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영역에 도전하는 자들을 위한 장비
Tegeler Creme RC
글 이무제 기자
자료제공 (주)뮤직메트로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음악은 분명 ‘가성비’로는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가성비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뮤직 프로덕션은 하나의 엄연한 산업분야이며, 우리 잡지의 많은 구독자들 중 상당수가 이 산업에 종사하며 수익을 거두고 월급을 받는다. 그러니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물을 뽑아내는게 무조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실제로 오디오 장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공통된 현상인데, 예컨대 결과물의 퀄리티의 최대치를 100%라고 가정하자. 50% 수준에서 90%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다지 큰 돈이나 노력이 들지 않는다.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서는 아마 장비의 개선 없이 순전히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90% 완성도에서 5% 향상, 즉 95%를 만들어내려면 상당한 예산과 노력, 시간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95% 이상의 영역부터는 결과물을 향상시키려면 기하급수적으로 비용과 시간, 노력이 증가한다.
하이엔드 장비는 말하자면 ‘최후의 1%’ 영역에 도전한다. 누군가에겐 아주 작은 차이이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고 그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하다. 그래서 더러는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형편없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주 조금이라도 향상을 원하지만 딱히 답은 없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 지불을 통해 확실한 퀄리티의 향상을 더해주기에 ‘매우 의미있는 지출’이 되기도 한다. 지금 소개하는 Tegeler Creme RC는 이처럼 최종 결과물에 1%, 혹은 그 이상의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장비다. 정확히는 마스터링용으로 적합한 컴프레서와 EQ를 한 몸에 장치했다. 물론 이런 류의 장비는 마스터링에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녹음된 시그널에 색채감이나 질감을 더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근데 이런 장비는 이미 시장에 적잖게 존재하는게 아닌가? Tegeler는 우선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믿을 수 있는 독일제 하이엔드 음향 장비이며, 여기에 Creme RC는 앞서 이야기한 EQ와 컴프레서의 모든 기능들을 네트워크를 통해 리모트 콘트롤이 가능하다. 단순한 리모트 콘트롤이 아니라 마치 완벽한 하나의 플러그인처럼 디지털 콘트롤 및 토탈리콜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모든 시그널의 프로세싱과 패스가 아날로그로 이뤄지는 100% 아날로그 장비이다.

하이엔드의 영역에서 만족감을 안겨주는 Tegeler
현대의 프로페셔널 레코딩 및 믹싱 환경에 있어서 더 이상 ‘적당한 아날로그 장비’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보인다. 저가 아날로그 장비야 특유의 직관성이나 편리한 점이 있어서 소규모 애플리케이션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하이엔드 아날로그 장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매우 작은 1%의 차이’ 때문에 프로페셔널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다. 하지만 ‘적당히 가성비 좋은 중가대 아날로그 장비’는 대부분 플러그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세션의 저장과 리콜이 편리한 DAW의 시대에서 적당한 퀄리티를 위해 아날로그 장비를 패스에 끼워넣는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사운드 엔지니어나 프로듀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꾸미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좋은 장비들이 더불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믹싱 시스템은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날로그 장비들은 하이엔드로만 갖춰져 있다.
Tegeler는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한다. 퀄리티적으로는 하이엔드의 결과물을 내주면서도 가격면에서는 의외로 합리적이다. 예컨대 지금 리뷰하는 Tegeler Creme RC의 경우 Tegeler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포지션이면서 여기에 완전히 디지털로 콘트롤되는 기능성, 그러면서도 모든 시그널 패스를 순수한 아날로그로 유지하는 독보적인 기능성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리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300만원대 중반 정도에 그친다. 이 제품의 빌드 퀄리티나 구성 등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울 정도다.
시중에 많은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이 있고 물론 300만원대 중반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진짜 아날로그 패스’를 거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에 대해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 이 제품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또 하나, Tegeler Creme RC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스터링에만 쓸 필요는 없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인데, 실제로 많은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이 조작의 편리성과 사운드 덕에 많은 경우 단일 채널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는 XY나 ORTF, AB 방식으로 녹음한 스테레오 방식의 마이킹에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을 즐겨 사용하는 편인데 Tegeler Creme RC 역시 이러한 용도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사뭇 높다.

디지털 시대에 사용하기 가장 편한 아날로그 기기
현재 리뷰하는 것은 Tegeler Creme RC지만 실은 Creme 일반 모델이 존재한다. 기능이나 사운드상 차이점은 없지만 매우 중요한 차이가 한 가지 존재하는데, 바로 소프트웨어를 통한 리모트 콘트롤의 여부이다. Creme RC는 말하자면 Remote Control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추가적인 세부 모델명이 붙은 셈이다. 디지털로 콘트롤은 되지만 아날로그 패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실제 시그널은 VCA 방식으로 콘트롤 될 것이다.
가격 차이는 대략 50만원 내외인데, Creme RC는 단순히 디지털로 리모트 콘트롤된다는 것 뿐 아니라 각각의 가변저항, 그러니까 노브(Knob)가 모터라이즈드로 움직인다. 그리고 기기측에서 노브와 스위치를 조작하면 그것이 실시간으로 콘트롤 소프트웨어에 반영된다. 물론 실속을 챙긴다면 일반 Creme 모델이 나을지 모르겠으나 모든 노브가 모터라이즈드로 움직인다는 점, 소프트웨어를 통한 셋팅 저장 및 토탈리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필자는 충분히 50만원 이상의 가치를 해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가성비를 따지자면 필자는 단연 Creme RC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현재 이 정도로 완벽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만을 구현한 기기는 시중에 없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이 가격대에서는 더더욱 없다.

소유의 만족감을 안겨주다
사운드를 떠나 이 기기의 외형이나 구성, 패키지는 소장의 만족감을 안겨주기에도 충분하다. 일단 모든 기능이 100% 완전히 리모트 콘트롤되며 모든 노브는 모터라이즈로 작동한다. 그리고 노브의 움직임은 완전한 그래픽 UI를 갖춘 플러그인 소프트웨어에 실시간 반영된다. 손으로 조작하고 소리가 마음에 들면 이를 플러그인을 통해 저장, 그리고 저장한 파일을 백업해두면 그야말로 완벽한 토탈백업 및 토탈리콜이 구현된다. 리콜을 할 때 노브가 모터로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시각적 만족감이 정말 대단하다. 따라서 이것만으로 이 기기는 소장의 가치가 충분하다.
근데 이 제품의 진짜 감탄은 개봉 단계부터다. 실제로 제품을 받고 박스를 열어보면 엄청난 고급감을 전해주는 목재 케이스가 제품을 감싸고 있다. 이것은 말로는 잘 표현이 안되고 실제로 제품을 받아봐야 하는데, 어쨌든 배송과정 중 제품이 망가지거나 상할리는 없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 목재 케이스의 무게와 부피만도 상당하여 제품을 꺼내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아마 이 제품을 신품으로 구매할 사용자들은 기쁜 마음에 그것을 신경쓸 새 조차 없을 것이다.
제품 구성은 본체와 매뉴얼 2종 뿐이다. 의외로 전원 케이블이 들어가있지 않은데 이것은 수입사인 (주)뮤직메트로 측에서 대응할 일이니 확인이 필요하다. 아마 필자는 리뷰용 제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국내 유통 제품에는 전원 케이블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외형을 보면 상부의 EQ 섹션, 그리고 하부는 컴프레서 섹션으로 나눠진 전면 콘트롤부가 보인다. 미터는 레벨이 아닌, 컴프레서의 리덕션 레벨을 표현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니까 미터가 움직이면 컴프레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자세히 버튼 및 노브 구성을 보면 먼저 상단 왼쪽 버튼은 바이패스 역할을 하며 EQ 섹션은 왼쪽부터 로우 부스트-로우Fr-하이Fr-하이 부스트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가장 상단의 가장 오른쪽 노브는 출력 레벨을 맡는다. 즉 구성은 로우와 하이만으로 이뤄져있고 이 둘은 오직 부스트만 가능하다. 주파수를 결정하는 노브는 어느 대역부터 주파수를 부스트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조작부의 아래 라인은 컴프레서부이다. 가장 왼쪽의 버튼 2개는 ‘SC Lowcut’이라고 쓰여있는데 컴프레서 작동을 위한 시그널 입력, 즉 사이드 체인에 있어서 저음을 센싱에 사용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꽤 중요한 기능인데, 현대의 비트있는 음악들은 꽤 강력한 저음 시그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컴프레서가 의도치 않게 걸려 과도한 리덕션이 나타날 때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노브들의 구성은 전형적인 컴프레서의 기본적인 파라미터들이다. 가장 오른쪽의 버튼은 EQ와 컴프레서간의 시그널 순서를 바꿔준다. 언뜻 생각하면 Creme RC의 EQ는 부스트 기능만을 행하기 때문에 컴프레서를 앞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긴 하겠지만 마스터링에 있어서 컴프레서가 뒤로 배치되는 기능은 꽤나 중요하다. Creme RC는 말하자면 마스터링에 있어서 꼭 필요한 기능만을 깔끔히 남겨두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Creme RC에 있어서 필요없는 기능은 전혀 없다. Creme RC의 구매자들은 마스터링시에 반드시 모든 기능을 쓰게 될 것이다.
Pultec 스타일의 EQ
Tegeler 측은 Creme RC에 Pultec 스타일의 EQ를 탑재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정확히는 스타일을 차용한 것 뿐이지 기능상으로는 쉘빙 타입의 EQ를 부스트 기능만을 남겨둔 것에 가깝다. 오리지널 Pultec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지만 이를 단점으로 꼬집기는 어렵다. 오리지널 Pultec EQ는 기본적으로 노브를 디폴트값에 두어도 초고역에서 왜곡이 생기며, 특히 어테뉴에이터 노브는 현대의 젊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여기서 설명하기보다는 ‘Pultec EQ’에 대해 유튜브 등에서 검색해보기 바란다.
어쨌든 Creme RC는 중심 주파수 설정이 가능한 2개의 쉘빙 타입 EQ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커팅은 불가능하고 부스팅만 가능하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Output 노브 역시 부스트만 지원한다. 즉 0에 두는 것이 디폴트값이다. 이를 처음 접하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Creme RC가 애초에 마스터링 EQ+컴프레서 기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금세 이해가 된다. 특히 최근의 믹싱 및 마스터링 추세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청취환경 내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생 환경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라우드니스에 따른 등청감곡선에 대한 대응이 마스터링시에 절대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해진다. 어찌보면 1950년대 개발된 Pultec 스타일의 EQ는 이 등청감곡선을 보상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로 기능상 찰떡궁합이다. 물론 Pultec EQ가 유명해진 것은 특유의 사운드 퀄리티와 질감 때문이지만 말이다. Creme RC의 Pultec EQ, 정확히는 HF 및 LF의 쉘빙 부스트 EQ는 그래서 최종 2트랙 마스터단에 걸어서 라우드니스를 보정하기 위한 최적의 장비다. 이 EQ 섹션을 통해 라우드니스 등청감곡선 커브를 보정한 뒤에 부스트 된 레벨은 컴프레서로 보정하면 된다. 만약 컴프레서로 잡은 톤이 꽤 만족스럽지만 피크 레벨이 지나치게 리덕션 되어서 헤드룸에 여유가 있다면 그 때부터 Output 노브가 활약할 때다.
걸어놓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음색
Creme RC는 기본적으로 톤 손실이 극소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췄다. 단 2개의 밴드만을 갖추고 있는 쉘빙EQ는 필터 구조가 극도로 간단하기 때문에 위상 문제가 극히 적으며 이는 투명한 음색으로 보답받는다. 또한 내장된 컴프레서 역시 멀티밴드 등의 잡다한 기능 없이 단지 side-chain에 로우컷 필터만 걸려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Creme RC의 톤이 완전히 투명한 것은 아니다. EQ 노브의 부스팅을 전부 0에 두고 Output 역시 0에 두고 컴프레서의 Threshold를 0으로(최대로) 둬서 컴프레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해서 시그널을 통과시켜보면 미세한 소리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는 인서트 플러그인을 on/off 하여도, 혹은 기기에서 bypass 버튼을 on/off 하여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정확히는 고역대의 화사함이랄까 질감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발생하는데, 실제로 레벨 미터를 걸어보면 약간의 볼륨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장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운용시 입력과 출력 모두 레벨 차이가 없는 ‘0dB’ 상태를 원한다면 인서트 플러그인이나 혹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가볍게 조작함으로써 레벨을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큰 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레벨을 완벽히 동일하게 맞춘 상태에서는 말하자면 잘 만든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기만 해도 청감상 나아지는’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말하자면 Pultec EQ의 캐릭터를 흉내낸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시장의 요구와도 관련이 있는데, 어차피 고가의 아날로그 아웃보드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는 유저들은 아날로그 장비만의 색채감과 기분좋은 왜곡, 그리고 특유의 질감을 원하는 것일테니 굳이 ‘디폴트’ 상태에서의 투명한 톤을 고집할 이유는 딱히 없기도 하다.
필자는 Creme RC를 최근 녹음한 피아노 및 플루트의 앙상블 세션에 투입했는데, 피아노에는 스테레오 NOS 마이킹을, 앰비언스 마이킹에는 AB 배치를 취했기 때문에 스테레오 소스에 있어서 채널 EQ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특히 만족한 것은 앰비언트 마이킹의 상황이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앰비언트 마이킹에서 Creme RC를 시그널에 더하니 전반적인 톤에 훨씬 생동감이 더해졌고 컴프레서를 통해 홀의 잔향을 훨씬 존재감 있게 드러낼 수 있었다. 클래식 믹싱의 경우 실제 홀의 울림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도 물론 훌륭하지만 연주자 및 애호가들의 취향에 따라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노릴 때가 있다. 특히 유튜브 등으로 배포되는 콘텐츠에서는 더욱 그러한테 이 경우 Creme RC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홀의 울림이 훨씬 깊어지고 생동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Creme RC는 ‘더하는’ 기기이지 ‘컷’에는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처음에는 좀 막막하거나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DAW를 통해 최종 출력되는 소리를 좀 더 극적으로, 듣기 좋게 보정하고 보완한다는 기능성에 있어서는 정말로 확실히 제 역할을 해준다. 필자는 이 기기를 클래식 세션에 사용했지만 EDM이나 팝, 록 등의 장르에 사용해도 좋은 결과를 내줄 것임을 확신한다. 실제로 테스트를 위해 이미 작업이 마쳐진 2트랙 음원들을 Creme RC를 통해 재생했는데 필자의 기준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마스터링 장비
Creme RC는 EQ와 컴프레서가 합쳐진 마스터링 장비, 특히 등청감곡선 보정에 특화된 마스터링 장비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장비를 통과할 때의 톤의 변화가 긍정적이며, 또한 스테레오 시그널의 채널 스트립으로도 훌륭한 기능성을 발휘하기에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입출력단에 늘 꽂아두어 인서트 플러그인을 통해 활용한다면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채널 EQ로 활용할 때는 ‘딜레이 보상 기능’을 반드시 사용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특히 추천하는 시나리오는 거듭 이야기하는 바이지만 스테레오 마이킹에 있어서 전반적인 톤 개선 및 레벨 보정용이다. 이를 통해 한번 프리징을 해두고 그 다음 다시 마스터 출력단에 Tegeler RC를 인서트 플러그인으로 걸어두면 모처럼 구매한 이 제품을 가장 알뜰히 써먹는 방식일 것이다.
물론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활용은 Creme ‘RC’ 버전만의 토탈 세이브 및 토탈 리콜 기능으로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단순히 톤 개선과 레벨 확보를 위해 고정된 값으로 고정해두고 사용해야만 하는 다른 마스터링 장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300만원대 중반의 가격은 누군가에게는 범접할 수 없이 비쌀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Creme RC의 유연성과 기능, 신뢰성, 압도적인 음질, 긍정적인 질감, 그리고 소유의 만족감까지 고려한다면 이 제품을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저들의 폭은 꽤 넓을 것 이라고 확신한다.
1%의 영역에 도전하는 자들을 위한 장비
Tegeler Creme RC
글 이무제 기자
자료제공 (주)뮤직메트로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음악은 분명 ‘가성비’로는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가성비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뮤직 프로덕션은 하나의 엄연한 산업분야이며, 우리 잡지의 많은 구독자들 중 상당수가 이 산업에 종사하며 수익을 거두고 월급을 받는다. 그러니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물을 뽑아내는게 무조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실제로 오디오 장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공통된 현상인데, 예컨대 결과물의 퀄리티의 최대치를 100%라고 가정하자. 50% 수준에서 90%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다지 큰 돈이나 노력이 들지 않는다.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서는 아마 장비의 개선 없이 순전히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90% 완성도에서 5% 향상, 즉 95%를 만들어내려면 상당한 예산과 노력, 시간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95% 이상의 영역부터는 결과물을 향상시키려면 기하급수적으로 비용과 시간, 노력이 증가한다.
하이엔드 장비는 말하자면 ‘최후의 1%’ 영역에 도전한다. 누군가에겐 아주 작은 차이이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고 그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하다. 그래서 더러는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형편없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주 조금이라도 향상을 원하지만 딱히 답은 없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 지불을 통해 확실한 퀄리티의 향상을 더해주기에 ‘매우 의미있는 지출’이 되기도 한다. 지금 소개하는 Tegeler Creme RC는 이처럼 최종 결과물에 1%, 혹은 그 이상의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장비다. 정확히는 마스터링용으로 적합한 컴프레서와 EQ를 한 몸에 장치했다. 물론 이런 류의 장비는 마스터링에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녹음된 시그널에 색채감이나 질감을 더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근데 이런 장비는 이미 시장에 적잖게 존재하는게 아닌가? Tegeler는 우선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믿을 수 있는 독일제 하이엔드 음향 장비이며, 여기에 Creme RC는 앞서 이야기한 EQ와 컴프레서의 모든 기능들을 네트워크를 통해 리모트 콘트롤이 가능하다. 단순한 리모트 콘트롤이 아니라 마치 완벽한 하나의 플러그인처럼 디지털 콘트롤 및 토탈리콜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모든 시그널의 프로세싱과 패스가 아날로그로 이뤄지는 100% 아날로그 장비이다.
하이엔드의 영역에서 만족감을 안겨주는 Tegeler
현대의 프로페셔널 레코딩 및 믹싱 환경에 있어서 더 이상 ‘적당한 아날로그 장비’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보인다. 저가 아날로그 장비야 특유의 직관성이나 편리한 점이 있어서 소규모 애플리케이션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하이엔드 아날로그 장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매우 작은 1%의 차이’ 때문에 프로페셔널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다. 하지만 ‘적당히 가성비 좋은 중가대 아날로그 장비’는 대부분 플러그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세션의 저장과 리콜이 편리한 DAW의 시대에서 적당한 퀄리티를 위해 아날로그 장비를 패스에 끼워넣는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사운드 엔지니어나 프로듀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꾸미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좋은 장비들이 더불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믹싱 시스템은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날로그 장비들은 하이엔드로만 갖춰져 있다.
Tegeler는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한다. 퀄리티적으로는 하이엔드의 결과물을 내주면서도 가격면에서는 의외로 합리적이다. 예컨대 지금 리뷰하는 Tegeler Creme RC의 경우 Tegeler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포지션이면서 여기에 완전히 디지털로 콘트롤되는 기능성, 그러면서도 모든 시그널 패스를 순수한 아날로그로 유지하는 독보적인 기능성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리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300만원대 중반 정도에 그친다. 이 제품의 빌드 퀄리티나 구성 등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울 정도다.
시중에 많은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이 있고 물론 300만원대 중반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진짜 아날로그 패스’를 거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에 대해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 이 제품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또 하나, Tegeler Creme RC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스터링에만 쓸 필요는 없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인데, 실제로 많은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이 조작의 편리성과 사운드 덕에 많은 경우 단일 채널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는 XY나 ORTF, AB 방식으로 녹음한 스테레오 방식의 마이킹에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을 즐겨 사용하는 편인데 Tegeler Creme RC 역시 이러한 용도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사뭇 높다.
디지털 시대에 사용하기 가장 편한 아날로그 기기
현재 리뷰하는 것은 Tegeler Creme RC지만 실은 Creme 일반 모델이 존재한다. 기능이나 사운드상 차이점은 없지만 매우 중요한 차이가 한 가지 존재하는데, 바로 소프트웨어를 통한 리모트 콘트롤의 여부이다. Creme RC는 말하자면 Remote Control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추가적인 세부 모델명이 붙은 셈이다. 디지털로 콘트롤은 되지만 아날로그 패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실제 시그널은 VCA 방식으로 콘트롤 될 것이다.
가격 차이는 대략 50만원 내외인데, Creme RC는 단순히 디지털로 리모트 콘트롤된다는 것 뿐 아니라 각각의 가변저항, 그러니까 노브(Knob)가 모터라이즈드로 움직인다. 그리고 기기측에서 노브와 스위치를 조작하면 그것이 실시간으로 콘트롤 소프트웨어에 반영된다. 물론 실속을 챙긴다면 일반 Creme 모델이 나을지 모르겠으나 모든 노브가 모터라이즈드로 움직인다는 점, 소프트웨어를 통한 셋팅 저장 및 토탈리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필자는 충분히 50만원 이상의 가치를 해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가성비를 따지자면 필자는 단연 Creme RC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현재 이 정도로 완벽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만을 구현한 기기는 시중에 없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이 가격대에서는 더더욱 없다.
소유의 만족감을 안겨주다
사운드를 떠나 이 기기의 외형이나 구성, 패키지는 소장의 만족감을 안겨주기에도 충분하다. 일단 모든 기능이 100% 완전히 리모트 콘트롤되며 모든 노브는 모터라이즈로 작동한다. 그리고 노브의 움직임은 완전한 그래픽 UI를 갖춘 플러그인 소프트웨어에 실시간 반영된다. 손으로 조작하고 소리가 마음에 들면 이를 플러그인을 통해 저장, 그리고 저장한 파일을 백업해두면 그야말로 완벽한 토탈백업 및 토탈리콜이 구현된다. 리콜을 할 때 노브가 모터로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시각적 만족감이 정말 대단하다. 따라서 이것만으로 이 기기는 소장의 가치가 충분하다.
근데 이 제품의 진짜 감탄은 개봉 단계부터다. 실제로 제품을 받고 박스를 열어보면 엄청난 고급감을 전해주는 목재 케이스가 제품을 감싸고 있다. 이것은 말로는 잘 표현이 안되고 실제로 제품을 받아봐야 하는데, 어쨌든 배송과정 중 제품이 망가지거나 상할리는 없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 목재 케이스의 무게와 부피만도 상당하여 제품을 꺼내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아마 이 제품을 신품으로 구매할 사용자들은 기쁜 마음에 그것을 신경쓸 새 조차 없을 것이다.
제품 구성은 본체와 매뉴얼 2종 뿐이다. 의외로 전원 케이블이 들어가있지 않은데 이것은 수입사인 (주)뮤직메트로 측에서 대응할 일이니 확인이 필요하다. 아마 필자는 리뷰용 제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국내 유통 제품에는 전원 케이블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외형을 보면 상부의 EQ 섹션, 그리고 하부는 컴프레서 섹션으로 나눠진 전면 콘트롤부가 보인다. 미터는 레벨이 아닌, 컴프레서의 리덕션 레벨을 표현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니까 미터가 움직이면 컴프레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자세히 버튼 및 노브 구성을 보면 먼저 상단 왼쪽 버튼은 바이패스 역할을 하며 EQ 섹션은 왼쪽부터 로우 부스트-로우Fr-하이Fr-하이 부스트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가장 상단의 가장 오른쪽 노브는 출력 레벨을 맡는다. 즉 구성은 로우와 하이만으로 이뤄져있고 이 둘은 오직 부스트만 가능하다. 주파수를 결정하는 노브는 어느 대역부터 주파수를 부스트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조작부의 아래 라인은 컴프레서부이다. 가장 왼쪽의 버튼 2개는 ‘SC Lowcut’이라고 쓰여있는데 컴프레서 작동을 위한 시그널 입력, 즉 사이드 체인에 있어서 저음을 센싱에 사용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꽤 중요한 기능인데, 현대의 비트있는 음악들은 꽤 강력한 저음 시그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컴프레서가 의도치 않게 걸려 과도한 리덕션이 나타날 때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노브들의 구성은 전형적인 컴프레서의 기본적인 파라미터들이다. 가장 오른쪽의 버튼은 EQ와 컴프레서간의 시그널 순서를 바꿔준다. 언뜻 생각하면 Creme RC의 EQ는 부스트 기능만을 행하기 때문에 컴프레서를 앞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긴 하겠지만 마스터링에 있어서 컴프레서가 뒤로 배치되는 기능은 꽤나 중요하다. Creme RC는 말하자면 마스터링에 있어서 꼭 필요한 기능만을 깔끔히 남겨두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Creme RC에 있어서 필요없는 기능은 전혀 없다. Creme RC의 구매자들은 마스터링시에 반드시 모든 기능을 쓰게 될 것이다.
Pultec 스타일의 EQ
Tegeler 측은 Creme RC에 Pultec 스타일의 EQ를 탑재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정확히는 스타일을 차용한 것 뿐이지 기능상으로는 쉘빙 타입의 EQ를 부스트 기능만을 남겨둔 것에 가깝다. 오리지널 Pultec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지만 이를 단점으로 꼬집기는 어렵다. 오리지널 Pultec EQ는 기본적으로 노브를 디폴트값에 두어도 초고역에서 왜곡이 생기며, 특히 어테뉴에이터 노브는 현대의 젊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여기서 설명하기보다는 ‘Pultec EQ’에 대해 유튜브 등에서 검색해보기 바란다.
어쨌든 Creme RC는 중심 주파수 설정이 가능한 2개의 쉘빙 타입 EQ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커팅은 불가능하고 부스팅만 가능하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Output 노브 역시 부스트만 지원한다. 즉 0에 두는 것이 디폴트값이다. 이를 처음 접하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Creme RC가 애초에 마스터링 EQ+컴프레서 기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금세 이해가 된다. 특히 최근의 믹싱 및 마스터링 추세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청취환경 내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생 환경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라우드니스에 따른 등청감곡선에 대한 대응이 마스터링시에 절대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해진다. 어찌보면 1950년대 개발된 Pultec 스타일의 EQ는 이 등청감곡선을 보상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로 기능상 찰떡궁합이다. 물론 Pultec EQ가 유명해진 것은 특유의 사운드 퀄리티와 질감 때문이지만 말이다. Creme RC의 Pultec EQ, 정확히는 HF 및 LF의 쉘빙 부스트 EQ는 그래서 최종 2트랙 마스터단에 걸어서 라우드니스를 보정하기 위한 최적의 장비다. 이 EQ 섹션을 통해 라우드니스 등청감곡선 커브를 보정한 뒤에 부스트 된 레벨은 컴프레서로 보정하면 된다. 만약 컴프레서로 잡은 톤이 꽤 만족스럽지만 피크 레벨이 지나치게 리덕션 되어서 헤드룸에 여유가 있다면 그 때부터 Output 노브가 활약할 때다.
걸어놓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음색
Creme RC는 기본적으로 톤 손실이 극소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췄다. 단 2개의 밴드만을 갖추고 있는 쉘빙EQ는 필터 구조가 극도로 간단하기 때문에 위상 문제가 극히 적으며 이는 투명한 음색으로 보답받는다. 또한 내장된 컴프레서 역시 멀티밴드 등의 잡다한 기능 없이 단지 side-chain에 로우컷 필터만 걸려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Creme RC의 톤이 완전히 투명한 것은 아니다. EQ 노브의 부스팅을 전부 0에 두고 Output 역시 0에 두고 컴프레서의 Threshold를 0으로(최대로) 둬서 컴프레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해서 시그널을 통과시켜보면 미세한 소리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는 인서트 플러그인을 on/off 하여도, 혹은 기기에서 bypass 버튼을 on/off 하여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정확히는 고역대의 화사함이랄까 질감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발생하는데, 실제로 레벨 미터를 걸어보면 약간의 볼륨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장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운용시 입력과 출력 모두 레벨 차이가 없는 ‘0dB’ 상태를 원한다면 인서트 플러그인이나 혹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가볍게 조작함으로써 레벨을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큰 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레벨을 완벽히 동일하게 맞춘 상태에서는 말하자면 잘 만든 마스터링 플러그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기만 해도 청감상 나아지는’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말하자면 Pultec EQ의 캐릭터를 흉내낸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시장의 요구와도 관련이 있는데, 어차피 고가의 아날로그 아웃보드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는 유저들은 아날로그 장비만의 색채감과 기분좋은 왜곡, 그리고 특유의 질감을 원하는 것일테니 굳이 ‘디폴트’ 상태에서의 투명한 톤을 고집할 이유는 딱히 없기도 하다.
필자는 Creme RC를 최근 녹음한 피아노 및 플루트의 앙상블 세션에 투입했는데, 피아노에는 스테레오 NOS 마이킹을, 앰비언스 마이킹에는 AB 배치를 취했기 때문에 스테레오 소스에 있어서 채널 EQ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특히 만족한 것은 앰비언트 마이킹의 상황이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앰비언트 마이킹에서 Creme RC를 시그널에 더하니 전반적인 톤에 훨씬 생동감이 더해졌고 컴프레서를 통해 홀의 잔향을 훨씬 존재감 있게 드러낼 수 있었다. 클래식 믹싱의 경우 실제 홀의 울림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도 물론 훌륭하지만 연주자 및 애호가들의 취향에 따라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노릴 때가 있다. 특히 유튜브 등으로 배포되는 콘텐츠에서는 더욱 그러한테 이 경우 Creme RC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홀의 울림이 훨씬 깊어지고 생동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Creme RC는 ‘더하는’ 기기이지 ‘컷’에는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처음에는 좀 막막하거나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DAW를 통해 최종 출력되는 소리를 좀 더 극적으로, 듣기 좋게 보정하고 보완한다는 기능성에 있어서는 정말로 확실히 제 역할을 해준다. 필자는 이 기기를 클래식 세션에 사용했지만 EDM이나 팝, 록 등의 장르에 사용해도 좋은 결과를 내줄 것임을 확신한다. 실제로 테스트를 위해 이미 작업이 마쳐진 2트랙 음원들을 Creme RC를 통해 재생했는데 필자의 기준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마스터링 장비
Creme RC는 EQ와 컴프레서가 합쳐진 마스터링 장비, 특히 등청감곡선 보정에 특화된 마스터링 장비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장비를 통과할 때의 톤의 변화가 긍정적이며, 또한 스테레오 시그널의 채널 스트립으로도 훌륭한 기능성을 발휘하기에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입출력단에 늘 꽂아두어 인서트 플러그인을 통해 활용한다면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채널 EQ로 활용할 때는 ‘딜레이 보상 기능’을 반드시 사용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특히 추천하는 시나리오는 거듭 이야기하는 바이지만 스테레오 마이킹에 있어서 전반적인 톤 개선 및 레벨 보정용이다. 이를 통해 한번 프리징을 해두고 그 다음 다시 마스터 출력단에 Tegeler RC를 인서트 플러그인으로 걸어두면 모처럼 구매한 이 제품을 가장 알뜰히 써먹는 방식일 것이다.
물론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활용은 Creme ‘RC’ 버전만의 토탈 세이브 및 토탈 리콜 기능으로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단순히 톤 개선과 레벨 확보를 위해 고정된 값으로 고정해두고 사용해야만 하는 다른 마스터링 장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300만원대 중반의 가격은 누군가에게는 범접할 수 없이 비쌀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Creme RC의 유연성과 기능, 신뢰성, 압도적인 음질, 긍정적인 질감, 그리고 소유의 만족감까지 고려한다면 이 제품을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저들의 폭은 꽤 넓을 것 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