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무제 기자
가장 간편하고 강력한 음향 시스템 Electro Voice Evolve50

이번 제품은 아마도 필자가 지금까지 [로드테스트]로 다룬 것 중 가장 큰 장비가 아닐까 싶다. 바로 EV Evolve50이다.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는 다른 교회와 예배당을 공유한다. 정확히는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가 일종의 세입자로 예배당을 공유하는 것이다. 성도 수가 많은 유명 대형 교회라면 적게는 3부, 많게는 7부 예배까지 하며 가급적 인원을 분산시키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단 1회의 예배로도 한 공간 안에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출석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비게 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 공간을 두 교회가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예배를 드리다보니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음향 장비 때문이다. 서로 다른 예배 스타일과 이로 인해 현저히 다른 음향 셋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풀-리콜이 되는 디지털 믹싱 콘솔을 사용한다고 해도 약간의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에 따라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는 음향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매주 예배 때마다 새로운 시스템이 설치되고 또 해체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예배당은 매우 울림이 심한 곳이었다. 약 500석 정도의 공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높은 지향 제어 성능을 발휘해서 명료도를 높이고 반사음을 최소화시킬 수 있으며, 2)넓은 수평지향각으로 가급적 적은 수량으로 넓은 곳에 걸쳐 균일한 음성을 전달할 것, 3)가능하다면 찬양 예배에도 적합하도록 주파수 대역이 넓고 음질이 좋을 것, 4)설치 및 이동이 편리할 것 이라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스피커 시스템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EV Evolve50이었다.

포터블로 즐기는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음질, 높은 활용성
본격적으로 제품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스펙과 세부 사양을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이 시리즈는 Evolve 30M과 50, 그리고 50M의 세 가지 라인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모델명 뒤에 ‘M’이 붙은 제품은 소형 디지털 믹서가 통합된 제품으로, 많은 채널이 필요하지 않은 이벤트에서는 별도의 믹싱 콘솔을 챙길 필요가 없어 무척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그리고 이 믹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 조정이 되어 상당히 깊은 부분까지 믹싱 및 콘트롤이 된다. 필자의 교회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별도의 믹싱 콘솔을 사용하기 때문에 Evolve 50을 선택했다. 이 경우라도 두 개의 마이크로폰 입력과 1채널의 스테레오 입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간단한 이벤트에서는 Evolve 50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작은 Evolve 30M을 보면, 6개의 2.8인치 풀레인지 네오디뮴 트랜스듀서를 컬럼에 배치하고 하단의 우퍼는 10인치의 서브우퍼가 장착되어 5Hz~20kHz에 이르는 영역을 123dBSPL로 확성하는 성능이다. 이 제품의 무게가 컬럼과 서브유닛을 합쳐 18kg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실력임을 알 수 있다. Evolve 50/50M의 경우 3.5인치의 네오디뮴 트랜스듀서를 무려 8개나, 그것도 웨이브가이드와 조합해서 배치하였고 서브우퍼 유닛은 12인치에 달하기 때문에 훨씬 본격적인 구성이다. 이에 따르는 성능은 37Hz~20kHz의 광대역을 127dBSPL로 출력하기 때문에 컴팩트 라인어레이 시스템과 비교해봐도 크게 손색이 없다. 시스템 무게는 26kg정도. 30M과 50/50M의 어쿠스틱 성능은 숫자로는 4dB의 차이이지만 체감적으로는 거의 두 배에 이르기 때문에 확성해야 하는 베뉴가 넓다면 50/50M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모든 시리즈는 알루미늄으로 된 폴 구조를 제공하며, 이 폴은 서브 본체와 컬럼 스피커 유닛을 케이블 없이 간단하게 이어주기 때문에 외형상으로 깔끔하며 설치와 해체가 무척 빠르고 간단하다. 여기에 폴과 컬럼 스피커 유닛을 휴대할 수 있는 소프트케이스를 기본 제공하기 때문에 쉽고 안전하게 스피커를 보관 및 이동할 수 있다.

500석 공간을 완벽하게 채우다
필자는 이 제품의 데모를 수입처인 (주)디라직이 주최한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들어보았다. 단순히 음원을 재생시킨 것이 아닌, 실제 밴드 라이브에서 EV Evolve50은 먹먹하다고 느낄 정도로 흡음이 지나치게 된 호텔의 중형 컨벤션 홀을 완벽한 음질과 음압으로 채워냈다. 그 당시 깊은 인상을 받은 필자는 주저없이 교회 측에 이 장비를 추천했다. 그런데 기존의 12~15인치급 풀레인지 스피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게 및 사이즈, 그리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교회의 담당자는 약간의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이 스피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택배로 스피커가 도착한 후, LR 중 단 한 셋트에만 마이크를 직결하여 연결한 후 소리를 들어보고 모든 담당자 및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납득했다. 이전에는 듀얼 10인치 LF 구조의 132dBSPL을 내는 포인트소스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비록 스펙상 음압은 EV Evolve50의 127dBSPL을 크게 상회하지만 에너지의 효율적 전달과 집중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먼 거리에서 소리의 감쇄가 현저히 적은 Evolve50이 체감 성능이 훨씬 강력하게 와 닿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피드백 제어 능력이다. 이는 컬럼어레이 스피커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 때문인데, 전반적인 음압이 크지 않지만 longthrow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마이크로폰이 스피커 가까이에 위치해도 피드백 마진 자체가 현저히 낮은 특성을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 거리 두 배 당 포인트 소스 스피커는 -6dB, 그리고 어레이타입인 Evolve50이 -3dB 감쇄한다고 보면 20m 지점에서 110dBSPL로 두 스피커가 같은 음압을 낸다고 했을 때 5m 지점에서는 포인트소스가 124dBSPL일 때 Evolve50은 고작 116dBSPL만 낼 뿐이다. 이러니 전체적으로 적절한 음압으로 디자인을 했다면 컬럼어레이가 피드백 제어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명료도에 있어서도 Evolve50은 훨씬 나은 결과를 냈는데, 이는 천장 등으로 의미없이 방사되는 음성 에너지가 포인트소스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필자의 교회는 매 예배 때마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잔향에 시달려왔지만 Evolve50을 메인 스피커로 사용한 이후에는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잔향 덕에 훨씬 수월하게 음향 셋업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맨 뒷 자리에 앉은 성도들에게도 높은 명료도로 설교를 전달할 수 있었다.

모니터 스피커를 없앨 수 있는가?
많은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실제로 컬럼어레이를 처음 접한 유저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높은 피드백 마진에 놀라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무대 뒤에 스피커를 위치시켜 공연자가 메인 스피커 소리를 듣도록 하면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이는 유튜브 등에서 영상으로 실제로 그렇게 하는 장면들이 보여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토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황 따라 다르다’가 정답일 것 같다. 필자의 교회는 설교자와 어린이 예배 진행자는 와이어리스 이어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대부분 이런 형태의 마이크로폰들은 무지향성이며, 설사 지향성이라고 해도 마이크 지향 방향이 이상적이지는 않는데다 얼굴 표면에 마이크가 딱 붙어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향특성이라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피드백에 가장 취약한 마이크로폰의 형태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초에 모니터 사운드를 크게 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메인 스피커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을 듣게 하는 편이 낫다. 반대로 찬양팀이 큰 음량으로 연주하고 있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많은 악기와 보컬들을 비롯한 소스들이 메인 스피커에서 믹싱되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한 모니터링은 연주자와 보컬 가까이 위치한 스테이지 모니터 스피커가 있는 편이 더욱 원활하다. 이 경우 메인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일종의 무대 내부의 side-fill 개념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실, 유선 핸드헬드 마이크로폰으로 스피치 혹은 소규모로 음악 공연을 할 경우에는 전자, 즉 메인 스피커로 모니터링을 겸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모니터 스피커를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하다. 만약 컬럼어레이 스피커를 들임으로써 모니터 스피커를 없앨 계획을 갖고 있는 팀/단체라면 필자의 경험을 꼭 참고하기 바란다.

실제 출력은 어느 정도? 메인 스피커로 충분한가?
사실을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Evolve50의 출력을 끝까지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마스터 볼륨은 디지털로 조정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 0dB로 선택한 상태에서 마이크로폰 입력을 겸하는 입력 게인 노브는 늘 10시~11시 방향을 향하고 있다. 12시 방향에서 0dB로 표기되어 있으니 Unity gain보다 -3~-6dB는 적게 쓰고 있는 셈일텐데, 사실 이 상황에서도 음량에 여유가 있어서 믹싱 콘솔에서 단 한 번도 피크 근처까지 가 보지도 못했다. 말하자면 ‘게인 스트럭춰’가 이상적이지는 않은 셈인데 입력 게인 노브를 9~10시 근처서 움직이려니 적정값을 찾기가 어려워서 이대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반적으로 ‘넉넉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현재 공간은 최소한 18인치 싱글, 혹은 15인치 듀얼 서브우퍼가 필요하며 언더발코니에는 딜레이 스피커가 놓이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좌석 배치에 여유가 있어서 발코니 2층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도 전체 좌석의 80% 이상에서 스피커에서 방사되는 직접음을 높은 명료도로 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배 및 행사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대세에는 전혀 지장없는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곳에서 이상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앞서와 같은 추가 물량과 함께 스피커를 이상적인 위치에 플라잉해야 하는 숙제가 발생한다. 음향 시스템을 예배 때에만 설치하고 곧바로 해체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니 지금은 Evolve50만이 최적의 대안이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 상황에서 1층을 커버하는 용도로 Evolve50은 높은 가성비를 실현한다. 복잡한 플라잉이나 리깅, 배선 작업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용도는 ‘딜레이 스피커’이다. 자체적으로 딜레이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DSP가 필요 없으며 그저 믹싱콘솔에서 출력 시그널만 나눠 받으면 된다. 워낙 날씬한 외형이기 때문에 언더 발코니의 기둥 옆이나 뒤에 세워두면 복잡한 인스톨 작업 없이 쉽게 대형 시스템에서 사각 지대를 편리하게 커버할 수 있다.
편리하고 강력한 DSP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춘 Evolve50을 구매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내장된 기능들이 상당하다. 먼저 3채널의 온보드 믹서는 디지털로 모니터링된다. 각 채널EQ 등은 제공되지는 않지만 15V의 팬텀파워가 가능하며, 각 채널의 입력 레벨을 디지털 VU 미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프리셋은 총 4가지로, Music, Live, Speech, Club이다. 기본값은 Music이며, 더군다나 필자의 경우처럼 외부 믹싱 콘솔과 조합하는 경우라면 다른 프리셋을 만질 필요를 굳이 느끼지 못했다. 그 외에도 서브우퍼의 레벨 조정, HF, MF, LF의 레벨을 조정하는 간단한 EQ, 그리고 딜레이타워로 쓸 때 최대 100m까지 대응하는 딜레이 기능 등이 있다.
프리셋 선택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셋팅된 Music 모드는 가장 균형잡히고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지만 더욱 나은 피드백 마진을 위해서는 Live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환경에선 Music모드도 괜찮고, 실제로 교회의 음향 담당자들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Music 모드로 운용하였지만 확실하게 편한 운용을 위해서는 Live 모드를 선택하도록 하자.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마트폰을 통한 통합제어 기능이다. 블루투스로 해당 기능이 동작하게 되는데, 최대 8대의 Evolve50을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 인식하는 것은 8대, 동시에 통제 가능한 용량은 최대 6대 까지인데, 메인 스피커로 Evolve50을 두 대, 그리고 나머지 6대로 딜레이타워를 설치한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면 꽤나 대규모의 음향 시스템을 Evolve50만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복하고 편리한 음향 생활을 위해
사실 이 전에는 갖고 있던 포인트소스 스피커에 서브우퍼를 보강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Evolve50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보인다. 포인트소스 스피커에 서브우퍼 조합만 하더라도, 앰프 내장형의 제품을 골랐어도 별도의 DSP 셋업은 필수이며, 추가되는 케이블링만 하더라도 매주 설치와 해체를 반복해야 하는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 Evolve50은 그저 설치해놓고 믹싱 콘솔에서 XLR 케이블만 던져주면 모든 셋업이 끝난다. 거기에 대적할 상대가 없는 놀라운 피드백 마진, 강력한 long-throw 능력, 균일한 수평지향각, 높은 명료도 등 편리한 스피커 운용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EV Evolve50은 너무나 쉽게 제공해준다. 솔직히 말해서 하이파이적인 음질만 따지자면 더욱 나은 선택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라이브 음향이라는 것은 음질만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는 이러한 운용편리성과 기능들이 합쳐져 더욱 나은 결과를 내준다. 그러니까 외형적인 모습이나 구성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더 좋은 결과’만을 생각한다면 EV Evolve50을 강력히 추천한다.
글 이무제 기자
가장 간편하고 강력한 음향 시스템 Electro Voice Evolve50
이번 제품은 아마도 필자가 지금까지 [로드테스트]로 다룬 것 중 가장 큰 장비가 아닐까 싶다. 바로 EV Evolve50이다.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는 다른 교회와 예배당을 공유한다. 정확히는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가 일종의 세입자로 예배당을 공유하는 것이다. 성도 수가 많은 유명 대형 교회라면 적게는 3부, 많게는 7부 예배까지 하며 가급적 인원을 분산시키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단 1회의 예배로도 한 공간 안에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출석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비게 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 공간을 두 교회가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예배를 드리다보니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음향 장비 때문이다. 서로 다른 예배 스타일과 이로 인해 현저히 다른 음향 셋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풀-리콜이 되는 디지털 믹싱 콘솔을 사용한다고 해도 약간의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에 따라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는 음향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매주 예배 때마다 새로운 시스템이 설치되고 또 해체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예배당은 매우 울림이 심한 곳이었다. 약 500석 정도의 공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높은 지향 제어 성능을 발휘해서 명료도를 높이고 반사음을 최소화시킬 수 있으며, 2)넓은 수평지향각으로 가급적 적은 수량으로 넓은 곳에 걸쳐 균일한 음성을 전달할 것, 3)가능하다면 찬양 예배에도 적합하도록 주파수 대역이 넓고 음질이 좋을 것, 4)설치 및 이동이 편리할 것 이라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스피커 시스템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EV Evolve50이었다.
포터블로 즐기는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음질, 높은 활용성
본격적으로 제품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스펙과 세부 사양을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이 시리즈는 Evolve 30M과 50, 그리고 50M의 세 가지 라인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모델명 뒤에 ‘M’이 붙은 제품은 소형 디지털 믹서가 통합된 제품으로, 많은 채널이 필요하지 않은 이벤트에서는 별도의 믹싱 콘솔을 챙길 필요가 없어 무척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그리고 이 믹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 조정이 되어 상당히 깊은 부분까지 믹싱 및 콘트롤이 된다. 필자의 교회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별도의 믹싱 콘솔을 사용하기 때문에 Evolve 50을 선택했다. 이 경우라도 두 개의 마이크로폰 입력과 1채널의 스테레오 입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간단한 이벤트에서는 Evolve 50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작은 Evolve 30M을 보면, 6개의 2.8인치 풀레인지 네오디뮴 트랜스듀서를 컬럼에 배치하고 하단의 우퍼는 10인치의 서브우퍼가 장착되어 5Hz~20kHz에 이르는 영역을 123dBSPL로 확성하는 성능이다. 이 제품의 무게가 컬럼과 서브유닛을 합쳐 18kg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실력임을 알 수 있다. Evolve 50/50M의 경우 3.5인치의 네오디뮴 트랜스듀서를 무려 8개나, 그것도 웨이브가이드와 조합해서 배치하였고 서브우퍼 유닛은 12인치에 달하기 때문에 훨씬 본격적인 구성이다. 이에 따르는 성능은 37Hz~20kHz의 광대역을 127dBSPL로 출력하기 때문에 컴팩트 라인어레이 시스템과 비교해봐도 크게 손색이 없다. 시스템 무게는 26kg정도. 30M과 50/50M의 어쿠스틱 성능은 숫자로는 4dB의 차이이지만 체감적으로는 거의 두 배에 이르기 때문에 확성해야 하는 베뉴가 넓다면 50/50M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모든 시리즈는 알루미늄으로 된 폴 구조를 제공하며, 이 폴은 서브 본체와 컬럼 스피커 유닛을 케이블 없이 간단하게 이어주기 때문에 외형상으로 깔끔하며 설치와 해체가 무척 빠르고 간단하다. 여기에 폴과 컬럼 스피커 유닛을 휴대할 수 있는 소프트케이스를 기본 제공하기 때문에 쉽고 안전하게 스피커를 보관 및 이동할 수 있다.
500석 공간을 완벽하게 채우다
필자는 이 제품의 데모를 수입처인 (주)디라직이 주최한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들어보았다. 단순히 음원을 재생시킨 것이 아닌, 실제 밴드 라이브에서 EV Evolve50은 먹먹하다고 느낄 정도로 흡음이 지나치게 된 호텔의 중형 컨벤션 홀을 완벽한 음질과 음압으로 채워냈다. 그 당시 깊은 인상을 받은 필자는 주저없이 교회 측에 이 장비를 추천했다. 그런데 기존의 12~15인치급 풀레인지 스피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게 및 사이즈, 그리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교회의 담당자는 약간의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이 스피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택배로 스피커가 도착한 후, LR 중 단 한 셋트에만 마이크를 직결하여 연결한 후 소리를 들어보고 모든 담당자 및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납득했다. 이전에는 듀얼 10인치 LF 구조의 132dBSPL을 내는 포인트소스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비록 스펙상 음압은 EV Evolve50의 127dBSPL을 크게 상회하지만 에너지의 효율적 전달과 집중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먼 거리에서 소리의 감쇄가 현저히 적은 Evolve50이 체감 성능이 훨씬 강력하게 와 닿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피드백 제어 능력이다. 이는 컬럼어레이 스피커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 때문인데, 전반적인 음압이 크지 않지만 longthrow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마이크로폰이 스피커 가까이에 위치해도 피드백 마진 자체가 현저히 낮은 특성을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 거리 두 배 당 포인트 소스 스피커는 -6dB, 그리고 어레이타입인 Evolve50이 -3dB 감쇄한다고 보면 20m 지점에서 110dBSPL로 두 스피커가 같은 음압을 낸다고 했을 때 5m 지점에서는 포인트소스가 124dBSPL일 때 Evolve50은 고작 116dBSPL만 낼 뿐이다. 이러니 전체적으로 적절한 음압으로 디자인을 했다면 컬럼어레이가 피드백 제어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명료도에 있어서도 Evolve50은 훨씬 나은 결과를 냈는데, 이는 천장 등으로 의미없이 방사되는 음성 에너지가 포인트소스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필자의 교회는 매 예배 때마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잔향에 시달려왔지만 Evolve50을 메인 스피커로 사용한 이후에는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잔향 덕에 훨씬 수월하게 음향 셋업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맨 뒷 자리에 앉은 성도들에게도 높은 명료도로 설교를 전달할 수 있었다.
모니터 스피커를 없앨 수 있는가?
많은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실제로 컬럼어레이를 처음 접한 유저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높은 피드백 마진에 놀라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무대 뒤에 스피커를 위치시켜 공연자가 메인 스피커 소리를 듣도록 하면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이는 유튜브 등에서 영상으로 실제로 그렇게 하는 장면들이 보여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토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황 따라 다르다’가 정답일 것 같다. 필자의 교회는 설교자와 어린이 예배 진행자는 와이어리스 이어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대부분 이런 형태의 마이크로폰들은 무지향성이며, 설사 지향성이라고 해도 마이크 지향 방향이 이상적이지는 않는데다 얼굴 표면에 마이크가 딱 붙어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향특성이라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피드백에 가장 취약한 마이크로폰의 형태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초에 모니터 사운드를 크게 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메인 스피커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을 듣게 하는 편이 낫다. 반대로 찬양팀이 큰 음량으로 연주하고 있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많은 악기와 보컬들을 비롯한 소스들이 메인 스피커에서 믹싱되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한 모니터링은 연주자와 보컬 가까이 위치한 스테이지 모니터 스피커가 있는 편이 더욱 원활하다. 이 경우 메인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일종의 무대 내부의 side-fill 개념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실, 유선 핸드헬드 마이크로폰으로 스피치 혹은 소규모로 음악 공연을 할 경우에는 전자, 즉 메인 스피커로 모니터링을 겸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모니터 스피커를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하다. 만약 컬럼어레이 스피커를 들임으로써 모니터 스피커를 없앨 계획을 갖고 있는 팀/단체라면 필자의 경험을 꼭 참고하기 바란다.
실제 출력은 어느 정도? 메인 스피커로 충분한가?
사실을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Evolve50의 출력을 끝까지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마스터 볼륨은 디지털로 조정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 0dB로 선택한 상태에서 마이크로폰 입력을 겸하는 입력 게인 노브는 늘 10시~11시 방향을 향하고 있다. 12시 방향에서 0dB로 표기되어 있으니 Unity gain보다 -3~-6dB는 적게 쓰고 있는 셈일텐데, 사실 이 상황에서도 음량에 여유가 있어서 믹싱 콘솔에서 단 한 번도 피크 근처까지 가 보지도 못했다. 말하자면 ‘게인 스트럭춰’가 이상적이지는 않은 셈인데 입력 게인 노브를 9~10시 근처서 움직이려니 적정값을 찾기가 어려워서 이대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반적으로 ‘넉넉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현재 공간은 최소한 18인치 싱글, 혹은 15인치 듀얼 서브우퍼가 필요하며 언더발코니에는 딜레이 스피커가 놓이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좌석 배치에 여유가 있어서 발코니 2층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도 전체 좌석의 80% 이상에서 스피커에서 방사되는 직접음을 높은 명료도로 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배 및 행사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대세에는 전혀 지장없는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곳에서 이상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앞서와 같은 추가 물량과 함께 스피커를 이상적인 위치에 플라잉해야 하는 숙제가 발생한다. 음향 시스템을 예배 때에만 설치하고 곧바로 해체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니 지금은 Evolve50만이 최적의 대안이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 상황에서 1층을 커버하는 용도로 Evolve50은 높은 가성비를 실현한다. 복잡한 플라잉이나 리깅, 배선 작업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용도는 ‘딜레이 스피커’이다. 자체적으로 딜레이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DSP가 필요 없으며 그저 믹싱콘솔에서 출력 시그널만 나눠 받으면 된다. 워낙 날씬한 외형이기 때문에 언더 발코니의 기둥 옆이나 뒤에 세워두면 복잡한 인스톨 작업 없이 쉽게 대형 시스템에서 사각 지대를 편리하게 커버할 수 있다.
편리하고 강력한 DSP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춘 Evolve50을 구매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내장된 기능들이 상당하다. 먼저 3채널의 온보드 믹서는 디지털로 모니터링된다. 각 채널EQ 등은 제공되지는 않지만 15V의 팬텀파워가 가능하며, 각 채널의 입력 레벨을 디지털 VU 미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프리셋은 총 4가지로, Music, Live, Speech, Club이다. 기본값은 Music이며, 더군다나 필자의 경우처럼 외부 믹싱 콘솔과 조합하는 경우라면 다른 프리셋을 만질 필요를 굳이 느끼지 못했다. 그 외에도 서브우퍼의 레벨 조정, HF, MF, LF의 레벨을 조정하는 간단한 EQ, 그리고 딜레이타워로 쓸 때 최대 100m까지 대응하는 딜레이 기능 등이 있다.
프리셋 선택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셋팅된 Music 모드는 가장 균형잡히고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지만 더욱 나은 피드백 마진을 위해서는 Live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환경에선 Music모드도 괜찮고, 실제로 교회의 음향 담당자들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Music 모드로 운용하였지만 확실하게 편한 운용을 위해서는 Live 모드를 선택하도록 하자.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마트폰을 통한 통합제어 기능이다. 블루투스로 해당 기능이 동작하게 되는데, 최대 8대의 Evolve50을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 인식하는 것은 8대, 동시에 통제 가능한 용량은 최대 6대 까지인데, 메인 스피커로 Evolve50을 두 대, 그리고 나머지 6대로 딜레이타워를 설치한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면 꽤나 대규모의 음향 시스템을 Evolve50만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복하고 편리한 음향 생활을 위해
사실 이 전에는 갖고 있던 포인트소스 스피커에 서브우퍼를 보강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Evolve50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보인다. 포인트소스 스피커에 서브우퍼 조합만 하더라도, 앰프 내장형의 제품을 골랐어도 별도의 DSP 셋업은 필수이며, 추가되는 케이블링만 하더라도 매주 설치와 해체를 반복해야 하는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 Evolve50은 그저 설치해놓고 믹싱 콘솔에서 XLR 케이블만 던져주면 모든 셋업이 끝난다. 거기에 대적할 상대가 없는 놀라운 피드백 마진, 강력한 long-throw 능력, 균일한 수평지향각, 높은 명료도 등 편리한 스피커 운용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EV Evolve50은 너무나 쉽게 제공해준다. 솔직히 말해서 하이파이적인 음질만 따지자면 더욱 나은 선택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라이브 음향이라는 것은 음질만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는 이러한 운용편리성과 기능들이 합쳐져 더욱 나은 결과를 내준다. 그러니까 외형적인 모습이나 구성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더 좋은 결과’만을 생각한다면 EV Evolve50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