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norama 측정 방법의 이해-스피커의 객관적 성능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조회수 282

Spinorama 측정 방법의 이해-스피커의 객관적 성능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글 : 이무제 기자

올바른 스피커 측정은 충분히 넓은 무향실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차세대음향산업지원센터의 완전 무향실 시설.


많은 음향 장비들이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로망을 자극하지만, 역시 사운드의 꽃은 이어폰/헤드폰도 아닌, 화려한 믹싱 콘솔도 아닌 스피커라고 할 수 있겠다. ‘전압의 변화’에 불과한 전기 신호를 우리가 실제로 귀로 듣는 ‘소리의 진동’으로 바꿔준다는 면에서 트랜스듀서(Transducer; 변환기)에 속하는 스피커는 기능 면에서 정 반대편에 서 있는 또 다른 트랜스듀서인 마이크로폰과 함께 음향 장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축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스피커는 지금까지 주로 주관적인 선호도에 의해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이미 수 십년 전, 이 분야의 선구자인 Floyd Toole 박사와 Sean Olive는 스피커의 외형과 브랜드를 노출시켰을 때와 그렇지 않고 블라인드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선호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을 규명했다. 물론 인체의 귀라는 감각기관은 매우 예민하며, 엄청난 광대역을 받아들일 수 있는 꽤 훌륭한 기관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시각적 정보에 많은 것을 의존하기 때문에 종종 귀가 눈에 속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제품의 외형, 그리고 브랜드와 가격 등의 문화적, 심리적 요인은 우리 귀가 속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우수하고 좋은 스피커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경험이 많은 사운드 엔지니어, 혹은 아마추어 중에서도 ‘황금귀’에 속하는 사람들은 좋은 스피커를 잘 고를 수 있는 안목을 어느정도 갖췄겠지만, 대부분의 엔지니어 지망생이 일반 소비자들은 그저 입소문,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 텍스트 리뷰, 제조사와 유통사의 과장된 광고, 브랜드 이미지 등에 의존하여 구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나마 신뢰할 수 있었던 지표인 입소문이라는 것도 최근에는 여론을 조작하는 마케팅 기법들이 공공연히 사용되면서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해결책은 자본주의 및 자유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등장했다. 미국의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소비자기술협회), 그리고 ANSI(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 미국국립표준협회)는 많은 스피커 제조사들이 제품의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화려한 외양, 그리고 마케팅에 지나친 비용을 쏟는 것을 경계하여 시장을 건전화 시킴과 동시에 소비자의 실익을 보호하기 위해 스피커 측정 표준인 [Spinorama 측정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ANSI/CTA-2034-AR-2020]로 공식화되어 있으며, 간단한 검색 혹은 [https://shop.cta.tech/products/standard-method-of-measurement-forin-home-loudspeakers]를 통해 쉽게 전문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측정 방식이 강제성을 가진 것은 아니며, 따라서 스피커의 제조나 개발에 있어서 이 측정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떠한 법적, 제도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피커의 성능을 어느 정도 객관화하여 그래프로 보여주고, 많은 스피커들을 서로 수치를 통해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용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스피커 성능 측정에 대한 방법론은 이전부터 여러가지 지표들이 존재해왔다. 기존의 주파수 반응이나 위상반응 측정, 그리고 Spinorama 측정방법은 어떤 것이 다르고, 또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Spinorama의 이해 및 상세 측정 방법에 대해서는 [https://shop.cta.tech/products/standard-method-ofmeasurement-for-inhome-loudspeakers]를 방문하면 된다.


스피커 측정의 다양한 방법론

스피커는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전기의 전압 변화를 트랜스듀서 유닛의 움직임을 통해 소리 에너지, 즉 공기의 진동으로 바꾸는 장치이다. 그리고 전기 음향 신호를 다루는 많은 장비들의 중요한 성능 지표 요소가 넓은 대역대, 그리고 낮은 왜곡률인 것처럼 스피커도 마찬가지이다. 말하자면 주파수 대역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왜곡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즉, 전기 음향 신호로 평탄한 Pink Noise를 스피커에서 재생했을 때 가급적 넓은 대역대를 최대한 레퍼런스 신호에 가깝게, 즉 평탄하게 왜곡없이 출력한다면 좋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표를 바로 스피커의 ‘정적 특성’이라고 한다. 이는 보통 보통 ‘주파수 반응 커브’ 로 불리며 최소한 인간의 가청 주파수인 20Hz~20kHz를 균일하게 내주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저음은 30Hz 이하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최신 하이파이 스피커의 정의에 부합하려면 고해상도 음원의 재생을 염두에 두어 고주파는 30kHz 이상을 내 줄 것 이 요구된다. 물론 이것만으로 좋은 스피커와 나쁜 스피커를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이 정도는 맞춰 주어야 좋은 스피커의 기본 요건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봐야할 것은 동적 특성이다. 주파수 특성만 맞춘다고 한다면 굳이 스피커의 진동판 재질이 다양할 이유조차 없다. 보통 이것은 임펄스 응답을 측정함으로써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점을 검출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해석이 어렵기 때문에 갑자기 큰 전압을 인가시키는 스텝 응답을 보고 우퍼, 미드레인지, 트위터의 각각의 문제점을 알아내기도 한다. 또, 워터폴 응답을 측정할 수도 있다. 이는 전 주파수에 대해 시그널을 내보낸 후 갑자기 다 껐을 때 신호가 얼마나 빨리 감쇄되느냐를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울림, 즉 링잉(Ringing)이 긴 대역을 검출해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다. 보통 3웨이 이상 되는 스피커는 이 특성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스피커의 위상 반응을 체크해볼 수도 있다. 위상 반응은 소리의 주파수 대역별로 소리가 나오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다. 현대의 스피커는 필연적으로 다중 way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각 스피커들은 물리적인 크기를 갖기 때문에 청취 위치에서 각 드라이버간 거리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미세한 거리 차이는 Comb-Filtering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파른 각도로 감쇄하는 고차 필터를 대역별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각 유닛별 시간 정렬이 다소 틀어지더라도 최소한의 노치 왜곡이라는 차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고차 필터는 필연적으로 위상의 왜곡을 동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많은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각 유닛별, 대역별의 위상 반응을 체크하고, 위상 기울기가 일정하게 이뤄지도록 만든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이 과정은 기본적으로 시간 정렬, 즉 정밀한 딜레이 셋팅을 통해 수행된다.

그리고 이 작업의 궁극적 목적은 앞서의 ‘동적 특성’을 우수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최근들어 중요하게 여겨지는게 방사특성이다. 이는 전면 뿐 아니라 좌우 혹은 상하 기준으로 넓은 지역까지 균일한 소리가 나는지를 보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무향실이나 야외 환경이 아니고서야 스피커에서 벽면에 부딪히고 반사되는 소리를 합쳐서 듣게 된다. 그 중에서도 초기반사음들은 무척 중요한데, 스피커의 웨이브가이드나 인클로저 설계가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주파수 반응이 크게 왜곡된 반사음을 청취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스윗스팟의 개념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다. 어느 특정 지점에서만 좋은 소리가 나고 조금만 머리를 돌려도 다른 소리가 나버린다면 결코 좋은 스피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아야 할 특성이 바로 왜곡 특성이다. 일반적으로는 THD를 많이 보는데, 이는 기기에서 얼만큼의 하모닉스를 생성해내느냐를 보는 것이다. 모든 오디오 기기는 예컨대 1kHz의 신호를 넣는다고 깨끗하게 1kHz 만 출력되지 않는다. 수많은 하모닉스들이 나오는데 이게 작을수록 정확하게 음을 증폭하고 변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THD는 사실, 많아봐야 5% 내외이기 때문에 청감상으로 잘 들리지 않는다. 실제 청감상으로는 IMD가 훨씬 중요하다. 이는 두 개이상의 주파수를 넣었을 때 기생주파수가 얼마나 생기는지를 보는 것이다. 스피커가 가진 세 가지 힘인 구동력, 복원력, 마찰력, 그리고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정확히 알려면 IMD 혹은 멀티톤을 이용하는 MTD를 사용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Spinorama는 이 중에서 대체 무엇을 측정하는 것일까? 사실 Spinorama는 다소 허탈하게도 정적 반응, 그러니까 단순히 주파수 반응만을 측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피커의 성능을 판별함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Spinorama는 지금까지 ‘스피커 성능을 객관적으로 수치화시킴에 있어서 가장 직관적이고 검증된 방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측정치는 최근에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이기도 하며, 해외의 스피커 측정 포럼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료로 널리 사용된다. 실제로 이 개념이 보편화된 이후로 스피커의 설계 개념이 많이 바뀌어 크로스오버의 설계나 인클로저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측정기술의 발달과 Spinorama의 보편화 이후로 중저가형 스피커에서도 소위 ‘명기’라고 할만한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덕분에 스피커 시장 전체에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Spinorama가 뭐길래 주파수 반응 측정만으로 스피커의 전체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표준 Spinorama 차트의 예. JBL Arena 120 스피커를 측정한 데이터이다. Harman International 제공.


Spinorama란?

Spinorama는 접두어인 ‘Spin’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스피커를 회전시켜가며 여러 방향에서 주파수 반응을 측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는 스피커의 직접음만을 듣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제조사들이나 혹은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스피커의 목표 방사 방향, 즉 스윗-스팟에서의 평탄한 주파수 반응을 목표로 해왔다. 하지만 극히 좁은 지역에서만 좋은 스피커가 진정한 좋은 스피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향실에서 머리를 고정시켜놓고 스피커를 청취하는 것이 아니다. 잔향과 반사가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일반적인 방에서 때로는 스윗-스팟이 아닌 지점에서 스피커를 청취할 때가 많다. 심지어 최적의 스피커 위치에서 일하는 믹싱 및 마스터링 엔지니어라고 해도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에야 머리 위치가 어쩔 수 없이 단 몇 십cm라도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실제로 듣는 소리는 실내의 반사와 잔향에 의한 왜곡을 포함하여 듣는다. 아무리 우리의 귀가 스피커의 스윗-스팟에 잘 위치한다고 해도 소리의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초기 반사음들은 직접음과 합쳐져 콤필터링을 형성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왜곡을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Spinorama는 스피커의 0도 정축 응답인 On Axis, 그리고 스피커의 스윗-스팟 지역에 속하는 0도 정축, 수직 +-10°, 수평 +-30°까지의 9개 값의 평균응답인 Listening Window, 그리고 초기 반사음에 속하는 10° 단위로 수평 +-90°, 수직 +60, -40°, 그리고 스피커의 정 후면인 180° 응답의 평균값인 Early Relection, 그리고 스피커 360° 전 방향의 평균 응답인 Sound Power를 측정하여 스피커의 전반적인 실제 청감 성능을 수치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스피커의 전면 방사 응답, 그리고 주변 방사 응답을 둘 다 구하는 측정 방법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 스피커를 돌려가며 수평 360°, 수직 360°의 응답을 측정해야 하며, 총 70개의 측정 데이터가 나와 이를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스피커의 스윗-스팟, 즉 Listening Window값에서 각각 Early Reflection 및 Sound Power를 뺀 값을 구하면 스피커의 전반적인 지향성 수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를 각각 ERDI(Early Reflection Directivity Index), SP DI(Sound Power Directivity Index)라고 한다.

Spinorama는 1980년대, 오디오 분야의 대가인 Floyd Toole 박사가 캐나다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 of Canada) 재임 기간 동안 개척한 측정 방법론이며, 그는 1990년대 이르러 Harman International의 연구팀과 함께 이 측정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즉, Spinorama는 측정된 스피커 응답과 주관적인 청취 테스트의 상관 관계에 대한 Toole 박사의 평생에 걸친 연구 결과다. 그의 저서 [Sound Reproduction]는 이 연구의 일대기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디오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독해야 할 도서이다. 이렇게 정립된 방법론은 이제 ANSI와 CTA에서 발표한 표준인 [ANSI/CTA 2034A “Standard Method of Measurement for In-Home Loudspeakers.”]로 통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 측정 방법의 ‘In-Home Loudspeakers’라는 단어로 보아 ‘업무용의 프로페셔널용 스피커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결코 그렇지 않다. 스피커를 잔향이 전혀 없는 야외 공간에서 듣는다고 해도 스윗스팟 안에서 최대한 균일하고 좋은 소리가 나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며, 잔향과 반사가 있는 공간에서는 스피커의 비축 응답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가정용 스피커는 물론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PA/SR용 스피커, 블루투스 스피커, 포터블 스피커 등 모든 분야에서 이 Spinorama 측정은 유의미하다. 다만 대형 SR 등 에 쓰이는 라인어레이 시스템이나 초대형 혼 스피커 등의 특수한 스피커들은 클러스터 구성을 전제하고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 개의 스피커 인클로저를 측정한다고 해서 그게 전체 스피커 시스템의 성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Floyd Toole 박사와 Sean Olive 박사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스피커 70종의 Spinorama 데이터를 측정한 후 이를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선호도와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는데, 공통적으로 일관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는 청취실의 특성이나 개인적 선호도, 인종, 나이, 성별 등을 불문하고 나타났다. 좋은 스피커는 Spinorama 측정치 상으로 1)스피커의 정축 반응(On-Axis)과 스윗-스팟(Listening Window) 가급적 평탄한 스피커, 2)초기 반사음(Early Reflection 및 Sound Power)이 정축 반응과 스윗-스팟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큰 차이 없이 부드럽게 우하향(고음쪽의 roll-off)하는 스피커, 3)저음 대역폭이 넓어 낮은 주파수까지 재생하는 스피커가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DI 수치는 스피커의 지향성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로 선호도를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용도에 따른 스피커를 선택할 때 이 수치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예컨대 좁은 지향성을 가진 스피커가 필요하다면 가급적 DI 수치가 전반적으로 높은 스피커를 고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Spinorama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면 스피커의 전반적인 성능과 특성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된다.

더불어 흥미롭게도, 주파수 반응만 측정하는 이 Spinorama는 간접적으로 스피커의 동적 특성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거의 모든 스피커는 다중 Way 방식이며, 위상 왜곡이나 시간정렬 문제 등의 동적 왜곡이 발생하면 아무리 스피커 정축 방향에서 크로스오버 및 EQ를 통해 평탄한 주파수를 만들었다고 해도 비축 지점에서 반드시 주파수 왜곡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험많은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측정 장비가 아닌, 귀를 통해 위상 왜곡을 감지하는 것도 정확히 같은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인체는 위상 왜곡을 거의 감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상 왜곡이 원인이 되는 주파수 반응의 변화는 훈련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Spinorama가 우수한 스피커는 동적 특성도 우수하다고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Spinorama에도 한계점은 있다. 비선형 왜곡이나 파워 컴프레션, 최대 스피커 출력 레벨 등의 수치 역시 스피커의 성능을 판별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이러한 사항들은 Spinorama 측정에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물론 이 부분은 객관적 측정 요소에 속하기 때문에 측정 방법도 쉽고, 해석이 매우 직관적이다. 즉, 수치가 우수한 쪽이 무조건 좋은 장비이다. Spinorama 측정의 의의는 지금까지 주관적으로 모호하게 평가되었던 ‘스피커의 선호도’ 혹은 ‘스피커의 전반적인 완성도’, ‘소리의 질’의 영역을 객관적인 측정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Spinorama 전문 측정 장비인 Klippel의 Near Field Scanner. 무향실 없이도 빠른 속도로 쉽게 스피커의 전체 특성을 측정할 수 있다.


Spinorama 측정치 해석의 실제

Spinorama 측정치는 근본적으로 ‘주파수 응답 반응’이기 때문에 해석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같다. 즉, 가능한 넓은 영역대가 평탄하게 나오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주파수 반응의 평탄함이 단순히 스피커의 성능을 100% 대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많은 중저가형 제품들이 매우 평탄한 주파수 반응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소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부 고가형이나 하이엔드 제품의 경우 전반적으로 평가가 매우 좋지만 실제 측정치에 있어서 특정 대역에서 다소의 dip이나 peak가 발견되기도 한다. 스피커 제작 관련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나 측정 방법론이 발달한 최근이라면 이것이 제조사로부터 의도된 것일 수 있음을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스튜디오 모니터링 용도가 아닌, 하이파이의 감상용 스피커라면 순간응답반응, 즉, Impulse Response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약간의 Ringing이나 혹은 위상 불일치를 남겨두는 경우도 간혹 존재한다.

따라서 Spinorama를 볼 때에는 주파수의 평탄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On-Axis와 Off-Axis의 편차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Off-Axis의 특정 지점에서 지나치게 peak되거나 dip되는 주파수가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보는게 좋다.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스피커의 인클로저 설계나 혹은 크로스오버 설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며 대개 이런 스피커들은 주관적 평가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Spinorama는 스피커의 전 방향에 걸쳐 10° 단위로 총 70개 포인트에서 주파수 반응을 측정한 것을 기초 자료로 삼는다.


스피커의 직접음 측정-On Axis, Listening Window

Spinorama 차트에는 총 6개의 그래프 곡선이 표시된다. 물론 모두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또 중요한 것은 On-Axis 응답이다. 스피커에서 정확히 0° 지점, 그러니까 완전한 정면 지점을 측정한 것으로 지금까지 대부분의 스피커 제조사들이 한결같이 자신의 제품 특성을 표시할 때 쓰는 지표다. 물론 Spinorama는 이러한 정면 측정 응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방법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n-Axis 응답 자체는 중요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부분은 가능한 대역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리고 어느 정도 선 안에서 평탄할 수록 좋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음 대역의 깊이, 그러니까 어디까지 저주파를 재생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저음 한계점은 스피커의 주관 평가에서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서브우퍼를 쓰거나 혹은 저음이 필요 없는 특수 용도의 스피커가 아닌 이상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Spinorama 측정에 있어서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Listening Window다. 이는 수평면에서 0°, ±10°, ±20° 및 ±30°, 수직면에서 ±10°의 총 09가지 측정값의 평균치다. Listening Window 곡선은 일반적으로 스피커의 앞에 있는 청취자가 평균적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나타낸다. 스피커의 직접적인 인상을 결정하며 직접 에너지가 도달하는 경로이기 때문에 이 Listening Window에서는 가능한 On-Axis 응답에 최대한 일치하는 값이 나오는 것이 좋다. 흔히 ‘스윗-스팟이 넓다, 좁다’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Listening Window와 On-Axis 값이 눈에 띄게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지향각이 매우 좁게 설계된 특수 용도의 스피커거나 혹은 혼 설계나 크로스오버 설계, 인클로저 설계 등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JBL M2 레퍼런스 스피커의 Spinorama 차트. 이 차트에서는 On-Axis 반응이 빠졌다. 녹색 선이 Listening Window, 빨간색 선이 Early Reflection, 청색 선이 Sound Power를 의미한다. 아래의 청색 점선은 SP DI, 빨간 점선은 ER DI이다. 참고로 이 정도 수치이면 완벽한 Spinorama 반응에 가깝다. Harman International 제공.


스피커의 반사음 측정-Early Reflection, Sound Power

우리가 실제로 스피커를 들을 때는 탁 트인 야외가 아니고서야 대부분 실내에서 반사되는 소리와 함께 섞어서 듣게 된다. Spinorama 측정치는 이 반사음의 원인이 될만한 소리까지 고려한다. 왜냐하면 반사음의 품질이 결국 우리 귀에 도달하는 전체 스피커 사운드의 품질까지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스피커의 음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초기 반사음이다. 이는 실내의 측벽, 천장, 바닥을 강하게 치는 에너지로 우리 귀에 시간차를 갖고 도달하기 때문에 직접음과 섞여 결정적인 Comb-Filter 왜곡을 발생시킨다. 이는 스피커의 비축, 그러니까 Off-Axis 응답을 측정함으로써 스피커나 비청취 지역에 에너지를 얼마나, 어떻게 공급하는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먼저 초기 반사음에 가장 많이 관련하는 스피커의 각도는 ±40°, ±60° 및 ±80°, 수직면에서 ±50°의 8가지 응답의 평균이며, 이를 Early Reflec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스피커는 이 ER 응답에서도 On-Axis 및 Listening Window의 곡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며, 고음만 서서히 롤-오프 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음 단계는 70개 측정치 모두의 가중 평균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스피커에서 방출되는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Sound Power라고 한다. 이 수치 역시 On-Axis 및 Listening Window와 양상은 비슷하되 고음부만 서서히 롤-오프되는 값을 보이는 것이 좋다.

주관적 평가에서 늘 좋은 평가를 받는 B&W 803 D3의 Spinorama. 주파수 반응이 완벽하게 평탄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는 하이파이 스피커에 있어서는 일종의 ‘개성’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On-Axis와 Early Reflection 반응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 Early Reflection과 Sound Power가 전반적으로 직접음 그래프들과 비슷한 양태를 유지하되 고음으로 갈수록 우하향 한다는 점, ER DI와 SP DI가 큰 변화 없이 우상향 한다는 점은 이 스피커가 왜 주관적 평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지 알게 해준다. Harman International 제공.


스피커의 방향성 측정-Directivity Index

그렇다면 Off-Axis 에너지가 가능하면 적은 것이 반드시 좋은 스피커일까? Floyd Toole 박사와 Sean Olive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피커의 지향성 정도와 주관 평가시 선호도에 있어서는 큰 상관 관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스피커의 사용 용도에 있어서 지향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Spinorama의 마지막 두 그래프는 이미 앞서 측정한 그래프로부터 파생된다. 이를 Directivity Index, 즉 DI라고 한다. 이는 원래는 On-Axis를 기준으로 Early Reflection 및 Sound Power를 뺀 값으로 했지만 최근의 추세는 On-Axis 대신 Listening Window 값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 지수가 높을 수록 스피커의 전면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Off-Axis 에너지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지향성이 높아짐을 그래프만 보고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까 DI 수치가 0dB라면 완전한 무지향성을 의미하고 수치가 크면 클수록 강력한 지향성을 형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블라인드 청취 테스트에서는 DI의 절대 수치보다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부드럽게 상향 곡선을 그리는 스피커, 그러니까 지향성 그 자체보다는 전반적으로 전 주파수 대역에 걸쳐 부드럽게 지향성이 형성되는 쪽이 스피커의 주관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DI의 문제는 사실 청취룸의 컨디션과도 큰 상관관계가 있다. DI 그래프의 양상이 그리 좋지 않더라도 잔향과 반사가 매우 잘 억제된 룸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사와 잔향이 심한 룸이라면 DI 그래프로 인한 영향력이 훨씬 크게 귀에 청취될 것이다. 또 다른 방향으로 DI 지수가 높은 스피커는 룸 컨디션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며, DI 지수가 낮은 스피커라면 룸 컨디션의 영향을 좀 더 받을 것이다.


Spinorama 측정치의 대중화를 꿈꾸며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Spinorama 측정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어 많은 스피커들의 실제 측정치 데이터들을 보유한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들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많은 유저들이 스피커를 평가할 때 반드시 Spinorama 차트를 우선하여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극히 일부의 프로페셔널 유저가 아니고서는 Spinorama 차트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Spinorama는 홈 오디오 스피커뿐 아니라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PA/SR용 스피커, 블루투스 스피커 등 다양한 분야의 스피커를 평가하고 성능을 객관하시키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다. 물론 청취자의 스피커가 놓은 환경이 모두 이상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Spinorama는 제어된 청취실에서 스피커의 음질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이미 검증된 방법이기 때문에 측정 데이터는 높은 신뢰도를 갖는다.

지금까지 Spinorama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스피커의 성능 평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접근하기 쉬운 것은 역시 스피커의 전면응답이다. 이는 Spinorama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 ER나 SP, 그리고 DI값들은 물론 전반적인 스피커의 성능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이는 스피커와 룸의 상호작용에 의해 드러나는 부분이 더 크다. 물론 모든 조건이 같다는 전제 하에서는 스피커의 전면 응답과 흡사한 곡선의, 그러나 고주파로 갈수록 서서히 Roll-Off되는 특성의 ER, SP 값을 가지는 편이 좋은 평가를 받는데 유리하다. 이는 Off-Axis의 출력이 실내의 반사음을 부드럽게 형성하여 우리의 귀가 직접음과 연결되어 더 ‘불편하지 않은’ 소리 정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주로 이는 ‘좀 더 자연스럽고’, ‘더 개방적’이며, ‘더 투명한’ 소리로 느겨지게 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청취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Off-Axis의 소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청취룸의 반사양태, 즉 청취룸의 부드럽고 일관된 반사 및 잔향 특성이 전체 스피커의 음질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PA/SR 스피커, 혹은 벽면에 근접 설치하게 되게끔 특별히 고안된 스피커나 매립용 스피커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일부 스피커들은 높은 DI 지수를 얻기 위해서 평탄하고 부드러운 Off-Axis 반응을 의도적으로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 어떤 스피커는 원래 설계상 의도된 방법으로 설치시에 목표한 음향적 특성을 얻어낼 수 있게끔 고안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pinorama가 모든 스피커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명 에프엔(FN) | 대표자 김진경 | 사업장소재지 서울특별시 강동구 성안로 196 베네캐슬 3F | 이메일 avmix@fndot.kr | 전화 82-2-475-8820 | 평일 10:00 ~ 18:00 / Off-time 12:00 ~ 13:00 (토/일/공휴일 휴무) | 개인정보책임자 김진경 | 호스팅서비스 아임웹 | 사업자등록번호 132-02-87759 | 통신판매업신고 제 2015-서울강동-0023호

Copyright ⓒ avMIX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상호명 에프엔(FN) | 대표자 김진경 | 사업장소재지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95-1 
이메일 avmix@fndot.kr | 전화 82-2-475-8820 | 평일 10:00 ~ 18:00 / Off-time 12:00 ~ 13:00 (토/일/공휴일 휴무)
개인정보책임자 김진경 | 호스팅서비스 아임웹 | 사업자등록번호 132-02-87759 | 통신판매업신고 제 2023-서울성북-1822호

Copyright ⓒ avMIX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