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무제 기자
진정한 다용도 고품질 마이크로폰 Soyuz Microphones 013 FET

지난 달, 필자는 오랜 기간 애용했던 Soyuz Microphones(이하 Soyuz) 017FET 마이크로폰에 대해 리뷰했다.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마이크로폰의 성능 자체는 의심할 필요가 없으며, 일반적인 용도로의 사용에 적합한 중립적인 특성과 함께 높은 SPL 대응 능력, 그리고 균일한 폴라패턴은 범용적인 사용이 가능함과 동시에 또한 Soyuz만의 두꺼우면서도 풍성한 배음을 가진 톤 캐릭터, 그리고 아름다운 외형으로 하나쯤 소유해도 후회없을만한 마이크로폰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리뷰할 013FET는 017FET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몰 사이즈의 다이어프램을 지닌 펜슬 타입 마이크로폰이다. 예리한 독자라면 ‘스몰이면 스몰이지 상대적으로 스몰은 뭐냐?’라고 물을 수 있겠는데, 바로 이 다이어프램의 크기가 013FET의 핵심이다. 이 마이크로폰은 비록 펜슬타입이지만 017FET에 비해 소구경일 뿐이지 일반적인 다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에 비해 확연히 큰 구경을 지녔다. 20mm 대 25mm. 별 것 아닌 차이로 보이지만 이 5mm의 차이가 013FET를 확연히 음악적인 마이크로폰으로 만들어준다. 이렇게 다른 마이크로폰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규격이 가능한 이유는 Soyuz가 범용 부품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지 않고 철저히 수작업으로 다이어프램부터 프리앰프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서유럽이나 북미가 아닌, 러시아에서 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빌드 퀄리티와 안정된 내구성, 높은 성능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환영할만하다. 확실히 Soyuz는 ‘Soyuz(러시아어로 연합)’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25mm 구경의 다이어프램이 주는 특별함
일반적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은 19~21mm 정도 규격에서 생산된다. 이는 사실 XLR 커넥터의 구경과 관련이 있다. XLR 커넥터의 외경 최대 구경이 바로 19mm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날씬한 마이크로폰들은 설치 및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작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장점을 가져다주는데, 바로 우수한 폴라패턴 특성이다. 마이크로폰의 물리적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우수한 폴라패턴 특성을 가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이는 무지향성 마이크로폰에서 더욱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지향성 마이크로폰은 다이어프램 후면부의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계에 따라 폴라패턴을 좀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
물론 작은 사이즈의 다이어프램이 장점만 있다고 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마이크로폰은 한없이 작아지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다이나믹레인지다. 콘덴서 마이크로폰은 진동판의 전하용량의 민감한 변화를 내부 프리앰로 증폭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다이어프램이 크면 클수록 진동판에서 기본적으로 출력하는 전압 자체가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에 내부 프리앰프에서 증폭을 덜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당연하게도 SNR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사실, 라지 다이어프램은 섬세한 녹음에, 그리고 스몰 다이어프램은 우수한 정위감이 좋다고 하는 속설들은 이렇게 다이어프램의 물리적 크기에 따른 장단점과 특성들이 종합된 결과로, 사운드적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진실을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운드적 특성, 그러니까 주파수 반응은 다이어프램의 공진 주파수와 내장 프리앰프와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5mm 정도의 다이어프램 지름은 ‘애매함’과 ‘적당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필자가 실제로 013FET을 써본 결과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 일반적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과 비교해서 Off-Axis에서 롤-오프되는 주파수에 있어서 약간 빠르게 시작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리적인 법칙에 따른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미세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013FET 자체는 매우 잘 만들어진 마이크로폰이다. 즉, 물리적 크기에 따른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단일지향성 캡슐에서는 상당히 이상적인 폴라패턴이 형성된다. 실제로 Off-Axis 반응을 청취해보면 일반적인 20mm 구경 콘덴서 마이크로폰과 비교해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쯤에서 이실직고할게 있는데, 필자는 아직 013FET에 무지향성 캡슐을 장착해서 써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지향성 캡슐에서는 지향성 캡슐과 달리 그 어떤 기술적 설계나 트릭으로 지향 패턴을 향상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오로지 구경에 따른 폴라패턴 특성만 형성이 될 뿐이니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지름의 차이는 대략 20% 정도이며, 이는 ka 값(Helmholtz Number, 원주와 파장의 비율)이 1이 되는 지점에서 대략 4.5kHz와 5.5kHz의 차이이다. 이 값의 차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독자들에게 맡기겠지만 필자의 입장으로 보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런데 다이어프램의 면적으로 보면 차이는 훨씬 커진다. 20mm 구경일 경우 면적은 대략 314㎟, 그리고 25mm 구경일 경우에는 491㎟ 정도가 된다. 이 차이는 고스란히 다이어프램의 출력 전압의 차이로 반영되며, 이에 따라 순전히 다이어프램의 면적만으로도 대략 4dB정도의 다이나믹레인지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약간의 폴라패턴에서의 성능을 희생하면 다이나믹레인지에서 무려 4dB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쪽을 선택할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필자는 4dB의 차이
가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013FET는 최대 음압 143dBSPL, 그리고 노이즈레벨은 16dB을 달성했다. 그러니까 다이나믹레인지로 보면 127dB에 이르며, 시중에서 이만큼의 다이나믹레인지를 가진 프리앰프는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013FET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함께 조합되는 마이크 프리앰프도 하이엔드급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25mm의 구경의 선택이 매우 탁월하다고 단언하겠다.
참고로 Soyuz 013FET 단품의 가격은 120만원이며, 매치드페어의 가격은 240만원이다. 그리고 다이나믹레인지가 130dB에 육박하는 마이크로폰은 물론 시중에 간간히 존재하지만 단품만으로 대개 2배 이상의 가격을 형성한다. D사나 S사의 하이엔드 제품군 말이다. Soyuz 013FET는 스펙적 성능만으로도 2배 가격의 마이크로폰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숫자적 스펙을 넘어 실제로 사용해보면 Soyuz만의 매력을 더하여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구성의 즐거움
가장 기본적인 013FET는 -10dB 패드와 전용 클립, 그리고 고급스러운 오크 목재의 마이크로폰 케이스와 함께 제공된다. 지난 017FET 리뷰에서도 언급한 것이지만 이 오크 원목 케이스는 상당히 두껍고 견고한데다 나무의 질감이 무척 좋기 때문에 소유의 만족감과 더불어 마이크로폰을 보호한다는 기능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풍부한 구성은 아니지만 구성 자체가 등급이 높은 느낌이라 만족감이 정말 높다. 참고로 제공되는 -10dB 패드는 스위치가 아닌, 다이어프램과 마이크로폰 본체 사이에 끼우게 되어 있는 방식인데, 다소 불편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사실 이 방식이 맞다. 왜냐하면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이어프램에서 발생하는 전압 자체를 낮추기 때문에 프리앰프의 다이나믹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받아낼 수 있는 최대음압을 간단하게 +10dB 높이기 때문이다. 스위치 방식에 비해 물론 불편하지만 마이크로폰 본연의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이끌어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한 케이스에 013FET를 매치드 된 한 쌍으로 구성한 셋트는 240만원으로, 보통은 매치드된 구성이 오히려 비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좋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정말 갖고 싶은 구성은 013FET MPAC 구성이다. 이는 기본적인 단일지향성 캡슐 외에 초지향성 및 무지향성 캡슐이 함께 포함된, 그야말로 끝판왕 구성이다. 가격은 388만원으로 활용도를 생각해보면 한 셋트 정도는 구비해놓을만하다. 물론 가장 호화판 구성은 013 Tube MP이다. 명칭에서 벌써 짐작할 수 있듯이 진공관 방식이다. 최대음압은 120dBSPL에 그치지만 펜슬타입 마이크로폰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진공관 마이크로폰이라는 점에서 이 제품의 가치가 빛난다. 필자가 입수 및 리뷰한 제품은 013FET MP 크림컬러였다. 013FET는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두 가지 컬러가 준비되어 있는데 물론 두 제품간 성능 차이나 가격 차이는 없다. 외형적으로 눈에 띄고 화려한 것은 크림 컬러이며 라이브 상황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사용 가능한 것은 매트블랙 컬러이다. 어차피 펜슬타입이기 때문에 크림 컬러라고 해도 무대 위에서 특별히 거슬리지 않으며, 반대로 블랙컬러라고 해서 화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Soyuz 다운 아름다운 외형은 013FET에서도 유지되고 있으므로 그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만약 필자보고 고르라고 하면 블랙 컬러의 013FET MPAC 셋트를 고르겠지만 말이다.

진정한 의미의 다용도 마이크로폰
일반적으로 스몰 다이어프램의 펜슬타입 콘덴서 마이크로폰들은 아무래도 저음 부분에서 다소 로우컷 된 듯한 산뜻한 사운드를 주로 내도록 튜닝된 경우가 많다. 실사용에 있어서 드럼 오버헤드나 혹은 스테레오 어레이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인듯하다. 실제로 보컬이나 스피치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적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굳이 왜?’라는 의문이 든다. 스몰 다이어프램 방식은 대개 매우 높은 SPL을 왜곡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근접 마이킹에도 매우 적합하다. 여기에 더해서 단일지향성은 근접효과 덕분에 저음이 꽤 보강된다. 그래서 스몰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은 팝노이즈에 대한 대책만 적절히 세운다면 근접 보컬 녹음에도 꽤 좋은 옵션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많은 스몰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들의 주파수 반응이 보컬 녹음에는 적합치 않게 셋팅되었다는 것이다. Soyuz 013FET는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완벽한 다용도 마이크로폰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몇몇 보컬 세션에 이 마이크로폰을 사용해봤으며 Soyuz Microphones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사운드 샘플을 봐도 각종 악기들은 물론 남녀 보컬 녹음의 양질의 샘플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저음이 든든하고 따뜻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보컬 녹음에 주로 쓰는 라지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의 느낌을 유사하게 받을 수 있으면서도 스몰 다이어프램의 기민한 반응 덕에 컴프레션이 일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Soyuz만의 독특한 배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테레오 어레이 기법에 있어서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폴라패턴이 우수하지 않으면 XY나 ORTF 등의 방식을 사용할 때 센터 이미지가 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스테레오 어레이 기법 자체가 마이크로폰의 Off-Axis 정보를 적극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013FET는 구조상 20mm, 혹은 그 이하 구경의 마이크로폰보다는 폴라패턴이 우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사용상에 있어서 체감할 정도로 큰 차이는 결코 아니다. 특히 클래식 세션 진행에 있어서 Soyuz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기분 좋은 배음은 많은 프로세싱 없이도 좋은 소리를 쉽게 내주기 때문에 후반 믹싱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물론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다. 013FET도 마찬가지다. 가장 두드러지게 아쉬운 점은 로우컷 옵션의 부재이다. 콘솔 혹은 프리앰프 단에서 로우컷을 적용하는 것과 마이크로폰 헤드에서 바로 적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중고역대에 비해 저음역대만 과도하게 크다면 디스토션을 내지 않기 위해 마이크 프리앰프에서 우선 작게 받아야 하고 이후 로우컷을 해주면 마이크와 프리앰프의 다이나믹레인지를 다 쓸 수 없게 된다. 동봉된 -10dB 패드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지만 헤드와 바디 사이에 끼울 수 있는 로우컷 필터가 제공된다면 적극적으로 로우 노이즈를 줄이면서 마이크로폰이 가진 다이나믹레인지를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음질면에서 훨씬 유리해질 것이다. 그리고 25mm 구경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단점은 생각보다 적다. 실제 설치후 1-2m 정도만 떨어져서 봐도 기존의 20mm 구경 마이크로폰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마이크 홀더를 반드시 동봉된 전용 제품을 써야한다는 것 정도가 불편하겠다. 쇽마운트의 경우도 큰 불편함이 없는 것이, 20mm 사이즈에 딱 맞는 제품이라면 당연히 끼울 수 없겠지만 고무링으로 서스펜션 구조를 구현하는 원통형 쇽마운트라면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장착이 가능하다. 무게는 알루미늄 합금 재질의 다른 마이크로폰들과 달리 황동으로 되어 있어서 꽤나 묵직하다. 물론 이는 다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라지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들에 비해서는 역시 한없이 가벼우니 설치시에 큰 어려움은 없겠다. 아쉬운 점이라기보다는 제품 구성에 있어서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처음부터 초지향성이나 무지향성 캡슐을 구성한 기본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예컨대 무지향성 페어만 필요한 유저라면 먼저 013FET MP 지향성 셋트를 구매한 후 추가로 무지향성 캡슐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제품 구성만 바꿔서 판매하면 될 일이기 때문에 Soyuz 측의 조속한 대처를 기대해본다.

실 사용에서는?
필자가 이 제품을 처음 사용한 것은 오페라 세션에서 가수를 위한 용도였다. 오케스트라 핏에 메인 마이크로폰을 설치했으나 무대까지의 거리가 멀었기에 가수의 소리가 잘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모든 가수들에게 인이어를 채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무대 앞 부분 바닥에 마이크를 설치한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매우 좋았다. 전반적으로 가격과 구성, 패키지, 성능에서 늘 비교되는 N사의 제품과 체감되는 성능면에서는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보컬에서 필요한 그 어떤 든든함이나 풍성함은 013FET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몰 다이어프램의 표준적인 성능과 사운드라면 N사의 제품이겠으나 뭔가 그 이상의 활용성을 원한다면 013FET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후 필자가 주로 이 제품을 사용한 것은 특히 현악 파트였다. 이전에 언급한 017FET에서의 이유와 같은데, Soyuz만의 풍성한 저음과 배음은 클래식 현악기에 있어서 연주자가 선호하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별도의 어떤 플러그인 처리 없이 간단한 EQ 밸런스 조정만으로 연주자와 음악감독이 선호하는 사운드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으며, 실제로 상당수의 믹싱이 추가 수정의 요구 없이 바로 OK 되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이렇게 쉽게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클래식 장르의 라이브 송출 세션에서 빛났다. 마이크를 신경써서 잘 배치하고, 적절하게 로우컷을 해주고 소스별로 레벨만 잘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손색없는 결과물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이 마이크로폰은 현장 상황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을 때에 일단 들고나가면 어떻게든 납득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그런 마이크로폰이다. 심지어 근접 보컬이나 스피치에도 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역마가 필요하다면?
필자는 처음 Soyuz 017FET를 접하고 사용해본 후 ‘사역마’라고 정의했었는데, 013FET도 마찬가지다. 스몰 다이어프램의 폼팩터를 지니고 있지만 정말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폰이고, 특히 가볍고 다루기가 쉽기 때문에 017FET보다도 적용 범위가 더욱 넓다. 특히 필자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가격이다. 물론 한 개에 12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면 결코 싼 마이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업용 녹음을 수행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고퀄리티의 음악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정도 가격대의 마이크로폰 중에서 013FET만큼의 성능과 신뢰성, 외적인 아름다움, 범용적인 사운드 특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초지향성 및 무지향성 캡슐을 통해 다양한 세션에 두루 사용할 수 있기에 013FET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범용 마이크로폰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구매 계획이 있다면 모든 캡슐이 셋트로 갖춰진 013FET MPAC를 우선 추천하며, 이후 추가 물량이 필요하다면 013FET MP를 구매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013FET MPAC 한 셋트, 그리고 013FET MP 3셋트 정도라면 대부분의 실내악 및 소규모 오케스트라 정도는 쉽게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아! 물론 밴드 녹음도 가능하다.
글 이무제 기자
진정한 다용도 고품질 마이크로폰 Soyuz Microphones 013 FET
지난 달, 필자는 오랜 기간 애용했던 Soyuz Microphones(이하 Soyuz) 017FET 마이크로폰에 대해 리뷰했다.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마이크로폰의 성능 자체는 의심할 필요가 없으며, 일반적인 용도로의 사용에 적합한 중립적인 특성과 함께 높은 SPL 대응 능력, 그리고 균일한 폴라패턴은 범용적인 사용이 가능함과 동시에 또한 Soyuz만의 두꺼우면서도 풍성한 배음을 가진 톤 캐릭터, 그리고 아름다운 외형으로 하나쯤 소유해도 후회없을만한 마이크로폰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리뷰할 013FET는 017FET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몰 사이즈의 다이어프램을 지닌 펜슬 타입 마이크로폰이다. 예리한 독자라면 ‘스몰이면 스몰이지 상대적으로 스몰은 뭐냐?’라고 물을 수 있겠는데, 바로 이 다이어프램의 크기가 013FET의 핵심이다. 이 마이크로폰은 비록 펜슬타입이지만 017FET에 비해 소구경일 뿐이지 일반적인 다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에 비해 확연히 큰 구경을 지녔다. 20mm 대 25mm. 별 것 아닌 차이로 보이지만 이 5mm의 차이가 013FET를 확연히 음악적인 마이크로폰으로 만들어준다. 이렇게 다른 마이크로폰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규격이 가능한 이유는 Soyuz가 범용 부품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지 않고 철저히 수작업으로 다이어프램부터 프리앰프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서유럽이나 북미가 아닌, 러시아에서 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빌드 퀄리티와 안정된 내구성, 높은 성능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환영할만하다. 확실히 Soyuz는 ‘Soyuz(러시아어로 연합)’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25mm 구경의 다이어프램이 주는 특별함
일반적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은 19~21mm 정도 규격에서 생산된다. 이는 사실 XLR 커넥터의 구경과 관련이 있다. XLR 커넥터의 외경 최대 구경이 바로 19mm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날씬한 마이크로폰들은 설치 및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작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장점을 가져다주는데, 바로 우수한 폴라패턴 특성이다. 마이크로폰의 물리적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우수한 폴라패턴 특성을 가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이는 무지향성 마이크로폰에서 더욱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지향성 마이크로폰은 다이어프램 후면부의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계에 따라 폴라패턴을 좀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
물론 작은 사이즈의 다이어프램이 장점만 있다고 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마이크로폰은 한없이 작아지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다이나믹레인지다. 콘덴서 마이크로폰은 진동판의 전하용량의 민감한 변화를 내부 프리앰로 증폭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다이어프램이 크면 클수록 진동판에서 기본적으로 출력하는 전압 자체가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에 내부 프리앰프에서 증폭을 덜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당연하게도 SNR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사실, 라지 다이어프램은 섬세한 녹음에, 그리고 스몰 다이어프램은 우수한 정위감이 좋다고 하는 속설들은 이렇게 다이어프램의 물리적 크기에 따른 장단점과 특성들이 종합된 결과로, 사운드적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진실을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운드적 특성, 그러니까 주파수 반응은 다이어프램의 공진 주파수와 내장 프리앰프와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5mm 정도의 다이어프램 지름은 ‘애매함’과 ‘적당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필자가 실제로 013FET을 써본 결과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 일반적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과 비교해서 Off-Axis에서 롤-오프되는 주파수에 있어서 약간 빠르게 시작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리적인 법칙에 따른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미세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013FET 자체는 매우 잘 만들어진 마이크로폰이다. 즉, 물리적 크기에 따른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단일지향성 캡슐에서는 상당히 이상적인 폴라패턴이 형성된다. 실제로 Off-Axis 반응을 청취해보면 일반적인 20mm 구경 콘덴서 마이크로폰과 비교해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쯤에서 이실직고할게 있는데, 필자는 아직 013FET에 무지향성 캡슐을 장착해서 써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지향성 캡슐에서는 지향성 캡슐과 달리 그 어떤 기술적 설계나 트릭으로 지향 패턴을 향상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오로지 구경에 따른 폴라패턴 특성만 형성이 될 뿐이니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지름의 차이는 대략 20% 정도이며, 이는 ka 값(Helmholtz Number, 원주와 파장의 비율)이 1이 되는 지점에서 대략 4.5kHz와 5.5kHz의 차이이다. 이 값의 차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독자들에게 맡기겠지만 필자의 입장으로 보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런데 다이어프램의 면적으로 보면 차이는 훨씬 커진다. 20mm 구경일 경우 면적은 대략 314㎟, 그리고 25mm 구경일 경우에는 491㎟ 정도가 된다. 이 차이는 고스란히 다이어프램의 출력 전압의 차이로 반영되며, 이에 따라 순전히 다이어프램의 면적만으로도 대략 4dB정도의 다이나믹레인지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약간의 폴라패턴에서의 성능을 희생하면 다이나믹레인지에서 무려 4dB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쪽을 선택할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필자는 4dB의 차이
가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013FET는 최대 음압 143dBSPL, 그리고 노이즈레벨은 16dB을 달성했다. 그러니까 다이나믹레인지로 보면 127dB에 이르며, 시중에서 이만큼의 다이나믹레인지를 가진 프리앰프는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013FET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함께 조합되는 마이크 프리앰프도 하이엔드급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25mm의 구경의 선택이 매우 탁월하다고 단언하겠다.
참고로 Soyuz 013FET 단품의 가격은 120만원이며, 매치드페어의 가격은 240만원이다. 그리고 다이나믹레인지가 130dB에 육박하는 마이크로폰은 물론 시중에 간간히 존재하지만 단품만으로 대개 2배 이상의 가격을 형성한다. D사나 S사의 하이엔드 제품군 말이다. Soyuz 013FET는 스펙적 성능만으로도 2배 가격의 마이크로폰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숫자적 스펙을 넘어 실제로 사용해보면 Soyuz만의 매력을 더하여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구성의 즐거움
가장 기본적인 013FET는 -10dB 패드와 전용 클립, 그리고 고급스러운 오크 목재의 마이크로폰 케이스와 함께 제공된다. 지난 017FET 리뷰에서도 언급한 것이지만 이 오크 원목 케이스는 상당히 두껍고 견고한데다 나무의 질감이 무척 좋기 때문에 소유의 만족감과 더불어 마이크로폰을 보호한다는 기능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풍부한 구성은 아니지만 구성 자체가 등급이 높은 느낌이라 만족감이 정말 높다. 참고로 제공되는 -10dB 패드는 스위치가 아닌, 다이어프램과 마이크로폰 본체 사이에 끼우게 되어 있는 방식인데, 다소 불편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사실 이 방식이 맞다. 왜냐하면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이어프램에서 발생하는 전압 자체를 낮추기 때문에 프리앰프의 다이나믹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받아낼 수 있는 최대음압을 간단하게 +10dB 높이기 때문이다. 스위치 방식에 비해 물론 불편하지만 마이크로폰 본연의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이끌어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한 케이스에 013FET를 매치드 된 한 쌍으로 구성한 셋트는 240만원으로, 보통은 매치드된 구성이 오히려 비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좋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정말 갖고 싶은 구성은 013FET MPAC 구성이다. 이는 기본적인 단일지향성 캡슐 외에 초지향성 및 무지향성 캡슐이 함께 포함된, 그야말로 끝판왕 구성이다. 가격은 388만원으로 활용도를 생각해보면 한 셋트 정도는 구비해놓을만하다. 물론 가장 호화판 구성은 013 Tube MP이다. 명칭에서 벌써 짐작할 수 있듯이 진공관 방식이다. 최대음압은 120dBSPL에 그치지만 펜슬타입 마이크로폰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진공관 마이크로폰이라는 점에서 이 제품의 가치가 빛난다. 필자가 입수 및 리뷰한 제품은 013FET MP 크림컬러였다. 013FET는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두 가지 컬러가 준비되어 있는데 물론 두 제품간 성능 차이나 가격 차이는 없다. 외형적으로 눈에 띄고 화려한 것은 크림 컬러이며 라이브 상황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사용 가능한 것은 매트블랙 컬러이다. 어차피 펜슬타입이기 때문에 크림 컬러라고 해도 무대 위에서 특별히 거슬리지 않으며, 반대로 블랙컬러라고 해서 화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Soyuz 다운 아름다운 외형은 013FET에서도 유지되고 있으므로 그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만약 필자보고 고르라고 하면 블랙 컬러의 013FET MPAC 셋트를 고르겠지만 말이다.
진정한 의미의 다용도 마이크로폰
일반적으로 스몰 다이어프램의 펜슬타입 콘덴서 마이크로폰들은 아무래도 저음 부분에서 다소 로우컷 된 듯한 산뜻한 사운드를 주로 내도록 튜닝된 경우가 많다. 실사용에 있어서 드럼 오버헤드나 혹은 스테레오 어레이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인듯하다. 실제로 보컬이나 스피치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적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굳이 왜?’라는 의문이 든다. 스몰 다이어프램 방식은 대개 매우 높은 SPL을 왜곡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근접 마이킹에도 매우 적합하다. 여기에 더해서 단일지향성은 근접효과 덕분에 저음이 꽤 보강된다. 그래서 스몰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은 팝노이즈에 대한 대책만 적절히 세운다면 근접 보컬 녹음에도 꽤 좋은 옵션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많은 스몰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들의 주파수 반응이 보컬 녹음에는 적합치 않게 셋팅되었다는 것이다. Soyuz 013FET는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완벽한 다용도 마이크로폰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몇몇 보컬 세션에 이 마이크로폰을 사용해봤으며 Soyuz Microphones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사운드 샘플을 봐도 각종 악기들은 물론 남녀 보컬 녹음의 양질의 샘플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저음이 든든하고 따뜻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보컬 녹음에 주로 쓰는 라지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의 느낌을 유사하게 받을 수 있으면서도 스몰 다이어프램의 기민한 반응 덕에 컴프레션이 일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Soyuz만의 독특한 배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테레오 어레이 기법에 있어서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폴라패턴이 우수하지 않으면 XY나 ORTF 등의 방식을 사용할 때 센터 이미지가 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스테레오 어레이 기법 자체가 마이크로폰의 Off-Axis 정보를 적극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013FET는 구조상 20mm, 혹은 그 이하 구경의 마이크로폰보다는 폴라패턴이 우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사용상에 있어서 체감할 정도로 큰 차이는 결코 아니다. 특히 클래식 세션 진행에 있어서 Soyuz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기분 좋은 배음은 많은 프로세싱 없이도 좋은 소리를 쉽게 내주기 때문에 후반 믹싱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물론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다. 013FET도 마찬가지다. 가장 두드러지게 아쉬운 점은 로우컷 옵션의 부재이다. 콘솔 혹은 프리앰프 단에서 로우컷을 적용하는 것과 마이크로폰 헤드에서 바로 적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중고역대에 비해 저음역대만 과도하게 크다면 디스토션을 내지 않기 위해 마이크 프리앰프에서 우선 작게 받아야 하고 이후 로우컷을 해주면 마이크와 프리앰프의 다이나믹레인지를 다 쓸 수 없게 된다. 동봉된 -10dB 패드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지만 헤드와 바디 사이에 끼울 수 있는 로우컷 필터가 제공된다면 적극적으로 로우 노이즈를 줄이면서 마이크로폰이 가진 다이나믹레인지를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음질면에서 훨씬 유리해질 것이다. 그리고 25mm 구경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단점은 생각보다 적다. 실제 설치후 1-2m 정도만 떨어져서 봐도 기존의 20mm 구경 마이크로폰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마이크 홀더를 반드시 동봉된 전용 제품을 써야한다는 것 정도가 불편하겠다. 쇽마운트의 경우도 큰 불편함이 없는 것이, 20mm 사이즈에 딱 맞는 제품이라면 당연히 끼울 수 없겠지만 고무링으로 서스펜션 구조를 구현하는 원통형 쇽마운트라면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장착이 가능하다. 무게는 알루미늄 합금 재질의 다른 마이크로폰들과 달리 황동으로 되어 있어서 꽤나 묵직하다. 물론 이는 다른 펜슬타입 마이크로폰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라지 다이어프램 마이크로폰들에 비해서는 역시 한없이 가벼우니 설치시에 큰 어려움은 없겠다. 아쉬운 점이라기보다는 제품 구성에 있어서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처음부터 초지향성이나 무지향성 캡슐을 구성한 기본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예컨대 무지향성 페어만 필요한 유저라면 먼저 013FET MP 지향성 셋트를 구매한 후 추가로 무지향성 캡슐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제품 구성만 바꿔서 판매하면 될 일이기 때문에 Soyuz 측의 조속한 대처를 기대해본다.
실 사용에서는?
필자가 이 제품을 처음 사용한 것은 오페라 세션에서 가수를 위한 용도였다. 오케스트라 핏에 메인 마이크로폰을 설치했으나 무대까지의 거리가 멀었기에 가수의 소리가 잘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모든 가수들에게 인이어를 채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무대 앞 부분 바닥에 마이크를 설치한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매우 좋았다. 전반적으로 가격과 구성, 패키지, 성능에서 늘 비교되는 N사의 제품과 체감되는 성능면에서는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보컬에서 필요한 그 어떤 든든함이나 풍성함은 013FET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몰 다이어프램의 표준적인 성능과 사운드라면 N사의 제품이겠으나 뭔가 그 이상의 활용성을 원한다면 013FET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후 필자가 주로 이 제품을 사용한 것은 특히 현악 파트였다. 이전에 언급한 017FET에서의 이유와 같은데, Soyuz만의 풍성한 저음과 배음은 클래식 현악기에 있어서 연주자가 선호하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별도의 어떤 플러그인 처리 없이 간단한 EQ 밸런스 조정만으로 연주자와 음악감독이 선호하는 사운드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으며, 실제로 상당수의 믹싱이 추가 수정의 요구 없이 바로 OK 되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이렇게 쉽게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클래식 장르의 라이브 송출 세션에서 빛났다. 마이크를 신경써서 잘 배치하고, 적절하게 로우컷을 해주고 소스별로 레벨만 잘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손색없는 결과물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이 마이크로폰은 현장 상황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을 때에 일단 들고나가면 어떻게든 납득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그런 마이크로폰이다. 심지어 근접 보컬이나 스피치에도 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역마가 필요하다면?
필자는 처음 Soyuz 017FET를 접하고 사용해본 후 ‘사역마’라고 정의했었는데, 013FET도 마찬가지다. 스몰 다이어프램의 폼팩터를 지니고 있지만 정말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폰이고, 특히 가볍고 다루기가 쉽기 때문에 017FET보다도 적용 범위가 더욱 넓다. 특히 필자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가격이다. 물론 한 개에 12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면 결코 싼 마이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업용 녹음을 수행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고퀄리티의 음악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정도 가격대의 마이크로폰 중에서 013FET만큼의 성능과 신뢰성, 외적인 아름다움, 범용적인 사운드 특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초지향성 및 무지향성 캡슐을 통해 다양한 세션에 두루 사용할 수 있기에 013FET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범용 마이크로폰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구매 계획이 있다면 모든 캡슐이 셋트로 갖춰진 013FET MPAC를 우선 추천하며, 이후 추가 물량이 필요하다면 013FET MP를 구매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013FET MPAC 한 셋트, 그리고 013FET MP 3셋트 정도라면 대부분의 실내악 및 소규모 오케스트라 정도는 쉽게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아! 물론 밴드 녹음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