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빈티지와 모던, 그 사이 어디쯤의 경계 Soyuz Microphones 017 F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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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제 기자

빈티지와 모던, 그 사이 어디쯤의 경계 Soyuz Microphones 017 FET

Soyuz Microphones(이하 Soyuz)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유행이 다소 지난 동구권 및 공산권 국가들의 마이크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는 느낌 외에 별로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구권의 마이크가 서방세계의 음악인들에게 신기함과 유니크함으로 다가온 것이 굉장히 옛날 이야기인 1990년 중반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이들 마이크로폰들은 음색적인 면에서 독특하지만 절대적인 성능치에서도 굉장한 가성비를 보여줬기에 전 세계의 음악인들은 동구권 마이크 및 아웃보드 제조사에 열광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음악의 메인스트림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동서독 통일이나 구소련 붕괴를 경험해본 연령대가 아니다.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동구권 출신의 많은 제조사들이 이미 잘 알려진 상태고, 또 서방세계 출신의 제조사들도 동구권의 그 사운드를 꽤나 잘 재현해내는 그런 제품들을 라인업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더 이상 ‘동구권 마케팅’은 먹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Soyuz 등장 당시 많은 뮤지션들이 간과했던 것이 있다. Soyuz는 단순히 ‘동구권 사운드의 재현’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절대적인 성능이 높고 음악적인 소리를 내는 마이크로폰 만들기’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한동안 시장에서 지지부진했던 Soyuz는 마침내 Coldplay의 레코딩 세션에 사용되었고, 이는 마케팅의 산물이 아닌, 오로지 음질과 음색으로만 판단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Soyuz는 경쟁이 심한 마이크로폰 업계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필자는 Soyuz 제품이 한국에 정식수입도 되기 전에 우연한 경로로 입수하여 꽤 오랫동안 잘 사용하고 있었다. 기어라운지(주)가 이제 정식수입원이 되었고, 또 이번 KOBA 전시회 기간동안 Soyuz 와 Tula의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David A. Brown을 만난 기념으로 롱텀 사용기를 써보고자 한다. 필자가 선택한 제품은 Soyuz의 간판 모델인 017 FET다.

세계화, 그리고 통합의 혜택을 입은 Soyuz Microphones

Soyuz는 마이크로폰 제조사로는 매우 신참에 속한다. 2013년에 설립되었으면 정말 갓난아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신참 제조사가 뛰어든 분야는 다름 아닌 하이엔드 분야다. Soyuz 017FET의 리뷰 시점 기준, 현재 소비자가격은 385만원이다. 물론 이보다 더 비싼 마이크로폰은 많지만 이 정도 가격대면 하이엔드라고 불리기에 손색없다. 아마 당분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기조와 환율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더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들이 아무런 경험 없이 하이엔드 마이크 제조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마이크 개발 및 제조는 굉장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스피커 개발에 비해 고려해야 하는 공진 포인트가 1개 더 많으며, 여기에 지향 특성까지 고려해야 해서 개발이 어렵다. 또한 스피커에 비해 확연히 작은 크기와 복잡한 내부 구조는 양산시 자동화 공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때문에 마이크 제조는 스피커 제조에 비해 훨씬 더 숙련된 경험을 가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아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 눈에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이미 고가 마이크 시장은 포화상태로 보였을테지만 Soyuz의 설립자들에게는 비집고 들어갈만한 틈이 보였던 모양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운드와 디자인의 콘셉트를 잡고 러시아의 숙련된 인력들이 밀집된 곳을 찾아냈다. 바로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 Tula다. 이 곳은 금속 가공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화된 도시로, 1700년대부터 차르(러시아의 황제)가 무기 공장 건설을 지시하면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소련시절부터 무기 생산 및 기계 가공으로 오랜 경험을 쌓아왔으며, 1927년에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마이크 제조사인 ‘O’사의 공장이 이 곳에 설립되기도 했다. Soyuz는 미국에서 제품 콘셉트 개발 및 디자인을 하고 유서깊은 Tula의 숙련 인력들을 고용함으로써 최신 트렌드에 걸맞으면서도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은 마이크로폰을 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실제로 Soyuz의 마이크로폰들은 시장에서 나온 기존의 파츠 나 부품 등을 전혀 이용하지 않으며 다이어프램 제작시부터 자체적으로 모든 기계 요소를 직접 가공하고 조립한다. 최근의 마이크 제조 기조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Soyuz는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셈이다. Soyuz 마이크로폰은 그래서 성능적인 만족감 뿐 아니라 소유의 만족감도 안겨준다. 이는 실제로 제품을 가까이 보고 만져보면 실감나게 느껴진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하이엔드 기계 가공은 미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며 이는 촉감으로도 매우 기분좋게 느껴진다. Soyuz는 러시아어로 ‘통합, 협력, 협동’을 의미하며 이는 Soyuz 회사의 정체성을 그대로 잘 나타내준다. 참고로 컨슈머 시장을 겨냥한 자매 브랜드는 Soyuz가 제조되는 도시의 이름을 이어받은 ‘Tula Microphones’이다.

하이엔드 제품다운 패키지

017 FET은 Soyuz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마이크이다. 가장 먼저 SU017이라는 모델명으로 등장한 이 마이크는 라인업 명칭 정리 때에도 높은 완성도로 인해 일체의 변화 없이 모델명만 변경하며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다. 물론 더 고가 모델로는 진공관 프리앰프와 결합되는 017 TUBE가 있지만 필자는 유지보수의 어려움이나 워밍업이 필요하다는 점, 진공관에 따른 소리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진공관 마이크는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따뜻한 음색과 풍부한 배음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마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많을 것이다. 가격 면에서도 017 TUBE는 770만원으로 선뜻 접근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017 FET 정도면 어지간한 직장인의 1개월 월급으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TUBE 모델은 다소 버겁다는 인상을 주니 말이다. 물론 ‘하이엔드 진공관 마이크로폰’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017 TUBE는 확실히 매력있는 제품이며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니 진공관 마이크로폰이 필요한 독자들은 체크리스트에 올려두기 바란다. 구성을 보면 커다란 종이 박스 안에 017 FET 마이크로폰 본체를 품고 있는 목재 케이스가 있으며, 여기에 커다란 전용 서스펜션과 제작자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보증서, 그리고 마이크 개별 주파수 반응 차트가 있다. 이 시장의 재미있는 점은, 저가형 제품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중가형 제품에서는 풍부한 구성품들이 제공되며, 하이엔드 제품으로 갈수록 구성품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이엔드 제품의 맛이라면, 얼마 안되는 조촐한 구성품의 퀄리티의 만족감일 것이다. 017 FET는 그런 맛을 확실히 만족시킨다. 오크로 제작된 목재 케이스는 자석으로 닫히는 구조라서 내구성이 높고 구조가 간단하다. 목재 가공도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시각적으로나 촉감적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특히 케이싱의 두께가 다른 하이엔드 제조사의 두 배 쯤은 되기에 실제로도 튼튼하다. 큼직하고 묵직한 전용 서스펜션은 처음 인스톨시에 약간 애를 먹게 하지만 일단 잘 결합해놓으면 기능성만큼은 확실히 뛰어나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 제어에는 서스펜션의 구조도 물론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쇽마운트가 무거워야 기계적 임피던스 차이로 인한 진동 방지가 되기 때문이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목재 케이스 안에 전용 쇽마운트가 수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017 TUBE는 이미 그렇게 제작하고 있어서 마이크 본체는 물론, 쇽마운트, 진공관 프리앰프, 케이블까지 몽땅 수납된다. 물론 017 FET 마이크의 특성상 이동이 잦지는 않을 것이기에 큰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필자는 017 FET의 작고 아담하면서 예쁜 목재 케이스가 상하는 것이 싫어서 쇽마운트와 목재케이스가 몽땅 수납되는 투어링 케이스를 주문해놓았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음질과 빈티지 사운드의 양립

이런 류의 라지 다이어프램 단일지향성 구성의 하이엔드 마이크로폰의 숙명이라면 ‘N’사의 메인 스트림 모델과 비교되는 것이리라. 가격으로 비교하자면 10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이미 Soyuz 017 FET도 385만원이라는 높은 가격대이기 때문에 현재 스튜디오에서 표준으로 통하는 ‘바로 그’ 마이크로폰과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필자의 결론이라면, 마이크로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역대나 하이엔드 표현은 굉장히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는 가격대가 높은 하이엔드 마이크로폰, 특히 무난한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는 제품이라면 어느 마이크로폰이나 갖고 있는 특징이긴 하다. 여기서 Soyuz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라면 중저역의 무게감, 그리고 배음 특성의 차이이다. 이 차이가 다이어프램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부 프리앰프의 차이 때문인지 필자는 알 수 없다. 017 FET 쪽의 저역이 좀 더 무게감 있고 단단한 맛이 있었고, N사 제품은 후처리에 손이 적게 가는 깔끔한 맛이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겠지만 필자의 취향은 017 FET 쪽이다. 일단 외형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우며, 또 필자만의 느낌일 수 있겠지만 지향 특성에 있어서 약간 off-axis 상황에서도 좀 더 음색 변화가 적게 들렸다는게 이유다. 그래서 017 FET은 물론 대부분 나레이션이나 보컬 용도로 사용되겠지만 스테레오 마이킹 기법에도 꽤나 좋은 성능을 발휘할 것이 예상되었다. 물론 필자는 017 FET를 두 대나 보유할만한 예산이 없어서 스테레오 마이킹을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물론 이 차이는 N사 제품이 멀티패턴 방식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멀티패턴 방식은 구조적으로 지향특성 면에서 완벽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라지 다이어프램이면 더욱 그렇다. 필자 생각에는 100만원을 더 들여 멀티패턴 방식의 기능성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약간 더 저렴한 가격에 아름다운 디자인과 좀 더 괜찮은 지향특성을 얻어낼 것인지의 차이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017 FET는 캡슐 교체형 방식이며, Soyuz에서 무지향성 등의 별도 교체 캡슐을 판매하고 있으니 서로의 차이는 더더욱 줄어들 것 같다. 고민은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아! 017 FET의 결정적인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받아낼 수 있는 최대 음압이다. 경쟁 제품은 이 수치가 120dBSPL 남짓하는데다 10dB 패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130dB 남짓인데 017 FET는 아무런 감쇄장치 없이 140dBSPL을 받아낸다. 그러면서도 감도는 15mV/PA에 이르기 때문에 결코 둔감한 마이크가 아님에도 말이다. 이는 이 제품을 악기 녹음 세션에도 믿음직하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기에의 사용도 적합한 범용성

필자는 이 마이크로폰을 악기 솔로 세션에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클래식 악기에서 017 FET만의 풍부한 느낌은 빛을 발한다. 휴대성이 중요한 필드 레코딩에서는 굉장히 주저되는 선택이긴 하지만 일단 갖고 나가서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만큼 믿을만한 결과물을 내준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최대 SPL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140dBSPL을 찌그러짐 없이 받아내기 때문에 콘트라베이스의 사운드 홀이나 혹은 팀파니 등에 근접배치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악기 세션에 투입할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이 제품을 현악기에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풍부한 저역대와 배음, 그리고 반짝이면서도 결코 거슬리지 않는 부드러운 고음은 현악기 계열 연주자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 사운드를 너무나 쉽고 빠르게 내주기 때문이다. 특히 첼로 세션에 이 마이크를 사용해볼 것을 필자는 적극 권한다. 재미있는 점은 Soyuz 측도 이를 의식했는지 자사의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마이크로폰 샘플을 보면 각종 관악기, 현악기는 물론 타악기까지 현존하는 거의 모든 소스에 대한 샘플을 준비해놓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리라. 물론 필자는 이 마이크를 굉장히 아끼기 때문에 킥 드럼과 같은 극단적인 SPL의 타악기 녹음에는 투입해보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샘플을 보면 킥 드럼 샘플이 존재한다.

이 마이크는 마치 귀족이나 왕족과도 같은 외모를 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다용도 사역마처럼 써먹을 수 있는 그런 마이크다. 385만원의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모든 소스를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또 캡슐 교체가 쉬운 모듈형 타입에 프리앰프 회로가 디스크리트 방식이라서 유지 보수도 간편하다는 장점은 절대적이다.

단 하나의 마이크로폰만 선택한다면

필자는 하나의 마이크로폰만으로 다용로도 사용할 수 있는 구성을 선호한다.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이 되면서도 전체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오랫동안 창고에 쌓여 있어 놀고 있는 마이크가 없는 그런 상황을 모든 사운드 엔지니어는 바랄 것이다. Soyuz 017 FET는 딱 그런 목적에 부합한다. 보컬이나 나레이션, 악기 녹음, 앰비언스 녹음까지 완벽하게 대응한다. 외형적으로나 촉감적인 만족감은 이 마이크를 케이스에서 꺼낼 때마다 업무에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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