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페/프리앰프/레코더Carver Professional Saturn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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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이름, 책상 위로 귀환하다

by 이무제, 자료제공: 작곡가의미디가게, Carver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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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엔지니어들에게 ‘Carver’라는 이름은 각별하다. 1980년대, 육중한 트랜스포머가 지배하던 앰프 시장에 ‘매그네틱 필드’라는 물리학적 해법을 들고나와 경량화와 고출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혁신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 전설적인 이름이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 무대는 거대한 콘서트홀의 앰프 랙(Rack)이 아니다. 바로 뮤지션의 책상(Desk) 위다. Carver Professional이 새롭게 선보인 Saturn II는 화려한 기능보다는 소리의 본질과 실용성에 집중했던 창립자 밥 카버의 철학을 2026년의 디지털 환경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과연 앰프의 거장이 만든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무엇이 다를까? 단순한 브랜드의 부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실용주의의 승리인지 avMIX가 직접 검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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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쏘아 올린 ‘작은 거인’의 역사

1980년대와 90년대,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투어링 현장과 레코딩 스튜디오의 랙(Rack)에는 어김없이 ‘Carver’라는 로고가 박힌 파워 앰프가 꽂혀 있었다. 특히 PM-1.5와 같은 모델은 당시 엔지니어들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힘겹게 들어야 했던 육중한 기존 앰프들과 달리,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더 강력한 출력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Carver의 역사는 1979년,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엔지니어인 밥 카버(Bob Carver)에 의해 시작된다. 그는 단순한 오디오 제작자가 아니었다. 그는 무거운 트랜스포머와 거대한 히트싱크가 필수적이라 여겨지던 당시 앰프 설계의 물리학적 한계를 ‘매그네틱 필드 앰프(Magnetic Field Amplifier)’ 기술로 돌파했다. 전원부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서도 고출력을 실현한 이 기술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Class D 앰프나 SMPS(스위칭 전원) 기술의 정신적 조상이라 할 수 있다.

밥 카버는 괴짜 천재로도 유명했다. 1980년대 중반, 그는 유명 오디오 매거진들을 상대로 소위 ‘카버 챌린지(Carver Challenge)’를 제안했다.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타사의 하이엔드 앰프 소리를 자신의 저렴한 앰프로 똑같이 재현해 보이겠다는 내기였다. 그는 ‘트랜스퍼 펑션(Transfer Function)’ 이론을 이용해 고가 앰프의 왜곡 특성까지 완벽하게 복제해 냈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평론가들을 침묵시켰다. 이는 ‘좋은 소리’란 막연한 신비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공학적 설계와 측정의 결과물임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랙(Rack)에서 데스크(Desk)로, Saturn II

한동안 하이파이(Sunfire 등) 분야에 집중하거나 기업 구조의 변화로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 다소 멀어졌던 Carver Professional이 최근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복귀작이 거대한 파워 앰프가 아닌, 개인 작업실을 겨냥한 데스크톱 오디오 인터페이스라는 사실이다.

Carver Holdings Group 산하에서 재정비된 현재의 Carver Professional은 과거 밥 카버가 추구했던 ‘합리적인 가격에 하이엔드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실용주의 철학을 디지털 도메인으로 확장했다.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Saturn II는 그들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전설적인 앰프 메이커의 이름값을 증명하듯, 이 제품은 화려한 부가 기능보다는 프리앰프의 투명도, 헤드룸의 확보, 직관적인 조작성 등 ‘소리의 기본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만 와트의 전력을 통제하던 그들의 노하우가 이제는 마이크로볼트 단위의 섬세한 신호를 다루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어떻게 이식되었는지, 이번 로드테스트를 통해 검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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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완성도와 폼팩터

Saturn II의 구성은 2입력/2출력(헤드폰 출력은 논리적으로 라우팅 상 메인 출력과 공유)으로 DSP 믹서가 없는 심플한 포터블 오디오 인터페이스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이 카테고리는 그저 음악 제작 입문자 뿐 아니라 프로페셔널 환경에서도 인기가 높다.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했으며 큰 셋팅이 필요없이 그저 꽂으면 잘 작동된다는 장점으로 생각보다 널리 사랑받는 장비인 것. 따라서 요구되는 신뢰성도 높고 제품 구성의 묘가 의외로 중요한 분야다.

이 관점에서 Saturn II를 살펴보면 첫 인상에서는 플라스틱 외형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경쟁자들이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절곡 하우징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단점은 아니다. Saturn II는 적당한 성능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면서도 무게는 동급 중 가장 가볍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해 휴대가 극도로 편해지는 것은 물론, 낙하시 충격도 훨씬 적어져서 파손에도 강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 플라스틱 외형을 굳이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지 않다..

노브의 조작감은 평이하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게인 등의 소형 노브의 조작감이 감성을 전달할 정도로 기분 좋으려면 그건 꽤 비싼 상위 제품에서나 가능하다. Saturn II의 노브 조작감이나 정밀도는 가격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며 제품의 성능이나 사용 경험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큼지막한 메인 출력 조정 노브인데, 노브 주위를 LED가 둘러싸고 있으며 현재 볼륨에 따라 LED가 순차적으로 켜지면서 현재의 노브 위치 정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놨다. Saturn II를 연결하면 즉각 켜지게 되어 있어서 볼륨 노브를 끝까지 내려둔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연결되었다'는 작동 인디케이터의 역할도 겸한다.

아쉬운 점은 노브의 위치를 표시하는 마커(Marker)의 부재다. 현재는 노브 자체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 LED 점등 상태로만 대략적인 볼륨을 가늠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작업 환경에 맞춰 늘 일정한 볼륨 값을 설정해야 할 때가 있다. 이는 실전 워크플로우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라우드니스가 정확히 세팅된 믹싱룸이나 방송 송출 환경에서는 명확한 레벨 기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노브와 스위치, 입출력 단자의 배치는 무난한 편이다. 데스크탑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포맷을 취하면서도 전면에 아무런 단자가 없는 것이 약간 이상하지만 그래도 측면에 헤드폰 단자를 배치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여기에 전면 패널은 약간 경사가 져 있어서 편안한 조작감을 선사한다. 제조사 측에서는 14°의 각도를 강조하며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데, 별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편안하고 무난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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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앰프 및 입출력 퍼포먼스

일단 Saturn II의 스펙을 보면 꽤 무난한 성능의 보급형 오디오 인터페이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단자 구성은 입력부 2채널의 경우 XLR/TRS 콤보형식으로 각 채널은 개별 스위치를 통해 마이크/라인 입력과 악기 입력(Hi-Z)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인 출력은 TRS 밸런스드 규격이다.

마이크 프리앰프의 게인 레인지는 0dB부터 +60dB까지 증폭하여 웬만한 상황에서는 저감도 다이나믹 마이크라도 충분히 증폭하는 수준이며, 경쟁 오디오 인터페이스들과 비교해보면 내실이 꽤 튼튼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THD+N은 0.005%, SN비는 106dB이라고 하는데, 이런 수치적 스펙보다도 실제 사용시 와닿은 표현을 해보자면 USB 버스파워를 사용하는 극도로 가볍고 작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로는 괜찮은 성능을 보여준다. 팬텀파워는 아쉽게도 각 채널별 개별 조작은 아니지만 이 급의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는 납득이 된다. 개별 팬텀파워 조작은 훨씬 비싼 상위 모델에서만 제공하니 말이다.

콤보 단자의 TRS 단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라인 입력이 되는데 이 경우 마이크 프리앰프의 스펙과 대부분 같으며 게인 레인지만 -12dB에서 +40dB로 차이가 날 뿐이다. 악기 입력을 위한 Hi-Z의 경우 1Mohm 스펙으로 웬만한 고 임피던스 악기라고 해도 왜곡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출력단의 SN비 역시 106dB이다. 최대 출력 레벨은 +6dBu라서 이 제품을 프로페셔널 라인레벨 표준을 준수하며 사용하려면 메인 노브를 거의 최대로 돌려야만 한다. 헤드폰 출력은 32ohm에서 100mW로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고 임피던스 헤드폰 구동에는 전용 헤드폰 앰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그레이드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들 중 고 임피던스 헤드폰 출력을 지원하는 제품은 사실상 없으니 이것도 단점으로 꼽기는 어렵다.

이 제품은 다이나믹레인지를 따로 표기하고 있지는 않고 SN비만 담백하게 표기하고 있는데, 아마 이 장비의 출력 레벨 등을 고려하면 대략 110dB은 넉넉히 상회하는 다이나믹레인지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다만 SN비만을 표기한 것은 실제로 사용시 체감되는 노이즈의 정도는 다이나믹레인지보다는 SN비 스펙이 더 중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제품을 볼 때는 단순히 '106dB'라는 수치만 보지 말기 바란다. 20만원대 초중반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로는 차고 넘치는 성능을 보여주며, 인디 뮤지션이나 뮤지션 지망생의 데모 작업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전반적인 사운드 성향은 착색보다는 중립적이고 투명한 쪽에 가깝다. 이 제품으로 하이브리드 믹싱 등을 할리는 없으니 ITB방식의 레코딩과 믹싱을 고려한다면 이 쪽이 맞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플러그인의 발전은 놀랍다. 최근 플러그인들의 아날로그 질감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니 투명하게 받아서 이후에 프로세싱하는게 대중적으로는 맞는 접근일 수 있다.

 

편의성, 레이턴시,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맥OS에서는 드라이버 없이 바로 작동이 가능하며 Windows 환경에서는 ASIO 호환을 위한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단순한 2입력 2출력 오디오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따로 DSP 믹서 등을 제공하는 방식은 아니며, 샘플레이트 모니터링, 입출력 포맷(24bit or 16bit), ASIO 버퍼사이즈 설정 등만을 간단하게 제공하는 드라이버다.

레이턴시 퍼포먼스는 꽤 준수한 편인데, 48kHz 기준, Safe모드를 끈 상태에서 128샘플 환경 라운드트립 레이턴시는 6.67ms에 달한다. 이 정도면 업계 최상위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64샘플에서는 4.3ms 정도다. 여기서 연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Sage 모드를 껴면 64 샘플 기준 출력단에서 96샘플이 추가되어 대략 2ms 정도가 늘어난 6.3ms, 128샘플에서는 Safe 모드시 144샘플이 추가되어 9.7ms 정도가 된다. 어느모로 보나 프로페셔널 레벨의 작업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10ms 안쪽이면 레이턴시를 느끼지 못할 것이며 아주 예민한 프로페셔널 타악기 연주자들도 5ms 이하에서는 레이턴시를 느끼지 못한다.

루프백 기능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전면 패널에서 스위치로 루프백 기능을 켜면 입력단에 출력이 피드백되는 식이다. 물론 제대로 된 100% 루프백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이 가격대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는 거의 지원을 안하니 딱히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고, 반쪽 루프백이라고 해도 셋팅에 따라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게 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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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Saturn II는 시장에서 대략 20만원 초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격대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경쟁자들은 많다. 그럼에도 Saturn II만의 장점이라면 아주 안정적인 USB 연결, 가격대를 뛰어넘는 레이턴시 퍼포먼스, 그리고 스펙만으로 알 수 없는 실 사용시 꽤 괜찮은 입출력 음질이다. 솔직히 루프백 기능이나 다이렉트 모니터 기능은 그냥 하나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건 Saturn II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등급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이 이 부분에서는 다 엇비슷하니 독자들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어차피 레이턴시 퍼포먼스가 우수해서 다이렉트 모니터 기능은 거의 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장비는 녹음의 기본기가 중요한 싱어송라이터, 교회 등의 환경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위한 방송 음향 소스를 받거나 보낼 때, 휴대하며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찾는 사람, 아주 심플하고 직관적인 셋업이 좋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연주 방송, 소통 방송 등의 스트리밍 용도로는 루프백 기능이 한정적이라 추천은 어렵다. 해당 기능이 필요한 사람은 내장 DSP를 통한 소프트웨어 믹싱 콘솔을 갖춘 좀 더 상위급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구매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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