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Inject Box: 서로 다른 회로를 
연결하기 위한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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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제 기자     


음향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다루게 되는 장비가 무엇일까? 콘솔? 앰프? 스피커? 마이크? 모두 틀렸다. 아마 음향에 대해 잘 모르는 악기 연주자들조차 익숙한 장비가 바로 DI 박스일 것이다. 음향 현장에서는 모든 라인 출력 기기를 연결할 때 반드시 다뤄지는 기기이기 때문에 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가장 흔히 접하는 음향 기기가 바로 DI박스이다.

그런데… 글쎄, 그저 연결하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왜 마이크와 같은 기기들처럼 바로 연결하지 못하고 반드시 DI박스를 거치는 것일까? DI박스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라도 있을까? 혹은 이렇게 반드시 쓰이는 DI박스라면 왜 기기에 내장하지 않는 것일까? 대체 DI박스가 하는 정확한 역할은 무엇일까? 가장 흔히 접하는 기기이면서도 정체가 애매모호한 이 장비, DI박스에 대해 알아보자.


DI박스의 사전적 정의

DI박스는 DI, 즉 Direct Input, 혹은 Direct Injection을 수행하는 Box라는 뜻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의 회로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장비를 말한다. 예컨대 오로지 마이크로폰 입력만 가진 콘솔을 생각해보자. 여기에 그 어떤 추가 장치가 붙어있지 않다면 다양한 레벨이나 임피던스 특성을 가진 출력 장비를 연결할 때 다양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만약 출력 임피던스가 지나치게 높다면 낮은 임피던스를 가진 마이크 입력부와 연결되면서 제대로 된 파형을 형성하지 못하고 이는 일종의 디스토션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킨다. 또한 마이크로폰 입력은 밸런스드 규격인데 여기에 언밸런스드 신호를 연결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해도 높은 증폭률을 가진 마이크로폰 앰프 입력단에 함부로 라인 레벨의 신호를 입력시킨다면 지나친 증폭으로 인해 프리앰프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PAD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이중 접지로 인한 그라운드 루프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의 그라운드를 끊어주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배선을 끊어낸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스위치 하나로 켜고 끌 수 있다면 매우 편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가 하나의 Box에 집약되어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모든 오디오 기기가 그럴테지만 DI박스는 철저히 현장의 필요에 의한 산물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의 DI박스는 언밸런스드 신호를 밸런스드로 바꾸는 역할, 그리고 높은 임피던스를 낮은 임피던스로 바꾸는 역할, PAD 스위치를 통해 지나치게 높은 신호를 감쇄시키는 역할,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분리하는 역할까지 모두 수행하는 만능 오디오 기기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DI박스의 역사

최초의 DI박스라고 할만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패시브 DI박스의 형태로 1960년대, 미국의 라디오 방송국들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는 전적으로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이들 악기는 픽업에 코일이 감겨있는 형태로 200k~500kΩ의 매우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지니고 있었다. 악기의 출력 전압 또한 200~300mV로 다이나믹 마이크로폰에 비하면 100배, 콘덴서 마이크로폰과 비교해도 10배 정도로 믹싱 콘솔에 직결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했다. 무엇보다 이런 악기들의 신호는 언밸런스드여서 콘솔까지 연결하면서 잡음 유입 등을 비롯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코일이 감긴 트랜스포머를 넣은 것이었다. 8:1~12:1 정도의 권선비를 가진 트랜스포머를 통해 출력 전압을 적정선으로 낮추면서도 출력 임피던스는 최대 144:1 정도까지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신호 전송이 밸런스드로 이뤄지면서 한결 잡음에서 자유로워졌다. 

이처럼 패시브 DI박스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했지만 특유의 착색이 심했으며 Fender Rhodes와 같이 출력이 작고 임피던스가 더욱 높은 악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기 소자가 들어간 액티브 타입의 DI 박스가 등장했다. 권선비와 관계없이 입력 임피던스를 1MΩ 단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 방식은 대부분의 상황을 훌륭하게 해결했으며 레벨 저하나 착색 등의 문제도 없었다. 1975년에는 48볼트 팬텀 전원으로 작동되는 액티브 DI박스가 개발되어 현장에 빠르게 보급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레벨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40dB까지도 지원하는 감쇄 스위치가 장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의 DI박스는 최초의 콘셉트에서 큰 변화는 없으나 음색 및 별도 전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으로 인해 여전히 패시브 타입의 DI박스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액티브 타입의 DI박스는 프리앰프 기능까지 넣어 신호를 증폭하거나 톤을 가변하는 타입, 혹은 더욱 다양한 입출력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감쇄 회로가 들어가는 등 이전에 비해 높아진 편리성을 자랑한다. 또한 최근에는 PC 및 모바일 플레이백에 대한 요구 때문에 USB 단이나 3,5mm단자, 혹은 블루투스를 갖춘 DI박스도 등장해 시장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액티브 DI박스인 BSS AR133


DI박스의 역할-임피던스

DI박스의 이해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가 3가지가 있다. 1) 임피던스, 2) 밸런스드 Vs. 언밸런스드 
3) 그라운드루프가 그것이다. DI박스를 이해하려면 이 3가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음향인이라면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의 차이점을 잘 이해할 것이기에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그라운드 루프의 개념은 전기 전반적인 설명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에 다음 기회를 빌어 설명하기로 하겠다. 

임피던스의 사전적 정의는 ‘저항’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바로 그 개념으로, 직류가 아닌, 교류 회로에서는 저항이라고 하지 않고 ‘임피던스’라고 한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교류는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탓에 특정 조건에서는 직류와 완전히 달리 작동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음향 신호는 다양한 주파수이긴 하지만 결국 진동의 합이기 때문에 명백히 교류 신호이며 그렇기에 모든 음향 회로는 교류 회로이다. 또한 모두 임피던스를 갖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교류 회로에서의 임피던스는 실 사용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마이크로폰이나 일렉트릭 기타나 둘 다 코일이 감긴 제품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냥 소리만 나면 될 뿐이지 그 내부의 구조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피던스가 완전히 다른 회로가 서로 접속되면 그 때부터는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음향 신호는 전압의 변화가 소리의 변화로 전송되는 회로이기 때문에 전압 전송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신호 전송 방법의 특징은 출력측 임피던스가 낮고 입력측 임피던스가 클수록 정확하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면 전압계로 벽면 콘센트의 220V/60Hz 전압을 재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일반적인 벽면 콘센트는 3,000W 정도는 무리없이 출력할 정도로 고출력이다. 이 상황에서 손바닥만한 전압계가 별 문제없이 버티며 전압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전압계의 내부 저항, 즉 임피던스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벽면 콘센트에 접속한들 전압계에는 보잘 것 없는 전류만 흐르게 되고 대신 매우 정확한 전압이 측정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어떠한 이유로 인해 30W도 채 출력하지 못하는 콘센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내부 저항이 매우 낮은(임피던스가 낮은) 전압계를 접속하면 상당한 양의 전류가 전압계 내부에 흐르게 되어 출력 전압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며 올바른 전압의 측정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강물의 유속 측정기와 비슷하게 생각해도 좋다. 유속 측정기의 측정 날개가 빈틈이 없다면 유속이 정확하게 측정될 것이지만 유속 측정기의 측정 날개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면 측정된 유속을 전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음의 전송을 위해서는 입력측과 출력측의 임피던스 차가 최소한 5:1, 혹은 10:1까지는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임피던스를 바꾸는 방식은 입력 및 출력 임피던스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유효하다. 예컨대 일렉트릭 기타는 500kΩ이 표준이기 때문에 10:1 권선비의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면 출력은 1/10으로 줄어들며(볼티지 기준), 임피던스는 1/100으로 줄어들어(임피던스비는 권선비의 2승에 비례한다) 5kΩ이 된다. 여기에 20kΩ의 건반 악기를 연결한다면 임피던스는 200Ω이 된다. 

따라서 적정 출력 및 적정 임피던스를 원한다면 권선비를 반드시 고려해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액티브 방식의 DI박스라면 일정한 임피던스를 출력하기 때문에 더욱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매칭의 문제뿐만 아니라 임피던스가 낮은 성질로 신호를 전환하게 되면 많은 장점이 생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케이블에 대한 로스이다. 모든 음향 케이블은 도체 사이에 유전체가 끼워진 캐패시터와 같은 구조이다. 케이블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성질은 강하게 증가하며 이는 고음의 손실을 유발한다. 

흔히 케이블 저항 때문에 고음 손실이 생긴다고 믿지만 사실은 커패시턴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낮은 임피던스로 전환하면 케이블로 인한 고음 손실이 현격히 적어진다. 이것이 출력이 작은 마이크로폰 신호보다 패시브 일렉트릭 기타의 케이블 로스가 훨씬 심한 이유이다. 여기에 더해 언밸런스에서 밸런스로의 신호 전환, 레벨 매칭으로 인한 SNR의 향상 등을 고려한다면 DI박스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악기를 위한 2채널 패시브 DI 박스, Radial Pro D2

 

패시브 DI 박스

패시브 DI 박스는 내부에 트랜스포머가 내장되어 있다. 다른 많은 스위치들이 붙어있어도 결국 이 트랜스포머가 핵심이다. ‘Passive’라는 용어는 배터리를 비롯한 기타 전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패시브 타입이 조금 더 저렴하며 구조가 간단하다. 하지만 고가의 수제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패시브 DI는 일반적인 액티브 DI보다도 훨씬 비싸다. 

어쨌든 이와 같은 구조적 특성 덕분에 게인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프리앰프 기능은 없다. 일반적인 패시브 DI의 권선비는 50kΩ 소스를 콘솔의 마이크로폰 입력에 적합한 100~200Ω에 맞출 수 있도록 10:1~20:1 정도로 설계한다. 트랜스포머를 내장했다는 특성 때문에 하우징의 실드가 매우 중요하며 이 때문에 저렴한 패시브 DI는 험 노이즈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앞에서 서술한 여러가지 특성 덕에 액티브 DI보다는 잡다한 기능은 없지만 간편하며 별도 전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다. 사운드적으로는 트랜스포머로 인한 채색이 두드러지며 이는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요소가 된다. 일렉트릭 기타나 어쿠스틱 기타의 픽업 사운드 연결에 있어서 이런 채색감이 

더욱 선호하게끔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PC 등의 USB 출력을 그대로 믹싱 콘솔에 전달하는 Radial USB Pro 


액티브 DI박스 

액티브 DI의 가장 큰 장점은 OP앰프로 인한 증폭 회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신호를 증폭시키는 프리 앰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설계에 따라 착색감을 상당부분 없애 보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믹싱 콘솔에서 제공되는 팬텀파워 48V 전원이 사용되나 아답터 혹은 9V 전원이 사용되기도 하며 고기능 제품의 경우에는 AC 전원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액티브 DI는 그라운드 리프트 기능을 사용하려면 팬텀전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접지선과 신호선의 직류 전압차이를 이용하는 팬텀파워의 원리에 따른 것으로 이 경우에는 별도 전원이나 배터리를 사용해서 구동해야 한다. 

OP앰프 회로를 갖춘 덕에 손실없이 패스 스루 커넥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악기 연결시 전용 앰프와 콘솔 모두에 연결하기 위한 스플릿을 행하기 위한 유용한 옵션이다. 일반적으로는 패시브 DI보다는 착색감이 훨씬 적은 편이지만 의도적으로 착색감을 입힌 제품이 있을 수도 있다. 


다양한 기기의 3.5mm 출력을 콘솔로 연결하는 Radial SB-5


자신에게 맞는 DI 박스를 선택하자 

지금 소개한 것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DI박스들이 존재한다. 프리앰프와 함께 결합된 형태도 있으며 임피던스를 변화시키지 않고 오로지 전기적 절연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아이솔레이션 박스라는 것도 존재한다. 용도에 따른 다양한 사용 방법이 있으므로 매뉴얼을 면밀히 읽어보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길 바란다. 쫑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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