있었으며, 개인작업자나 작곡가, 프로듀서가 소규모 시스템을 꾸린다면 5.1.4 구성에 오디오 인터페이스 사양을 조금 더 줄인다면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Dolby Atmos 믹싱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사례는 취재진이 자주 다루는 고예산의 현장은 아니지만 일반 및 개인 유저들에게는 훨씬 피부에 와닿는 현장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